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을 매도한 것은 김범석 쿠팡 의장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강조해 온 ‘장기전략’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건이다. 김 의장은 쿠팡의 적자 경영에 대한 비판을 항상 “장기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어 괜찮다”고 답해왔기 때문이다.

팔지 않겠다던 소프트뱅크의 변심, 중국 손실 보니 바로 매도?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영국 SVF Investments)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쿠팡 클래스A(일반주) 5700만주를 주당 29.685 달러에 매각했다. 이는 약 1조9886억원어치로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쿠팡 주식의 9%에 해당한다.

▲ (캡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 (캡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비전펀드는 쿠팡 상장 당시만 하더라도 “쿠팡 성장을 믿기 때문에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6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지분을 팔았다.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쿠팡.)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쿠팡.)

비전펀드의 쿠팡 주식 매각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 빅테크 기업 투자 손실 폭이 커지며 이를 메우기 위해 쿠팡 주식을 일부 팔았다는 것이다. 비전펀드는 중국의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 최대 주주인데 최근 수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에서의 빅테크 규제 심화도 이유로 꼽힌다. 규제의 강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만큼 선제적으로 일부 지분을 팔아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적자경영, 장기투자자 덕분에 버텼는데...
결과적으로 비전펀드의 쿠팡 주식 매도는 쿠팡의 장기전략을 의심케하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김 의장은 쿠팡 상장 이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언제 수익화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장기 투자자들과 함께 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장기투자자들의 확고한 믿음 덕분이다”며 “우리가 상장회사가 됐다고 해서 그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의장이 자꾸 동문서답을 해 적자경영에 대한 약점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앞으로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장기투자자들만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장기투자자인 소프트뱅크가 쿠팡 지분을 2조원어치 팔아버린 것이다.

쿠팡의 연간 적자규모는 출범이후 매년 증가해 2018년에는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규모가 줄긴 했지만 각각 7200억원, 5500억원의 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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