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NFT는 게임, 예술, 문화, 투자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융합 사례로 주목받았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수십배 이상 급성장했으며 NFT 사업, 투자에 뛰어드는 기업과 소비자도 늘고 있다. 어느덧 기술을 넘어 트렌드가 된 NFT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NFT(대체불가능한토큰)는 무분별한 복제가 가능했던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 희소성을 블록체인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 널리 주목받았다. 그러나 NFT를 누구나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기되는 저작권 침해, 사기 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인증서인 NFT는 누구나 손쉽게 발행할 수 있다 (사진=Pixabay)
▲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인증서인 NFT는 누구나 손쉽게 발행할 수 있다 (사진=Pixabay)

NFT는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다. 연동된 콘텐츠·사물의 소유자, 거래 정보, 저작물 내용 등이 시간 정보와 함께 블록체인에 각인된 형태로 존재한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NFT로 기록된 데이터는 무단 변조, 삭제가 불가능하며 NFT는 동일한 토큰이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NFT를 보유하면 사본이 존재하는 디지털 콘텐츠라도 원본,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다.

NFT의 등장으로 현물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디지털 예술품, 디지털 굿즈, 디지털 기록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고가에 판매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이 좋은 예다. 지금도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이와 연동된 단 하나의 NFT는 그 상징성과 희소성을 토대로 약 30억원의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 (자료=https://twitter.com/jack/status/20)
▲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 (자료=https://twitter.com/jack/status/20)

모든 기록과 창작물에는 크고 작은 유·무형의 가치가 매겨진다. 예를 들어 유명인이 생전에 남긴 자필 편지나 메모가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이유는 내용의 공개 여부, 디지털 사본의 존재 유무와 무관하게 원본은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NFT는 이 같은 개념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NFT만으로는 '허점'이 많다. NFT는 엄밀히 말해 증명서의 역할만 수행한다. 현실에서도 어떤 증명서가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증명서의 발급 주체도 그만한 신뢰를 충족하는 곳이어야 한다. 예컨대 운전면허증에 지방경찰청장의 직인이 없다면 제3자에게 그것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급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현재 NFT는 누구나 제약 없이 발행할 수 있다. NFT로 발행하려는 디지털 콘텐츠, NFT가 발행될 블록체인, NFT 보관을 위한 지갑만 있으면 된다. 다시 말해, 누군가 소유한 디지털 콘텐츠가 사본일지라도 보유만 하고 있다면 이를 NFT로 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8월에는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를 사칭해 제3자가 NFT 작품을 100이더리움(ETH, 당시 시가 4억원 상당)에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뱅크시 본인도 알지 못하는 NFT 작품이 고가에 낙찰된 것. 이 사건은 거래 직후 판매자가 대금을 구매자에게 다시 환불하며 헤프닝에 그쳤지만, NFT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지 나타낸 사례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NFT 거래 마켓도, 국가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량 기준 전세계 1위 NFT 마켓으로 꼽히는 오픈씨(OpenSea)에는 2000만개 이상의 NFT 작품이 등록돼 있지만 그중 원작자 인증을 거친 작품은 없다. 오픈씨 이용 약관에도 '당사에 등록된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 NFT 발행 도구인 크래프터스페이스 서비스 첫 페이지에는 1일 기준 "최근 타인의 저작권을 NFT로 발행하고 이를 외부 마켓에서 판매하는 경우를 다수 발견했다. 그라운드X는 저작권 소지 여부를 보증하지 않으므로 사전에 저작권자로부터 반드시 이용 허락을 받으라"는 내용의 공지가 있다. 타인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NFT화하는 문제가 이미 만연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크래프터스페이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저작권 침해 유의 공지 (자료=홈페이지 갈무리)
▲ 크래프터스페이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저작권 침해 유의 공지 (자료=홈페이지 갈무리)

NFT 마켓들이 이 같은 문제를 방관하는 이유는 아직 NFT 생성, 유통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들이 원작자와 저작권을 확인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중국 등 일부 국가와 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NFT를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매매에 따른 과세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이다.

결국 NFT 생성과 유통에 관한 제도적 보완이 없는 NFT 시장은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한 저작권 없이 NFT를 무단 발행하는 자, 이를 방관하는 유통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요구된다. 국내 NFT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NFT 거래에 대한 과세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보다 적법하고 표준화된 NFT 유통 환경을 조성해두는 것이 향후 과세 과정에서도 뒤탈이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NFT 투자자들에게는 당분간 주의가 당부된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가짜 NFT를 거래하더라도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유명 작가, 콘텐츠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NFT는 거래 시 공식 채널을 통해 실제 NFT 발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력 조회를 통해 오리지널 NFT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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