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로 세계 원전 시장 ‘훈풍’…韓학계 “탄소중립 맞춰 기회 잡아야”

발행일 2021-11-10 17:58:44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세계 원자력 발전소(원전)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며 얼어붙었던 시장에 훈풍이 부는 모양새다. 원전 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원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KAIST NEREC)는 SMR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10일 언론인 대상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다가오는 소형 원전의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엔 다양한 국내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 SMR의 안전성·경제성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NEREC는 이날 오후부터 11일까지 원자력 인식 개선을 위한 온라인 시민 강좌도 연다.

SMR은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시설이다. 전기 출력이 300MW 안팎이라 대형 원전 대비 붕괴열(방사성 물질의 붕괴에 의해서 생기는 열)이 낮다.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또 에너지 수요처 인근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높은 경제성도 지녔다.

SMR은 무엇보다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에 맞춤형 시설로 꼽힌다. 학계 일각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SMR이 탄소중립 시대에 유일한 에너지 대안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탈탄소를 추진하는 영국·프랑스 등에서 SMR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기반 발전을 멈춘 탓이다. 유럽 국가들은 탄소중립에 맞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전력난을 겪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 때문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전기를 간헐적으로 생산하는 데다 그 밀도도 낮다.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도 탄소를 배출량이 거의 없다.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지속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해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신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추세다.
(사진=픽사베이)

SMR 시장 확대 신호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임기 초 에너지 구성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75%에서 2035년까지 50%로 감소하겠단 공약을 철회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신규 원자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SMR 개발에 10억 유로(약 1조363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탈원전 정책 추진 전까지 ‘원전 강국’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SMR의 핵심 기술을 이미 20년 전부터 확보한 상태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약 20년 전 어떤 의미에선 세계 최초의 대표적인 SMR 개발을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SMR에 관한 다수의 핵심 기술을 갖춘 국가”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엔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전력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이 내년 4월 예타를 최종 통과하게 된다면 오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총사업비 5832억원이 SMR 개발에 투입된다. 다만 사업 목적에 ‘수출을 위한 개발’이라고 명시돼 있어 국내에 SMR이 설치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대안 SMR…국내 도입돼야”
NEREC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엔 △임만성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 개발단장 △황주호 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소형 원전의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해 설명하며 “SMR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의 높은 원전 기술력을 포기할 이유도, 탄소중립 시대에 맞춤형 시설인 SMR의 국내 설치를 배제할 이유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SMR, 안전한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 교수는 “SMR은 극히 높은 피동 안전성을 확보한 기술이라 간접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고 에너지 수요처 인근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공기 냉각 가능성도 갖춘 상태라 안전성이 높고, 극히 낮은 확률로 노심(원자로에서 연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과 감속재가 들어 있는 부분)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방사능 방출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SMR의 경제적 효과도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대형 원전처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순 없지만 SMR은 단일 부지에 복수의 모듈을 설치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어 충분히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단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자율 운전’의 기술이 담보돼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대형 원자로도 기술적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충분한 수준이라는 연구가 많지만 규모가 더 작은 소형 원자로는 이보다 더 안전하다”며 “출력이 낮은 만큼 SMR에 대형 원자로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가 배치된다면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10일 언론인 대상 온라인 세미나에서 소형 원자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세미나 화면 갈무리)

김 교수는 카이스트 ‘자율운전 소형원자로 연구센터’를 이끌며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초의 무붕산 SMR 개발 △사고 저항성 핵연료 개발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통한 자율운전 SMR의 핵심기술도 보유한 상태다. 김 교수는 “원전 사고의 58%가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되는데 자율운전은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SMR의 수출을 통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단장은 “현재 원전 시장은 정부 주도의 공급자 중심 기조에서 안전성·유연성·투자용이성·확장성을 갖춘 ‘수요자 중심’의 SMR로 변화 중”이라며 “SMR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각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국의 기술력·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국내 기술을 공급,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야한단 설명이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 개발단장이 10일 언론인 대상 온라인 세미나에서 소형 원자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세미나 화면 갈무리)

SMR 시장은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른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에서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황 전 교수는 “빠르게 성장하는 SMR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규제 선진화를 진행해 국제협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법 제정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우리나라가 원전 시장에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주호 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0일 언론인 대상 온라인 세미나에서 소형 원자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세미나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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