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대대적인 인사 제도 개편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동료 평가 도입과 절대평가 확대 등이 핵심이다. 삼성전자 4개 노동조합은 인사 제도 개편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4개 단체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삼성전자 인사제도 개편이 아닌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사제도 개편 관련 무기명 투표를 시행하고, 과반수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개편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16일 부서장, 노사협의회 등을 상대로 인사제도 개편 설명회를 가졌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인사제도 개편안은 임금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임금교섭 과정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며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임금교섭에서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사측은 인사제도 개편과 임금교섭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번 성명문에서 노조는 크게 2가지 이유를 근거로 인사제도 개편을 반대했다. 먼저 부서장 권한 강화를 우려했다. 이번 개편안 핵심 중 하나는 업적평가 시 일부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상위 성과자 10%(EX·Excellent)를 제외하고 나머지 90%는 절대평가로 방식을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부서장과 팀장 등 고과권자가 직원 평가를 통해 임금 인상 수준과 승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두고 “부서장이 자신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부서 직원들의 성과급 인상 범위의 변경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팀장에 대한 직원들의 줄 서기 문화와 그로 인한 회사 내 폐해는 심화된다. 또 이는 회사에서 사실상 승격 인원 자체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부서장의 수시 면담 제도와 동료 평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동료 평가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동료가 피평가자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동료평가는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 연봉 인상과 연동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부서장의 중간 면담 제도에서 부서장의 직원들에 대한 수시 피드백으로의 개악은 직원들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상시적인 업무 평가 압박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간 평가 도입이 함께 진행되면 동료들을 감시하고 견제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직원간 불신 조장과 함께 인사제도가 인기 투표로 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 개편안을 이번주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부서의 경우 오늘부터 부서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제도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선 커리어레벨(CL)로 불리는 직급체계가 폐지된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CL1부터 CL4 네 단계로 구분되는 직급체계는 유지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