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김기남·떠오르는 경계현...위기의 삼성전자는 ‘변화’를 택했다

발행일 2021-12-07 12:02:16
삼성전자가 DS부문장을 김기남(왼쪽) 부회장에서 경계현 사장으로 교체한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문인 DS(Device Solutions) 부문이 5년 만에 사장을 바꾼다. 삼성 반도체의 상징적 인물인 김기남 전 부회장이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 빈 자리를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채우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새 사장 체제에서 반도체의 조직문화 변화와 신사업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김기남 전 부회장 겸 DS부문장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해 이동하고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DS부문장을 맡게 된다.

김기남 회장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사실상 경영자로서의 은퇴로 보인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 전체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중추적 기관이지만 경영 실무와는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김기남 회장은 반도체 업계에서 ‘미스터 반도체’로도 불린다. 1981년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각종 기술 개발을 주도해 삼성 반도체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세계 최초의 기가급 D램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며, 수백여 편의 논문과 특허를 내고 CEO 임기 중에도 학술 활동에 소홀하지 않았던 전형적인 ‘학자형 CEO’다.

그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2018년 이후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에서 시장점유율을 공고히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적으론 D램에서 3나노미터(nm) MBCFET, 낸드에선 128단 V낸드에 이은 200단 이상의 차세대 낸드 개발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산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FMS 평생공로상(2016년)과 아이멕 평생혁신상(2017년)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1969년 세워진 삼성전자에 53년 역사상 회장 직함은 그와 총수였던 고(故)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단 여섯명에 불과하다. 2018년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회장이 되기 전까진 무려 18년간 전문경영인이 회장 직함을 단 전력도 없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역사를 쓰고 떠나는 김 회장에 대해 회사가 최고의 예우를 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를 양산하는 평택 2라인.(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신임 대표이사는 낸드플래시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과 플래시를 담당해온 그는 2014년 오늘날 낸드플래시의 최첨단 기술인 3차원 V낸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기여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상을 받았다.

지난해 초 삼성전기 대표이사가 된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시장 전반의 성장 과정에서 삼성전기의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9년 매출 7조7183억원, 영업이익 7409억원이었던 삼성전기 실적은 지난해 말 매출 8조2087억원, 영업이익 8291억원에 이어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7조5362억원, 영업이익 1조128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기판 사업에서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과 통신 모듈 사업에서 와이파이를 정리에 나서는 한편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반도체용 기판, 5G 통신모듈 등은 강화하고 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기술자로서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경영에선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삼성그룹 5대 전자계열사(삼성전자·디스플레이·SDI·SDS·전기) 가운데 유일한 50대 CEO로서 조직 수평화와 혁신에 강점을 가졌다고 알려져있다. 삼성전자가 경 사장을 통해 반도체 조직 문화를 선진화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로서도 김기남 체제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하기보단 경 사장을 통해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선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오늘날 업계 화두가 되는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가 신사업을 위해 어떤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지 주목해야 할 이유다.

삼성전자는 “(경계현 사장은)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견인하는 등 경영역량을 인정받은 리더”라며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DS부문장 선임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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