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훈 사장.(사진=HMM)
▲ 배재훈 사장.(사진=HMM)

지난해 5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HMM이 IT(정보기술) 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고 주문했다. 해운업계의 변화에 대응하고, 물류인프라를 IT로 통합 관리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배재훈 HMM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배 사장은 "2021년은 어느 해보다 뜻깊은 한해였다"며 "HMM은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다졌으며 24K·16K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확보를 완료했고, 선대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해운분야보다 글로벌 경영의 전문가로 꼽힌다. 1953년생인 그는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26년을 LG전자에서 보냈다. △LG반도체 해외마케팅·미주지역 법인장 △LG전자 모바일부문 북미법인장 및 MC 사업본부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 △판토스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2019년 3월부터 HMM의 '선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배 사장은 올해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이연소비로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컨테이너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046.66(2021년 12월31일 기준)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돌파했다. 업계는 해운시장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있는 상황이다.

배 사장은 "2022년은 무수한 기회와 위협이 상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 경영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성장과 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요 글로벌 경쟁선사와 화주는 수직적 통합과 공급망 직접관리, 연관 산업 진출을 통해 적극적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물류와 IT 역량 강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동시에 패러다임 변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HMM의 민영화 또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대목이다. HMM의 최대주주는 24.96%를 보유한 산업은행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M&A 여건이 조성되면 산업은행의 보유지분을 조금씩 낮춰야 하는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M&A는 유관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경영 상황이) 적자로 전환할 수 있어 (경영 정상화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HMM의 전환사채를 출자전환해 보유지분을 12.35% 포인트 높였다. 시장에서는 HMM 매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올해 HMM 매각이 재추진될지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에 따르면 HMM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후 포스코홀딩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빅딜'이 필요한 상황이다. HMM 인수 후 벌크선 분야를 육성한다면 철강재와 수소, 암모니아를 운송할 수 있는 점은 큰 메리트다.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HMM의 잠재적 원매자로 언급돼 왔다. HMM을 인수할 경우 현대글로비스를 글로벌 해운사로 단번에 도약시킬 수 있는 점이 메리트다. HMM의 인수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여 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 또한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23.29%의 지분을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향후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면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현 상황에서 HMM은 국내 대그룹에 매각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HMM의 '역대급' 흑자 경영에는 해운시장의 호황이 원인이었던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경영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배 사장은 HMM을 민영화할 수 있게 경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게 과제다.

▲ HMM 영업이익률 추이(자료=HMM IR북)
▲ HMM 영업이익률 추이(자료=HMM IR북)

올해 3분기 HMM 누적 매출은 9조3511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4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률은 50.0%를 기록해 중후장대 기업 중 수익성이 가장 우수하다. 누적 순이익은 2조6644억원을 기록해 순이익률은 28.4%에 달했다.

지난해 컨테이너운임이 고공행진하면서 원가율은 47.0%까지 낮아졌다. 2019년에는 100%를 넘었는데 손익구조가 '천지개벽'한 것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HMM은 차입 상환에 나섰다. 올해 3분기 리스부체를 제외한 총차입금은 1조33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2조4310억원에 달했는데 3개 분기 동안 44.8%(1조914억원) 줄었다.

▲ HMM 부채비율 추이.(자료=HMM IR북)
▲ HMM 부채비율 추이.(자료=HMM IR북)

국제회계기준(IFRS) 변경에 따라 운용리스는 부채로 인식되는데, HMM의 리스부채는 같은 기간 28.7%(1조586억원) 증가한 4조7417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MM은 용선을 늘린 영향이다.

부채비율은 99.8%를 기록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부채 중 대부분은 용선으로 인한 리스부채이다. 이를 고려하면 HMM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우량한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사 중 가장 부채비율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부채비율을 기업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에서는 수주 산업에서 부채비율을 재무건전성의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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