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는 곳에서 한 달 살면서 일하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라인 직원들. (사진=라인)
▲ 원하는 곳에서 한 달 살면서 일하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라인 직원들. (사진=라인)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원격근무(리모트 워크)’ 제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원격근무를 실시했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상관없이 원격근무 자체는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조건이기도 했는데, 팬데믹으로 원격근무 제도 도입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인재 채용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은 최근 국내에 한정했던 원격근무를 해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라인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부터 라인의 한국 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전 직원 원격근무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어 2021년 7월부터 공식적으로 ‘하이브리드 워크 1.0’ 제도를 도입했다. 전일 완전 재택부터 주 N회 재택까지 사무실과 재택 근무를 조합해 선택할 수 있는 혼합형 근무제다.

해당 제도는 올해 6월 말까지 1년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원격근무를 해외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하이브리드 워크 2.0’ 제도를 현재 검토 중인 것이다. 라인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라인 전체 임직원의 60.2%는 사무실 출근 없이 완전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전체의 92.9%는 주 3회 이하로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원격근무 방식이 기본이었던 스타트업도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를 운영 중인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사무실은 있지만 아예 회사 설립(2018년)때부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업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장소 제약 없이 본인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곳이라면 사무실에 출근한 뒤 카페에 가서 일해도 되고 타 지역에서 장기 원격근무를 해도 된다. 지난해 10월엔 제주도 협재와 애월 근처에 ‘제주 힐링 오피스’라는 이름의 워케이션(여행지에서 일하는 것) 전용 사무실도 마련했다.

회사 설립때부터 별도 사무실 없이 완전 원격근무 방식을 적용한 곳도 있다. 2020년 설립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다. 언제·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하다. 직원들의 출퇴근 스트레스를 없애고, 시간 및 주거비를 절약, 업무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서울 및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울산·부산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있고, 미국·일본·하와이·홍콩 등 다른 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 현재 해외 근무자는 직원 총 90여명 가운데 10% 정도다.

모두 인재 확보를 위한 복지 차원이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라인에선 사내 여러 복지 제도 가운데 하이브리드 워크 제도가 가장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라인 관계자는 “출퇴근 준비나 이동 등에 드는 시간을 아껴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고 체력 면에서 훨씬 더 능률적이라는 의견이 있다”면서 “또 제주에서 한 달 일하기를 진행했던 직원은 퇴사와 같은 큰 결정 없이 일을 하면서도 제주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덴트코퍼레이션 관계자도 “개개인마다 능률이 오르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면서 “원격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은 업무 효율이 올랐다고 이야기하고 실제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능률이 올라가면서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하며 높은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게는 ‘글로벌’ 인재 확보 목적도 있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 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완전 원격근무고, 실제로 이 때문에 인재들이 모이고 있어 앞으로 회사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가 글로벌 인적자원(HR) 솔루션 기업 딜(DEEL)과 공동으로 국내 스타트업 236개사를 대상으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인재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해외에서 현지 외국인을 채용한 스타트업 86개사 가운데 ‘원격근무’를 조건으로 채용 계약을 맺은 사례는 90.7%로 78곳으로 집계됐다.

인덴트코퍼레이션 역시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처음부터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했단 설명이다. 라인은 글로벌 회사다 보니 2018년 원격근무 제도 시행 이후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직원들 간 원격근무 문화나 인프라가 이미 정착됐다.

이처럼 업계에선 원격근무 제도가 원래부터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조건이기도 했는데,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들에 원격근무 제도가 도입되면서 글로벌 인재 채용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격근무 제도 도입으로 다른 국가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 전보다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리모트 채용 플랫폼인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도 관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단 뜻을 밝혔다.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는 기업이 해외 지사나 법인 설립 없이 전 세계 180여 국가에서 현지 규정을 준수하며 신속하게 현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 측은 “원격근무 본격 도입으로 많은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팬데믹이 글로벌 채용 트렌드를 10~15년 정도 앞당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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