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에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술이 스며들었다.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기기를 이용해 의료 기술을 숙달하는 식이다. 또 재활 훈련과 인지 능력 측정에도 VR·AR 기술이 접목됐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를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이후의 제약·바이오 기술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등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 보건의료 미래 혁신기술’이란 주제로 진행된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기술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는 물론 △학술행사(콘퍼런스) △비즈니스 공개토론회(포럼) △투자설명회(인베스트페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17번째를 맞는 바이오 코리아는 국가 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목표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눈길 사로잡은 메타버스 홍보관…올해 첫 운영
올해 행사에선 특히 ‘메타버스 홍보관’이 처음으로 운영되며 관람객의 발길을 살로잡았다. △뉴베이스 △인그래디언트 △룩시드랩스 △테트라시그넘 △테크빌리지 △엠투에스 총 6개 기업이 의료 산업과 접목된 메타버스 기술을 선보였다.

이들이 선보인 기술은 ‘교육과 측정’으로 압축된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의 제한으로 응급 치료 훈련 등이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양질의 비대면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면 응급 현장을 가상의 공간에서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는 동시에 전문가 없이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이 같은 산업 동향이 한눈에 들어왔다.

교육 솔루션과 함께 다양한 측정 기술도 전시됐다. VR·AR 기술이 공간 지각 능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솔루션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지능력을 측정하거나 재활 치료에 VR을 활용하는 기술들이 눈에 띄었다.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 내 마련된 메타버스 홍보관에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사진=정두용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 내 마련된 메타버스 홍보관에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사진=정두용 기자)

메타버스로 CPR 교육부터 인지측정까지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메타버스 홍보관에 가자마자 가장 먼저 마네킹이 눈에 들어왔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볼법한 심폐소생술(CPR) 교육 마네킹이었지만, 키오스크(무인단말기)와 VR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가 함께 설치돼 있다는 점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테트라시그넘이 개발한 이 CPR 교육 솔루션(메타 CPR 1.0)은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1:1 피드백을 할 수 있다. 5개의 센서가 내장된 마네킹으로 사용자가 CPR 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를 기반으로 부족한 부분과 잘한 부분을 전달하는 식이다. 키오스크에 설치된 센서로 별도의 장비 착용 없이 사용자의 손을 VR 화면에 표시해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VR 콘텐츠로 제공되는 정보 역시 세밀하게 구성됐다.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및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개발에 참여한 결과다. 이를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해 CPR 교육 효과를 높였다.

직접 VR 기기를 쓰고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눈앞에 심정지 환자가 있는 듯 실감 나는 상황에 금세 몰입됐다. 절차에 따라 CPR을 진행했고 3분도 안 돼 땀이 나기 시작했다. 교육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김윤준 테트라시그넘 상무는 전시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심정지의 경우 1분 안에 CPR 조처를 해야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관련 지식이 없으면 선뜻 나서기 힘들다”며 “CPR은 30분 교육만으로도 숙달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져 최근 배울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솔루션을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119구급대가 이송한 급성심장정지 환자는 3만1652명이다. 생존율은 7.5%에 불과했다. CPR 교육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상무는 “키오스크 없이 VR 기기만으로 교육이 가능한 솔루션도 올해 7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CPR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테트라시그넘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 솔루션 ‘메타 CPR 1.0’을 전시한 모습.
▲ 테트라시그넘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 솔루션 ‘메타 CPR 1.0’을 전시한 모습.

룩시드랩스가 선보인 VR 기반 인지 기능 측정 솔루션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룩시드랩스의 루시(LUCY)는 인지기능을 주기적으로 검사, 변화 추이를 확인하고 예방적 관리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VR HMD에 별도의 장치를 결합하고 사용자의 뇌파 신호를 감지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룩시드랩스는 VR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측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때 발생하는 생체 신호를 측정 사용자의 인지기능을 검사하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룩시드랩스 관계자는 “전문 생활관리사 및 복지 서비스 기관에서 루시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다양한 임상 시험을 통해 측정의 정확도를 입증했다고”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VR 기기 기반의 뇌질환 환자의 재활치료 솔루션(테크빌리지) △VR 간호 시뮬레이션(뉴베이스) △영상 진단 보조 솔루션(인그래디언트) △눈 건강 진단 VR 솔루션(엠투에스) 등이 메타버스 홍보관에 전시됐다.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룩시드랩스의 VR 기반 인지 기능 측정 솔루션 루시(LUCY)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정두용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룩시드랩스의 VR 기반 인지 기능 측정 솔루션 루시(LUCY)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정두용 기자)

50개국 참여…K바이오 산업 ‘활성화’
보건복지부는 올해 바이오 코리아 행사에 50개국 700여 기업이 참여하고 약 1만4000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는 △디지털 전환 △AI △빅데이터 등 미래형 신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신·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차세대 혁신 연구기술 등도 활발해지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최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첨단치료기술 △디지털 헬스 △기술비즈니스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발표 및 토론도 마련했다. 면역항암제·마이크로 바이옴·알츠하이머 진단 등 차세대 신기술에 대한 동향을 알 수 있는 자리다. 또 코로나19 이후 바이오헬스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소개와 함께 정밀의료 도입을 위한 바이오헬스 데이터 활용 등에 대한 전략 논의도 진행된다.

▲ 뉴베이스 관계자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에서 VR 간호 시뮬레이션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사진=정두용 기자)
▲ 뉴베이스 관계자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2’에서 VR 간호 시뮬레이션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사진=정두용 기자)

비즈니스 공개토론회(포럼)는 바이오 헬스 분야 기업들의 활발한 기술·비즈니스 교류를 목적으로 진행된다. 국내·외 기업 및 해외 대사관 등이 참여로 기술이전은 물론 투자 유치 등 비즈니스 성과 창출을 위한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비즈니스 파트너링에서는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머크(Merck), 베링거인겔하임(Boehninger lngelhei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다. 사업발표회(BIO LIVE)에서는 론자(Lonza), SCM생명과학, 고큐바 테크놀로지 등 마케팅 및 판로개척에 관심 있는 국내·외 기업이 자리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의 수출 주력산업 육성, 디지털 헬스케어와 빅데이터 기반 첨단·정밀의료 확산을 목표로 보건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바이오 코리아 2022를 통해 미래기술인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재생의료·마이크로바이옴 등 첨단 치료기술 등 최신 동향을 알아보고 국내 우수한 바이오헬스 기술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지난 17년간 우리 보건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바이오 코리아 행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기술 거래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의 한 단계 높은 도약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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