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BT(바이오 기술) 및 IT(정보 기술) 관련 국정과제를 진단하고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IT서비스 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공 분야의 상용 소프트웨어(SW) 활성화 정책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개발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민·관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 항목에는 공공 분야에서 민간 클라우드 및 상용 SW를 우선 이용하도록 하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중심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 공공 분야에서 상용 SW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은 IT 서비스 및 SW 기업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간 IT 서비스 및 SW 기업들은 주로 SI(시스템통합) 방식의 공공 SW 사업에 참여했다. A부처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기업은 그 부처의 요구사항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SI 방식은 발주처의 요구사항을 맞춰주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결과물을 다른 부처나 민간 시장에 재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공 SW 사업은 각 부처들의 빠듯한 예산 탓에 사업 금액은 기업들이 이익을 남길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입찰 과정에서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로 평가를 받기에 가격 경쟁도 펼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 금액은 더 내려간다. 기업들이 하나의 부처나 공공기관만을 위한 프로젝트에 인력을 투입하지만 '남는게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다.

이처럼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삼성SDS·LG CNS·SK㈜C&C와 같은 대기업들은 과거에는 해외 진출을 위한 구축사례(레퍼런스) 확보 차원에서 공공 SW 사업에 참여했었지만 현재는 정부의 '대기업 공공 SW 사업 참여제한' 제도로 인해 일부를 제외한 굵직한 사업에는 입찰조차 할 수 없다. 중견이나 중소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사업은 대기업이 주 사업자로 참여해야 작은 기업들도 컨소시엄의 멤버나 협력업체로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세종시에 위치한 과기정통부.(사진=과기정통부)
▲ 세종시에 위치한 과기정통부.(사진=과기정통부)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정책을 내놨다. 대기업이 공공 SW 사업 금액의 50% 이상을 내는 민간 투자형 사업이나 중소 기업이 주 사업자로 있는 일부 사업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토록 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여전히 시큰둥했고 과기정통부는 최근 '공공혁신플랫폼' 사업을 통해 각 부처나 공공기관들이 공공 SW 사업을 기존의 SI 방식이 아닌 상용 SW를 도출해내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1개 과제를 공공기관이 민간투자 방식으로 기획하는 것을 지원하며 내년에는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 방향은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공공분야에서의 상용 SW 활성화 정책과도 방향성이 같다.

기업들은 윤 대통령과 과기정통부의 상용 SW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간 기업들도 공공 SW 시장에서 상용 SW가 많이 도입돼야 업무가 효율화되고 기업들이 또 다른 시장을 창출 할 수 있다고 숱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 SW 시장에서 상용 SW가 많이 탄생하고 활성화되려면 표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각 부처나 공공기관들이 주로 업무에 활용하는 기능을 각 모듈로 구현할 수 있는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공공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기능에 대해 표준화된 정의가 있다면 기업들은 그에 맞춰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표준화에 맞춰 개발이 됐으므로 A부처의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SW라고 해도 일부 최적화 작업만 거치면 B부처나 다른 공공기관에도 적용하기가 수월해진다. 기업들은 특정 부처의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다른 시장에도 판매할 수 있고 또 다른 매출원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IT 서비스 및 SW 기업들의 공공 시장 참여도도 높일 수 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상용 SW와 SaaS 생태계 활성화 정책의 방향에 대해 공감하지만 표준화 작업을 먼저 하면서 기업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개발형이 아닌 표준화된 모듈을 활용하는 조립형 SI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IT서비스 기업에서도 공공 SW 시장에서의 표준화·유연화 작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공공 SW 시장은 보안이나 각종 규제로 경직돼있어 결과물을 다른 시장에 적용하기엔 사실상 어렵다"며 "SW를 보다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제약을 보다 유연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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