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대우조선해양)
▲ (사진=대우조선해양)

수주 상황이 크게 개선돼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조선사들이 노사 갈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이 올해까지 이어졌고, 지난 5월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곧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이 실적이 반영될 전망이다.

조선업계의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이다. 당초 사내하청 업체의 노사 갈등이었는데, 임단협이 장기화되면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피해를 입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달 18일 도크를 점령하면서 선박 건조에 차질이 빚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루마다 2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하청 노조의 불법 행위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글로벌 빅3 조선소에서 노사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건 사용자인 조선소와 노조가 현재 상황을 정반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들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주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현재 건조하고 있는 물량은 선가가 낮은 시기 수주한 것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조선업 불황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조선사들은 수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원청은 물론 하청업체 노동자의 처우도 악화됐다. 과거 고통 분담에 동참했던 만큼 조선업이 살아났으니 다시 이전 수준의 임금을 달라는 게 이번 갈등의 본질이다.

'원상 회복' 요구하는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조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해 국내 조선3사는 2014년 4월을 기점으로 '실적 잔치'를 끝냈다. 2011년부터 불거진 '아랍의 봄' 사태가 2014년 4월 절정을 맞았고, 저유가 시대가 열렸다. 해양플랜트와 드릴십 등 원유 및 가스 시추 설비를 수주했던 조선3사는 수주 물량이 취소되고, 미인도 사태가 이어졌다. 바다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캐는 사업은 저유가 시기에는 채산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3사가 2014년 조 단위 적자를 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은 3조24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우조선해양은 55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같은해 18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1조50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조선사들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유일하게 해양플랜트와 드릴십을 건조할 수 있는데, 이렇다 보니 조선3사는 수주 물량만 늘리는데 급급했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해양플랜트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해양플랜트 부문의 유휴 인력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졌던 것이다. 

조선3사는 부실을 최대한 빨리 털어내기 위해 조 단위의 자구안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고, 대우조선해양은 5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규모는 1조5000억원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생산 인력(원청) 2300명 감축 △임금 20% 삭감 △전사원 1개월 무급 휴직 △국내외 자회사 14곳 매각 △서울본사 옥포 이전 △플로팅도크 2기 매각 △하청인원 포함 총 인원 3만명 유지 △신입사원 연봉 3500만원으로 감축 등을 담은 자구안을 확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도 축소됐다. 기성금이란 공사 진척에 맞춰 원청업체가 사내하청 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비이다. 사내하청 업체는 공사비를 받아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영업에 필요한 각종 자재들을 구입한다. 

업계에 따르면 사내하청 업체들은 과거 원청이 자구안을 추진하면서 기성금이 축소됐다. 그러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도 이전보다 악화됐다. 현재 농성 중인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상여금이 축소돼 실질 임금이 줄었다.

▲ (사진=민주노총)
▲ (사진=민주노총)

민주노총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하청 업체는 직원에게 지급하던 상여금을 폐지했다. 업체에 따라 상여금은 최대 550%에 달했는데, 상여금이 축소되면서 실질 임금이 크게 줄었다. 경력 15년의 사내하청 노동자 A씨는 2016년 실수령액이 4328만원에 달했는데, 이듬해 3621만원을 받았다. 상여금이 폐지되면서 임금이 약 16.3%(707만원) 줄어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는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상여금을 폐지하는 내용의 취업규칙보다 근로계역서가 우선한다는게 판결의 취지였다. 그럼에도 상여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고, 사내하청 노조는 상여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유아무개 노조 간부는 건조 중인 선박 15m에 올라 고공 농성 중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대우조선...적자 기업의 '딜레마'

대우조선해양이 노사갈등을 풀려면 사내하청에 지급하는 기성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사내하청 업체는 사실상 사내하청 노동자를 관리하는 '인력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기성금을 올리면 업체들도 임금 인상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1조6998억원에 달했다. 전년 675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적자로 모두 까먹었고, 지난해 말 1조12억원의 결손금을 쌓았다. 지난해 4조4865억원을 벌었는데, 6조336억원을 원가로 지출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원가율은 134.4%를 기록해 조선3사 중 가장 높았다. 현대중공업은 102.5%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의 원가율은 111.5%를 기록했다. 조선3사 모두 벌어도 남는 게 없는데, 대우조선해양은 3사 중 가장 손해를 보면서 영업을 했던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열악한 재무구조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523.1%를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본다. 조선업은 수주산업으로 선수금이 부채로 잡힌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 높게 유지되는데, 이를 고려해도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4413억원을 기록했다. 단기차입금은 1조3471억원, 장기차입금은 1조2713억원을 기록했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만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이자비용으로 1153억원을 썼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8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는 마이너스(-) 45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발주사에 선박을 인도하면서 잔금이 들어와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는 어떨까. 올해 1분기 영업 현금흐름은 -7258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사는 '헤비테일(heavy tale)'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선박 건조 후반기와 인도 시기에 대금이 집중된다. 나머지 시기는 조선사가 보유 현금을 활용해 자재를 구입하고, 임금도 지급한다.

올해 1분기 현금흐름을 보면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영업 현금흐름은 매우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무엇을 봐도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기업은 경영 환경이 불확실 할 때 직원의 임금 인상에 인색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팬데믹에 따른 이연소비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추가적인 원가 인상이 예상된다.

2020년 한해 동안 조선용 후판(steel plate) 평균 단가는 톤당 67만7647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톤당 108만5091원으로 60.1%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121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1.9% 인상됐다. 2020년과 비교해 후판 가격은 79.2% 인상됐다. 강재(section)는 같은 기간 89.4% 올라 올해 1분기 톤당 130만2308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내하청 노조의 고공 농성에도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고용관계가 없다. 사내하청 노동자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원청은 사내하청 노조와 교섭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소유인 도크를 점검했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원청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주인'이 없는 적자 기업이다. 하청 노조와 교섭할 의무도 없지만,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인 만큼 조만간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노사갈등이 고공 농성 등으로 나타날 경우 정부가 나서 사회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적자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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