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넘버스팀>이 알면 좋을 스타트업·혁신기업 생태계 정보를 소개합니다.  

▲ 양종운 원데이타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 양종운 원데이타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설화랑’, ‘금고깃집’. 근처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회식 장소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고깃집을 운영하는 회사는 IT기업인 ‘유런테크’의 자회사 ‘원데이타’입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하고 있는 ‘오아시스’가 생각났습니다. 오아시스의 모회사도 IT기업 ‘지어소프트’죠. 오아시스가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물류 프로그램이 꼽힙니다.

유런테크와 원데이타를 설립한 양종운 대표를 만났는데요. 역시 “이익 구조 없는 사업은 안 한다”고 자신했습니다.

01.
‘IT기업’이
왜 ‘고깃집’을?

일단 유런테크는 14년 정도 됐고요. 시스템 구축 업무를 하는 SI(System Integration) 회사입니다. 그동안 적자 한 번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실적을 보니 매출 △147억원(2019년) △146억원(2020년) △121억원(2021년), 영업이익 △2억3600만원(2019년) △2억4000만원(2020년) △1억6600만원(2021년)을 기록했네요.

원데이타는 유런테크로부터 일부를 하청받아 개발 업무를 하는 조직들로 만들어진 회사인데요. 2012년 설립됐습니다. 원데이타의 IT 사업부에서 했던 작업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보공시 구축 △롯데손해보험 VSP G 스토리지 시스템 리뉴얼 △세이브더칠드런 서신 번역시스템 개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가상화 시스템 구축 등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2019년 고깃집을 열고 ‘F&B 사업부’를 만들고 2021년 ‘플랫폼 사업본부’를 만들게 됐는데요.

원데이타는 사실 약간의 적자(2018년 매출 6억원, 영업손실 2400만원)를 보고 있었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매출 △31억원(2019년) △44억원(2020년) △72억원(2021년), 영업이익 △1억6600만원(2019년) △1억9400만원(2020년) △2억4800만원(2021년)을 기록했죠.

▲ 원데이타 실적.
▲ 원데이타 실적.

시작은 양 대표가 2018년 우연하게 고깃집을 인수하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운영해본 적 없으니 별 고민없이 운영했고, 직원들은 다 도망갔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양 대표가 주방일도 떠맡게 됐는데요. 평생 해보지 못한 일을 하다보니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해보자 하고, 식당 문을 닫고 전국을 돌아다녔죠.

그렇게해서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먼저 고기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도축장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관리 감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 경로가 정해져 있고요. 도축장도 아무나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육가공 기술이 10년 동안 발달하면서 다양한 품종이 생기게 됐는데요. 종돈을 만드는 회사가 있죠. 하지만 이에 따라 키우는 방법도 다 획일화돼 있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건데, 고기는 결국 이제 공산품이 된 거죠. 그나마 사육 환경에 따라 고기 맛이 좀 좌우되고요. 또 한 가지, 그걸 어떻게 숙성할 거냐 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02.
‘자영업자’가 돼보니…

요즘 숙성 고깃집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숙성해야 맛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레시피(요리법)’을 알아야 하는 거죠. 당연히 고기에만 한정된 건 아닙니다. 빵이든 냉면이든 레시피를 알아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이 경우 자영업자들은 온·오프라인 강의를 듣거나, 직접 배우고 싶은 식당에 찾아간다고 합니다. 문제는 강의를 통해 배웠다해도, 100인분~200인분 대량으로 요리를 했을 땐 똑같은 맛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 있고요. 직접 식당에서 레시피를 전수할 경우 그 대가로 억대의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직접 겪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이 처음 식당을 하려고 하면 대량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필요하고 마케팅적인 노하우도 필요한데 그런 걸 가르쳐 주는 데가 없어요. 그리고 레시피 전수비로 많게는 5000만원~1억원을 요구해요. 사실 저도 2000만원 내고 배워봤어요. 근데 과학적이지도 않아요. 자영업자가 시작도 하기 전에 여기서 뜯기고 저기서 뜯기고, 프랜차이즈하면 또 뜯기잖아요. 하기도 전에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러고 잘 되면 모르겠는데 망하면 안타깝잖아요.”

어쨌든 실제로 현장 조사와 공부 등을 통해 제대로 식당을 운영해봤더니, 순수익이 한 달에 2000~3000만원씩 찍히는 걸 봤습니다. 괜찮겠다 싶어 2019년에 본격적으로 고깃집을 열고 F&B 사업부를 만들며 피봇(사업전환)한 셈이죠.

03.
‘푸드테크’ 회사가 된
원데이타

그래서 양 대표는 IT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고 외식업 운영에 있어서의 비효율을 줄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고 했는데요.

먼저 고깃집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시스템을 설계해 적용했습니다. IT기업이라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원데이타가 운영하고 있는 고깃집 4곳은 센트럴키친(중앙 공급형 주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센트럴키친에서 한 요리가 각 음식점에 공급이 됩니다.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택한 방식이죠.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려다보니 대형 조리 시설이 필요했어요. 손님이 연간 50만명이 오거든요. 예를 들어 김치찌개가 월 기준 7000개 정도 나가는데요. 새벽에 센트럴키친에서 다 끓이죠. 전날 주문을 받아 각 매장에 공급하는데요. 주문이나 정산 등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업무들을 다 전산화했습니다.”

그리고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다 수집했습니다. 당연히 레시피도요. 어떤 온도에서 어떻게 구웠을 때 고기가 맛있는지 등등. ‘식품 R&D(연구개발) 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갖고 있는 데이터가 상권 분석입니다. 고깃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데이터를 수집했죠.

“이 동네 어떤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는지, 구매력은 어떤지 시간대별로 다 체크했어요. 이를 가지고 데이터 분석을 했죠. 어느 위치에서 어떤 식당을 해야할까. 마곡의 특징이 또 임대료가 비싸요. 그런데 2층은 1층보다 싸죠. 대기 공간인 1층으로 들어와서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로 식당들을 만든 이유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마케팅 분석 등을 통해 오픈한 지 두 달만에 대박집이 됐습니다.”

이와 관련한 교육 콘텐츠들은 올해 안에 다 풀 계획입니다. 원데이타의 플랫폼 ‘파이브잇’을 통해서요. 파이브잇도 자체 개발했는데요. 이 때문에 자체 분석 툴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는 이용자 데이터도 풍부합니다.

04.
‘셰프 IP’의
권리화와 상품화

파이브잇은 ‘셰프 IP(지식재산) 플랫폼’입니다. 온·오프라인 연계 실무 교육이 가능한 프로페셔널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강의 플랫폼 시장을 겨냥한 겁니다. 자영업에 도전하려는 이들도 타깃이지만, 요즘은 일반인들도 이런 교육에 대한 니즈가 높죠. 그리고 이 분야 역시 트렌드가 중요해서 현업에 있는 이들의 수요도 계속해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파이브잇의 오프라인 클래스는 지난해 6월 공식 오픈했는데요. 현재까지 배출된 오프라인 수강생은 1100여명이고요. 오프라인 클래스 참석자의 약 85%가 온라인 클래스로 신규 가입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유료 콘텐츠 구매 전환율은 20%고요.

그런데, 셰프 IP 플랫폼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뭘까요. 쉽게 말해 셰프의 레시피를 전수할 수 있는 강의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셰프 입장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권리화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입니다.

“똑같은 레시피라도 셰프마다 노하우가 다르거든요. 그게 그 셰프의 IP고, 저희는 그걸 상품화하는 겁니다.”

▲ 파이브잇과 함께 하고 있는 셰프들. (사진=원데이타)
▲ 파이브잇과 함께 하고 있는 셰프들. (사진=원데이타)

사실 셰프들에게도 그동안 안타까운 점이 있었는데요. 셰프마다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권리화가 잘 돼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 파이브잇 플랫폼 사업본부에 소속된 변리사도 참석했는데요.

“(변리사) IP의 범위라는 게 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 등이 있는데요. 레시피의 경우 특허가 될 수 있어요. 어떤 맛의 개선을 이뤘다든지, 원가 절감을 이뤘다든지. 큰 업체들의 경우 독자적인 IP를 권리화하고 돈을 벌고 있죠. 단, 권리화하기 전에 공개하면 안 됩니다. 신규성이 상실되거든요. 상표나 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셰프님들 가운데 사전에 권리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해 이미 노하우를 풀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즉 파이브잇은 셰프의 IP를 권리화하는 것도 돕고, 이를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건데요. 셰프 입장에선 자신을 브랜드화할 수 있고 돈도 더 벌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또 다른 상품화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이 ‘제조’입니다. 셰프 IP를 활용한 상품을 제조부터 판매까지 해주려는 거죠. 셰프 입장에서도 라이선스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05.
원데이타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달라

제조는 왜 하려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상품 판매 중개 역할만 하는 플랫폼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사람을 모으고 규모만 커지면 될 거라 생각해요. 중개 역할만 하면서 마케팅 경쟁을 하며 소비자들을 뺏고 빼앗기죠. 물류 비용만 잔뜩 들어가고 인건비만 올라가고요.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거냐는 거예요. 하지만 인프라를 먼저 갖고 있던 전통적인 커머스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에 맞춰 PB(자체개발상품)를 만들어요. 이를 온·오프라인에 다 심어두죠. 내가 만들지 않고 남의 것을 판매하면 결국 누군가의 위협에 질 수밖에 없어요.”

▲ 원데이타 사업. (사진=원데이타)
▲ 원데이타 사업. (사진=원데이타)

센트럴키친을 통해 제조한 것들은 현재처럼 고깃집에만 공급하는 것이 아닌, 셰프 IP를 활용한 B2B2C(기업과 기업간 거래 + 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둔 겁니다. 조리 과정은 좀 더 효율적으로 자동화해 나갈 거고요. 장기적으로 생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인데요.

B2B 타깃층은 셰프와 수강생 등입니다. 현재 파이브잇 강의 수강생의 80%는 자영업자인데요. B2B로 팔려는 것은 ‘반제’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요즘 유행하는 샌드위치 중에 잠봉뵈르라고 있죠. 여기에 들어가는 햄은 숙성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자영업자들이 다 만들 수 없으니 B2B로 제공하려는 겁니다. 실제 이와 관련한 셰프들의 니즈도 확인했습니다. 자신의 매장에서 생산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리고 B2C로는 ‘간편식’ 시장에 나서려고 하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질 좋은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시스템 구축 업무를 하는 SI(System Integration) 회사, ‘원데이타’가 고깃집을 차렸습니다. 음식에 IT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사업에서 더 경쟁력이 있을 거라 보고 있는데요. 플랫폼 비즈니스도 여느 플랫폼들과 다를 거라 자신합니다. 원데이타에 대한 더 많은 스토리를 <블로터의 투자 리터러시 플랫폼(넘버스)>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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