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 (사진=뉴빌리티)
▲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 (사진=뉴빌리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배달 서비스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유통·IT업계에선 ‘라스트 마일’에 주목하고 있다. 라스트 마일이란 주문한 물품이 유통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배송되기 바로 직전의 단계를 의미한다.

라스트 마일 배달은 현재 사람이 직접 담당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배달 비용의 80~90%는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과 소비자가 이 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있는 구조다. 이에 최근 IT업계에선 로봇을 통해 라스트 마일 배달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가장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뉴빌리티는 ‘We Automate Urban Street’를 목표로 도심 속 모든 배송 수단을 자동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뉴빌리티는 지난 2017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동아리 일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초기엔 게임용 햅틱 글러브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는데,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수차례의 사업 아이템 전환을 통해 2019년 말 현재의 뉴빌리티가 탄생했다. 

뉴빌리티는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누적 투자 268억원을 유치하고 임직원은 75명으로 늘어나는 등 건실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전 구성원의 77%가 기술·제품 개발을 담당할 만큼, 기술력에 방점을 둔 스타트업이다.

▲ (자료=뉴빌리티)
▲ (자료=뉴빌리티)

지난 5일 <블로터>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뉴빌리티 사무실에서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를 만났다. 이날 강 부대표는 뉴빌리티의 기술력과 사업 현황, 향후 목표 등을 설명했다.

뉴빌리티는 현재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NEUBIE)’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RaaS(Robotics as a Service) 플랫폼 ‘뉴비고(NEUBIEGO)를 개발하고 있다. 뉴비고는 도심 배달서비스 운영을 위한 B2C, B2B용 플랫폼이다.

먼저 뉴비는 △도심을 주행하는 배달 서비스 △골프장, 리조트 등 레저형 서비스 △아파트 단지, 대학, 병원 등 사유지에서 사용되는 커뮤니티형 서비스 등으로 운영된다.

뉴비는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로봇이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로봇은 라이다 기반과 카메라 기반으로 나뉜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해 대상 물체에 빛이 반사되어 돌아오는 거리를 측정해 주변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센서다. 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된다.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구현에 있어 라이다와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면 가장 정확도가 높다.

다만 라이다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도심 속 모든 자율주행 로봇에 라이다를 설치하기에 제조단가는 높아지고 경쟁력은 낮아진다. 이에 뉴빌리티는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로봇을 택했다.

강 부대표는 “라이다 센서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우리의 강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로봇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은 ‘비주얼 슬램’ 기술을 활용한다. 비주얼 슬램은 일상 환경에서 카메라와 센서를 사용해 위치를 추정하고 3차원 환경 지도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뉴빌리티는 도심, 골목, 골프장, 리조트, 캠퍼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강 부대표는 “비주얼 슬램 기술을 사용하면 도심지에서 GPS가 먹통인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며 “또 실내에서는 GPS가 되지 않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가 실내 통합 관리를 지원할 때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매핑’ 기술을 사용한다. 매핑은 센서·카메라 데이터를 이용해 주변 환경에 대한 3차원 형상과 구조를 표현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비주얼 슬램으로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정확한 위치를 추정하고, 매핑을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한 공간 모델을 생성해 장애물을 인식한다.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값비싼 장비와 센서를 사용해 매핑 로봇을 따로 제작한다. 그러나 뉴빌리티는 매핑 로봇의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기존 서비스 로봇인 뉴비를 활용했다.

강 부대표는 “매핑 로봇과 서비스 로봇을 따로 만들면,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며 “우리가 만든 서비스 로봇을 많은 포인트(도심, 사업장 등)에 제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확장성”이라고 말했다.

▲ (자료=뉴빌리티)
▲ (자료=뉴빌리티)

또 다른 한 축인 뉴비고는 도심 배달서비스 운영을 위한 B2C, B2B용 플랫폼이다. △주문 접수·처리 △배차·경로 관리 △모니터링·제어 △고객 인증 등 배송의 시작부터 고객에게 도달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뉴비고는 현재 다양한 파트너사와 플랫폼 사업화를 위해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뉴빌리티가 파트너사에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뉴빌리티의 플랫폼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뉴빌리티는 파트너사와 플랫폼 연동을 최우선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강 부대표는 “값이 싸면서도 높은 기술력의 자율주행 로봇을 만드는 것도 경쟁력이지만, 단순히 로봇만 개발하면 사업화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우리는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사의 사업화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뉴빌리티는 세븐일레븐, 국회도서관, 삼성웰스토리의 골프장로봇 등 자율주행 로봇 추가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삼성웰스토리,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등과 협력하여 골프장, 리조트 내 식음료 배달과 판매 서비스 등을 운영하며 B2B 사업 모델의 시장성도 검증했다.

뉴빌리티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배달 로봇뿐 아니라 순찰 로봇 사업도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순찰 로봇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를 통해 자율주행 로봇의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미래 먹거리를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 부대표는 “로봇을 만들면서 생각보다 순찰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의 이동 등 로봇 주행은 우리가 가장 잘 할수 있는 분야다. 이런 부분에서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강 부대표는 로봇 퀄리티를 높이면서 매출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 부대표는 “현재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동시에 우리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이라며 “앞으로 현실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