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IT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진단하고 인재상을 소개합니다.

▲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스' 회장.(사진=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스' 회장.(사진=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이하 델)'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주로 노트북과 데스크톱PC 등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델이 만드는 제품은 웬만한 기업들의 전산실이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델은 일반 소비자용 제품뿐만 아니라 서버와 스토리지 등 기업용 제품 시장에서도 글로벌 강자이기 때문이죠.

서버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서비스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고성능의 컴퓨터를 말합니다. 스토리지는 각종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컴퓨터예요. 쉽게 말해 서버는 계산하고 스토리지는 기억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바일 앱을 하나 만들더라도 서버와 스토리지는 필수적입니다. 델은 이 시장에서 수십년간 IBM·HPE·레노버 등의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면서도 여전히 많은 기업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델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글로벌 ICT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기술의 진화가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해 판단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델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보였어요. 14세때 부모님을 졸라 애플Ⅱ PC를 구입했어요. 당시 가격이 현재의 가치로 5000달러(약 660만원)인 고가의 PC였습니다. 그는 PC로 게임을 하거나 각종 소프트웨어를 경험하는 것에서 나아가 분해해서 각종 부품을 살펴볼 정도로 호기심으로 가득했어요.

당시 IBM의 PC가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그는 PC의 물량이 여유가 있는 도시에서 여러대의 PC를 구입한 후 물량이 부족한 도시에 파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텍사스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결국 그는 1984년 의대에 진학하지 않고 PC’s 리미티드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며 사업을 시작했어요. 오늘날 글로벌 기업인 델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회사는 남다른 영업 및 공급 방식으로 설립 4년만인 1988년 시가총액 8000만달러(약 1050억원) 규모로 성장했어요. 1999년에는 결국 PC 업계 1위에 오릅니다. PC뿐만 아니라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와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리더가 됩니다. 1994년 파워엣지 서버를 출시한 회사는 소형 스토리지로 사업을 확대했어요.

EMC 인수하며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우뚝
글로벌 서버 시장을 주도하던 델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스토리지 시장의 강자 EMC를 인수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는 2015년 EMC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후 정부의 승인 과정을 거쳐 2016년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당시 발표된 인수 금액은 총 670억 달러(약 76조원)로 역대 글로벌 ICT 기업간 인수 금액 중 최대 규모입니다.

델과 EMC가 하나가 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서버와 스토리지는 기업이 ICT 기반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환경입니다. 델은 서버 시장에서, EMC는 스토리지 시장에서 강자였는데 둘이 한 가족이 되었으니 업계에서는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 셈이죠. 서버와 스토리지를 함께 기업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갖게 됐습니다.

델은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단숨에 1위로 뛰어 올랐어요. 넷앱이 2위에 올라있고 IBM과 HPE 등이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버와 스토리지의 강자들이 만난 기업을 추격하는 것이 쉽지 않겠죠.

델의 큰 두축인 인프라 솔루션 그룹(ISG)과 클라이언트 솔루션 그룹(CSG) 중 ISG가 강력한 스토리지까지 얻은 셈입입니다. ISG는 △서버 △스토리지 △백업 △재해복구 △HCI(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네트워크 스위치 등을 다룹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웬만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셈입니다. CSG는 △기업·소비자용 노트북 △게이밍 기기 △데스크톱PC △워크스테이션 △모니터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델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2023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247억 달러(약 32조원), 영업이익 18억 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습니다. 비 GAAP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24억 달러(약 3조원)입니다. GAAP는 미국이 채택한 회계기준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과 구분됩니다.

경기 침체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델이 실적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여전히 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96%가 델의 고객입니다. 한국도 공공기관을 비롯해 제조·금융·통신 등의 주요 기업들이 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클라이언트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어요.

시스템 안전성이 생명이 기업들은 한번 도입하고 신뢰하기 시작한 장비는 웬만하면 바꾸지 않고 유지하려고 하죠. 델은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서버와 스토리지를 글로벌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데이터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안정적인 ICT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기업들이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클라우드로 진화하는 서버 스토리지 제조사
기업들이 시스템 운영 환경을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델도 전략적인 변화를 추구했어요.

온프레미스란 서버·스토리지 등의 장비들을 사내 전산실이나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환경을 말합니다. 기업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방식이예요. 클라우드는 전문 기업들이 외부에 구축해놓은 환경을 빌려쓰는 형태입니다. 서버·스토리지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되다보니 초기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쓴만큼 비용을 내는 구독형 서비스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이 주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로 꼽힙니다.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는 델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서버·스토리지를 더 이상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은 아니었어요. 보다 중요한 데이터는 온프레미스 형태로 사내에 보관하고 덜 중요하지만 더 효율적으로 쓸 목적의 데이터는 외부 데이터센터에 보관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클라우드를 선택한 기업들도 생겨났어요.

이는 델에게 또 하나의 기회였습니다. 델은 서버나 스토리지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 '델 에이펙스'를 선보였습니다. 기업들이 장비는 소유하되 운영과 업데이트 등의 관리는 델이 맡아서 해주는 방식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내에 중요한 데이터는 보관하면서 운영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세계 170여개국에 있는 IT 인프라 관리를 위해 델 에이펙스를 도입했어요.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의 학습을 필요로 하는 '초거대AI' 구축에 도전하는 것도 델에게는 기회입니다. AI 엔진이 빅데이터를 학습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의 서버와 스토리지가 필요합니다. 클라우드 상에서 빅데이터 학습을 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하겠죠. 때문에 초거대AI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온프레미스 기반의 고성능 장비들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델은 이에 대응해 올해 11월 7종의 고성능 서버 신제품들을 공개했습니다.

인재상: 인류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라
델은 ICT 기업이죠. 그만큼 기술 개발이 중요해요. 하지만 단순히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을 추구합니다. 델은 자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도전자들에게 탄탄한 기술적 기본기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포용력을 지닌 유연한 사고를 갖출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래야 고객의 디지털 전환(DX)이라는 도전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델의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1차 실무진 면접-2차 임원 면접 순으로 이어집니다. 서류전형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합니다. 1차 실무진 면접에서는 서류전형에서 본 내용을 검증합니다. 2차 임원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역량이 회사의 조직문화나 가치에 부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평가해요. 직군에 따라 영어로 면접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회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다양한 활동도 펼칩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부품으로 차세대 노트북을 만드는 '콘셉트 루나'라는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서버에는 새로운 수냉식·공랭식 쿨링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결국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환경 보호에 일조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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