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와 주정부를 중심으로 ‘틱톡 퇴출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립 대학도 동참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몇 주에 걸쳐 위스콘신대학교, 텍사스대학교, 조지아대학교, 오번대학교 등 미국 내 대학교 최소 20곳이 틱톡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대학교들이 틱톡 사용을 금지하자 “미국의 젊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전역에 틱톡 금지령을 내릴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사진=틱톡)
▲ (사진=틱톡)

금지 조치에 따라 학생, 교직원, 직원, 방문객 모두 학교 소유 기기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 틱톡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일부는 학생들 개인 기기에서도 틱톡을 삭제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주 정부 주 의원들에게 압박을 받아 이러한 조치를 내렸다. 해당 의원들은 주정부 소유 휴대전화 등의 장치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등을 내렸다.

최근의 조치로 각 대학교가 운영하던 인기 틱톡 계정도 중단됐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물리천문학 틱톡 채널은 15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제 소개란에 ‘우리는 더 이상 틱톡에 영상을 게시하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최신 비디오를 확인하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해당 채널의 마지막 영상은 지난해 12월 6일에 업로드됐다.

텍사스 A&M의 경우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주정부 기관 장치에서 틱톡 금지령을 내린 후에 캠퍼스에서 틱톡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애벗 주지사는 주정부 차원의 금지 조치를 취하며 “틱톡은 이용자의 장비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중국 정보에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요 주립 대학도 주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로리다대학교는 최근 “금지령을 도입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밝혔다.

미국 전역의 많은 대학이 틱톡 금지를 확대해나가며 학생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텍사스대학교 4학년 학생인 그레이스 페더스턴은 “틱톡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할지 말지는 미국 시민들이 각자 선택해야 할 문제”이며 “대학교 차원의 금지는 학생들의 개인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연극학을 전공하는 페더스턴은 틱톡에서 브로드웨이쇼, 사회 트렌드와 시사 관련 영상을 보고 전공과 관련된 자신의 영상을 업로드하는데도 앱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틱톡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대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사용을 중단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부 교직원들도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케이드 비버도프 텍사스대학교 화학과 부교수는 “나는 과학을 재미있고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도구로 틱톡을 활용하고 있었다”며 “학교 차원에서 그 도구를 빼앗아가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버도프는 틱톡에서 ‘화학자 케이트’(Kate the Chemis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약 19만4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 ‘VM웨어’의 수석 보안 전략가인 릭 맥엘로이는 틱톡의 보안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맥엘로이는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틱톡과 같은 앱에서 수집된 대량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주요 인사를 추적하거나 표적으로 삼아 허위정보 확산이나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틱톡은 이미 중국 정부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나아가 틱톡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직원과도 사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바이트댄스 직원이 기자 3명의 틱톡 정보에 몰래 접근했다고 보도한 후 최근 바이트댄스는 이를 인정하고 틱톡 및 바이트댄스 임원을 경질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틱톡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특히 위험한 일”이라고 전했다. 틱톡은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포함된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왈라루미디어’에 따르면 틱톡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8000만명인데 이 중 60%는 16~24세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연령층이다. 터프츠대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일하게 과반수가 민주당을 선호한 연령대는 30대 미만이었다. 2024년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텍사스대의 페더스턴의 경우 다음 대선 기간에 후보를 고를 때 틱톡을 계속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현지시간)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과 켄 벅 하원의원이 틱톡의 미국 전역 사용 금지를 제안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틱톡 차단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만일 미국 정부가 실제로 일반 국민들도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젊은 층으로부터 큰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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