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한편 일부 연준 관리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히며 시장이 금리인상 종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보였다. 

(사진=미국 상무부)
(사진=미국 상무부)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 예상치인 3.3%를 밑도는 것이다. 또한 9월의 상승률인 3.7%도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는데 이 또한 시장 전망치인 0.1%를 밑돌았으며 9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인 0.3%보다도 낮았다.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도 크게 개선됐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0%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예상치인 4.1%보다 낮게 집계됐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9월의 0.3%보다 낮게 집계됐다. 

미 노동부는 10월 휘발유 가격 하락세가 근원 CPI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CPI 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0.3% 상승해 전월 대비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거비의 지속적인 하락이 근원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로 낮추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가격지표인 이른바 초근원(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블룸버그는 “10월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둔화돼서 시장은 이를 연준이 금리인상을 마쳤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날 10월 CPI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는 장중 4.5% 아래로 급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7.6%로 반영됐다. 전날의 85.5%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1분기에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 후 이르면 5월부터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싸움의 어려운 부분이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금리인상의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여정에서 좋은 출발이지만 임무를 완수했다고 말하기 전에 0.2%의 수치가 몇 달 동안 나오는 것을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연준은 매파적 발언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인플레이션을 장기적으로 2%의 목표치로 낮추겠다는 연준의 의지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계속해서 경게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0월 CPI 공개 후 한 행사 강연을 통해 “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품 인플레이션이 이미 낮아지고 비주거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으로 조정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추가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과정에서는 항상 약간의 장애물이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한 행사에서 최근 몇 달간 물가 압력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이 2%까지 완만하게 내려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려왔지만 하락폭의 상당 부분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힘입은 코로나 시대의 가격 급등을 부분적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주거비와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역사적인 수준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한 연설에서 “정책을 더욱 긴축하는 것이 적절해지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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