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에서 실적 악화 및 국내외 게임 사업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이사 내정자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이사 내정자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엔씨소프트는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제2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인사말을 통해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사로서 과감하게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며 "모든 임직원이 상호보완할 수 있는 원팀(One Team)구조로 공통된 목표 아래 결집해 새로운 만족을 주는 전략과 전술을 창출하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업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택진 공동대표는 북미 일정으로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구글 클라우드 등 북미 현지 협업 사업을 위해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에서 마크 로메이어 구글 클라우드 AI(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인프라 부문 부사장을 만나 양사 클라우드와 AI 분야의 글로벌 협업 영역 확대 등 AI, 클라우드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글로벌 협업 모델을 수립했다.

이와 관련해 구현범 엔씨소프트 COO(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는 "구글과의 AI(인공지능) 협업 관련 미팅 외에도 실적과 관련된 미팅이 잡혀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립 첫 공동대표 체제

박 내정자는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순이익 213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2022년 대비 아쉬운 결과를 거뒀다"며 "지난해 이래 글로벌 게임 시장은 불안한 상태로, 당사 역시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주가 하락 등에 대해 주주들에게 매우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엔씨소프트는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자체개발한 우수 IP(지식재산권), 인재, 자산, 성공과 실패 노하우 등 여러 중요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충분히 다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내정자는 또 "2024년은 엔씨소프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제가 공동대표로 선임되면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경영 효율화 △데이터 작업 프로세스 완비 △M&A(인수합병)와 투자를 통한 IP 확보 등 4가지 키워드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주주들께서도 믿고 지켜봐 달라"고 마무리했다.

특히 이날 박 내정자는 글로벌 신작과 관련해 윤송이 전 CSO(최고전략책임자)가 북미 현지에서 신작 '길드워3'를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사장은 김택진 대표가 전문경영인인 박 내정자를 영입한 이후 CSO직을 내려놓고 엔씨웨스트 사장과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엔씨소프트의 북미와 유럽 지역 사업을 아우르는 자회사다. 

그는 윤 전 사장에 대해 "CSO로서 여러 기관과 협업하고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데 역할을 해 왔다. 엔씨소프트의 변화 기조에서 본사 CSO직을 내려놓는 용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의 신중한 글로벌 조직개편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안신혜 기자)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안신혜 기자)

 

김택진 상반기 상여금 '0원'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김택진 공동대표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택진 대표와 김택헌 전 수석부사장의 높은 보수에 대한 지적에 관한 답변이었다.

2023년 엔씨소프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김택진 대표는 급여 25억5900만원, 상여 46억6500만원 등 총 72억4600만원을 수령했다. 김 공동대표의 상여금 산정 기준은 리니지W 출시 및 운영, 글로벌 성과 창출에 따른 특별 장기기여인센티브와 임원 장기인센티브 등이다. 김택헌 전 부사장은 급여 11억원, 상여 20억7600만원 등 지난해 총 32억원을 받았다.

28일 오전 기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0만5500원으로 최고가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구현범 부사장은 김택진 대표의 보수 규모가 과도하다는 의견과 관련해 "엔씨소프트 보상위원회는 (성과 등 자체 기준에 따라)김택진 CEO(최고경영책임자)의 올해 상반기 상여금을 0원으로 이미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엔씨소프트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보상 철학을 지속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기업"이라라며 "김택진 대표가 보상에 직접 개입한 적은 없다. 보상 제도는 매출과 이익에 연동돼 있으며, 보상위원회가 미리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구 COO는 "이달 중순 공시된 바와 같이 김 대표의 보상은 전년(123억8100만원) 대비 41.5% 감축됐다"며 "3~5년에 걸쳐 지급하는 장기인센티브, 특별 인센티브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브랜드 가치·확률형 아이템 질문 이어져

현재 엔씨소프트의 기업 이미지가 훼손돼 브랜드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내정자는 "엔씨소프트가 현재 게임업계, 이용자, 스트리머 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장르 게임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방안이라고 본다. 올해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게임과 다른 게임이 나올 것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또 엔씨소프트 내 개발자 이탈 현상에 대한 질문에는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판교 등지에서는 이동이 많았다. 다만 지난해부터 개발자 이탈이 줄어들고 있고, 개발자 고용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또 지난 22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 질문도 이어졌다.

박 내정자는 "새로 출시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거의 없을 것이며, 기존 게임의 경우 게임 밸런스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없을 수는 없으나, 정보공개 의무화 전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개정안 시행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에 맞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는 7월부터는 인게임(게임 플레이 화면 내) 실시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한다.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김택진, 박병무)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재호) △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이 모두 원안 가결됐다.

이날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박병무 내정자는 기존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사내이사로 변경된다. 박 내정자는 같은 날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동대표로 정식 부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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