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

재계 31위 효성그룹을 이끌었던 조석래 명예회장이 29일 오후 6시38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 명예회장은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며 '기술 중시'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는 효성그룹의 핵심 DNA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기술 집념 갖춘 경영인…'스판덱스' 성장동력 부상

1935년생인 조 명예회장은 경상남도 함안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 화학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대학교수를 준비하다 부친 고(故) 조홍제 창업주의 부름을 받고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996년 효성중공업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996년 효성중공업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효성)

 

조 명예회장은 재계 안팎에서 기술에 대한 집념을 지닌 경영자로 통한다. 그는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산업입국'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조 명예회장은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효성은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1990년대 초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소탈한 성품의 '민간 경제 외교관' 

 조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와의 경제협력 강화에 기여했다. 한미 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며 민간 외교부문에서 한미FTA 체결에도 큰 공헌을 했다. 또한 한미FTA 체결 당시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기여하고 △대일 무역 역조 해소 △한일간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한일경제공동체 추진 등 한국 경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앞장섰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2007년 6월 제20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양국 의회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 촉구'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2007년 6월 제20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양국 의회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 촉구'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효성)

 

조 명예회장은 31·32대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 활성화, 여성일자리 창출 및 일·가정 양성 확립 등에 기여했다. 특히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 경제외교 활성화를 견인했고 한국경제의 위상을 높여왔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소탈한 성품을 지닌 걸로 알려졌다. 겉치레로 격식 차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겼고 회장이라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조 명예회장은 대부분의 일정에 홀로 움직였다. 중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마중 나온 임원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조 명예회장이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한 일화도 유명하다.

 

원활한 계열분리 작업…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을 전망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은 앞으로 효성그룹의 앞날을 이끌 전망이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조현준·현상 형제에게 독립 경영을 물려주기 위한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 ㈜효성은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으로 구성된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포함한 신설 지주를 맡게 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다. 두 형제가 각각 이끄는 회사의 계열분리 작업이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로 예측된다.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가 형제들과 마찰을 빚고 회사를 떠난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사실상 연을 끊은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은 형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조홍제 창업주의 방식과도 닮아있다. 조 창업주는 경영 승계를 위해 지난 1980년 효성그룹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기존 효성은 장남인 조 명예회장이 이어받았고,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은 각각 차남(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3남(조욱래 DSDL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부친 조홍제 창업주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부친 조홍제 창업주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효성)

 

한편 조 명예회장은 ㈜효성 지분 10.14%를 비롯해 △효성티앤씨9.09%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화학 6.16% △효성중공업 10.55%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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