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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시 발표 후 주가도 크게 요동쳤다. 현대차가 6%, 기아차가 15%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잇따라 밝혔다. 현대차는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면서도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애플과의 협업이 무산이냐 중단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산이라면 비밀유지약정을 위반한 현대차 책임론이 거론될 수 있다. 반면 중단이라면 애플카를 제외한 전기차나 커넥티드 등 다른 부문에서 협업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단 분석이다.

애플은 거래처에 ‘비밀유지약정(NDA)’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래업체와의 계약서에 비밀유지가 깨질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 만약 현대차와 논의가 무산됐다면, 이는 애플의 NDA 때문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월 공시로 협업을 간접 시인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 애플카 협상 논의 중단설이 불거진 지난 5일에도 한 외신은 기아가 이르면 오는 2024년부터 애플의 브랜드를 부착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만큼 애플이 NDA를 걸고 넘어졌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블룸버그> 등 몇몇 외신은 “애플은 수년간 애플카 프로젝트를 비밀에 부치고 공급업체들과의 관계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통제해오고 있었다”며 “하지만 현대차의 발표가 애플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양사간 협업 무산의 배경이 현대차에 있다면 현대차가 향후 글로벌 기업들과 미래차 협업을 하는데 있어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현대차 E-GMP 플랫폼.(사진=현대차 홈페이지 갈무리)
▲ 현대차 E-GMP 플랫폼.(사진=현대차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양사가 그저 협업 중단 상태라면 머지않아 협상 재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날 현대차 공시 내용 중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한다. 이는 자율주행을 제외한 전기차 등 다른 미래차 관련해선 충분히 협업 의지가 있다고 해석되는 문구다.

특히 지난 1월 현대차그룹은 공시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는데, 2월에는 전기차를 뺀 ‘자율주행차량’이라고 붙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현대차는 2019년 말 전기차 분야에 향후 6년간 9조7000억원을 쏟아붓는 ‘2025 전략’을 공개했고, 지난해 12월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공개했다. 차체 모터와 배터리 등 파워트레인이 탑재되는 뼈대를 현대차가 만들면 그 위에 고객사가 원하는 차체를 얹히는 식이다.

현대차그룹은 800V 충전 시스템을 대량 생산한 첫 전기차 제조사다. 시장은 현대차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 공개 1년도 안 돼 아이오닉5과 CV모델 등 자사 전기차는 물론 로보택시도 준비하는 만큼 빠르게 저변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의 공시를 ‘협상력 강화’의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이 없어도 E-GMP의 큰 그림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지의 반영이란 의미다. 현대차와 애플 간 전기차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이유다.

▲  애플카 상상도.
▲ 애플카 상상도.

[영상 디자인 : 김진영·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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