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또 '화재'난 LG배터리, 중요성 커진 리스크 관리

발행일 2021-02-17 11:58:32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승용차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다 버스에도 불이 났습니다. 정확히는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서 도로를 달리던 현대자동차의 전기 시내버스 일렉시티에서 불이 났다고 합니다. 화재로 버스가 전소됐으나 다행히 당시 버스 내에 승객은 없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번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차량 시스템의 결함일 수도 있고 배터리의 결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버스에는 현대차 코나EV에 탑재된 배터리와 동일한 배터리가 장착돼 있었다고 합니다. 코나 EV는 그동안 국내서만 13차례 화재가 발생하며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화재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이슈입니다. 그러나 화재 발생이 누적되며 공식적인 조치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2017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제작한 코나EV 7만7000대를 리콜한다고 밝힌 것이 시작입니다. 이후 미국 자동차업체 GM은 2017∼2019년 사이 생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 6만8000여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는 LG화학이 오창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돼 있습니다. GM과 현대차가 리콜하기로 결정한 차량 대수만 14만5000대에 이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EV.(사진=현대차)


배터리 화재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입니다. 차량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의 비용 집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업계에서는 조만간 국토교통부가 코나 EV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 결과에 업계 눈과 귀가 집중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LG화학은 2020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시 코나 EV 화재와 관련해 “현재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충당금 규모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당사는 매달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워런티(보증금)로 쌓고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매출액 일부를 내규에 따라 보증금으로 쌓고는 있지만, 코나 EV 화재와 관련한 일회성 충당금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최근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다소 입장을 바꿨습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은 일정규모 충당금 설정했다”고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화재 문제가 실제 비용의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제품 판매 보증금을 쌓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죠.

(출처=LG화학 2020년 4분기 실적 IR자료.)


LG에너지솔루션의 충당금 반영은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4분기 매출액은 4조127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0%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반대로 1688억원에서 1158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5.4%에서 2.8%로 떨어졌고요. 물론 여기에는 코나EV 충당금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당금도 반영이 됐습니다.

LG화학은 컨퍼런스콜에서 “화재 원인 규명 남아있으나 리콜 진행 상황보면 추가적으로 새로 쌓을 충당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추후 대규모 충당금 혹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 EV에 탑재된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최근 보도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셀과 배터리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배터리시스템 전량 교체를 추진한다는 것인데요. 우선은 화재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리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죠.

관건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교체비용 분담률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해 배터리 전량 교체에 나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내부적으로 분담률을 설정하지도 않고 배터리 교체에 나설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한 쪽의 잘못으로 밝혀질 경우 배터리 교체 비용 대부분을 부담해야 하니까요.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데 구체적으로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1조원의 금액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두 업체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어 이번 코나 EV 화재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2022년경 IPO가 예상됐으나 신속한 자금 마련을 위해 IPO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배터리 화재 책임소재가 LG에너지솔루션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원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 할 수도 있죠.

서로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합의와 연관 짓는 해석도 나옵니다. 어쨌든 코나 EV 화재로 인한 배터리 전량 교체 비용은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계획에 없었던 것이긴 합니다. 애초에 3분기 충당금으로 설정해놓지도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죠.

지난 10일(미 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합의 진행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서둘러 코나 EV 화재 리스크를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합의금이 고스란히 배터리 교체 비용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돈이 필요해진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출처=LG화학 2020년 4분기 실적 IR자료.)


최근 몇 년간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비용까지 써야하니 합의금을 더 필요로 할 만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년간 시설투자에만 6조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습니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은 똑같은 이유로 합의금을 내주기 싫겠죠. 경쟁업체 투자를 도와주는 꼴이니까요.

과연 지난해 10월부터 코나EV 화재 사건을 조사 중인 국토부는 어떤 결과를 발표할까요. 또 60일의 한정된 시간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어떤 합의안을 도출할까요. 이 결과들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향후 성장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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