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방향적인 지원이 아닌 (네이버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방향적인 지원이 아닌 (네이버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년된 ‘원로 스타트업’입니다. 잘나가는 ‘로켓’은 우리가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저희도 그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네이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단 걸 깨닫게 됐어요.”

네이버 스타트업 육성조직 D2SF는 8일 출범 6주년을 맞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타트업 투자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D2SF를 이끄는 양상환 리더는 “초기에는 단기간에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에 대한 투자 비중이 80%였다”면서 “네이버와의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면서 투자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D2SF가 지난 6년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70개, 총 투자액은 400억원에 이른다. 이들 중 65%는 법인을 세우고 첫 투자금을 유치한 파트너가 D2SF였다. 전체 투자팀의 70%가 후속투자를 받았고, 생존율은 무려 99%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총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어디에, 왜 투자했나

D2SF는 투자를 고민할 때 네이버와의 ‘궁합’을 주로 본다. 스타트업과 네이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6년간 D2SF를 통해 네이버 내 각 조직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한 스타트업만 670여곳이다. D2SF가 지난해 818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D2SF에 가장 기대하는 항목 1위도 ‘네이버와의 교류·협력’이었다. 활발한 협업은 D2SF의 강점이다.

양 리더는 “투자팀 중 71%가 네이버와의 접점을 찾는데 성공해 구체적인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스타트업과 네이버의 여러 기술·서비스 조직이 교류하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왔고, 실제 협력으로 이어져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창업 직후 D2SF 투자를 유치했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라이’는 네이버랩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구축했다. 네이버랩스는 이를 활용해 고도화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로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ALT에 탑재한 바 있다.

▲ △제2사옥에 마련될 새로운 스타트업 전용 공간은 막 창업한 업체나 예비 창업 단계에 속한 팀들이 네이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네이버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 △제2사옥에 마련될 새로운 스타트업 전용 공간은 막 창업한 업체나 예비 창업 단계에 속한 팀들이 네이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네이버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협력의 물길은 인수·합병(M&A)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네이버는 AI 챗봇 모델링 스타트업 ‘컴퍼니AI’를 인수했다. 2019년에는 버즈뮤직을 스노우가 사들였고, 비닷두(V.do)는 지난해 네이버웹툰 품에 안겼다. 양 리더는 “D2SF는 기업형투자사(CVC) 성격을 갖고 있어 처음 투자할 때부터 M&A를 고려한다”며 “D2SF가 투자한 모든 스타트업은 잠재적 M&A 대상”이라고 말했다.

D2SF는 단기적으로는 네이버의 사업영역과 연결고리가 희미하더라도 멀리 봤을 때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양 리더는 “당장은 네이버와 협력할 가능성이 낮아도 점 찍듯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네이버 다른 기술 조직들과 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너지를 내는 스타트업을 찾는 건 직관적으로 알기 쉬워요. ‘아웃라이어(Outlier·성공 잠재력이 보이는 기업)’들은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하죠. 그래서 더 좋은 아웃라이어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단적인 예로 D2SF는 지난 2017년 딥러닝 기반 반도체를 개발하는 ‘퓨리오사 AI’에 투자했다. 법인도 설립되지 않았던 데다가 반도체 제조는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때였지만, D2SF는 “알파고 쇼크 직후였고 훗날 AI 인프라가 중요해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이 스타트업을 점 찍었다. 퓨리오사 AI는 이달 D2SF 등으로부터 800억원 규모의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D2SF는 자율주행·로보틱스·클라우드 등 각 영역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에 활용할 방안을 들여다 보는 중이다.

D2SF의 투자 윗선에는 네이버 경영진이 자리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만 담당하고 있지만 별도 자회사가 아닌 사내 조직이기 때문이다. D2SF는 경영진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자금도 100% 네이버 자본·예산으로 집행된다. 양 리더는 “네이버 경영진과 (투자정보를) 공유하고 ‘스파크’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좋은 투자팀에는 가급적 많이 투자한다’는 게 기본적인 명제다. 괜찮은 스타트업을 만나면 공격적으로 예산을 증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네이버는 M&A를 포함한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양 리더는 “구체적으로 숫자를 밝힐 수 없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빠른 속도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으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후속투자도 작년부터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술 스타트업은 자본 활주로가 긴 영역이기 때문”이라며 “네이버가 첫 투자한 스타트업에 후속투자를 하는 게 시장에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도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D2SF는 연내 완공 예정인 네이버의 제2사옥에 1개층 규모로 스타트업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스타트업들이 이곳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다양한 기술 시험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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