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행·보험·카드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사들은 인지도가 아닌 개인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온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현황과 이슈를 짚어봤다.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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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주인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마이데이터'란 ‘내 데이터의 주인은 기업이나 기관이 아닌 바로 나’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개인의 예금·대출 내역부터 쇼핑 정보 등을 축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폐쇄적으로 관리됐고 정작 데이터의 주인인 개인이 권리를 주장하기도 쉽지 않았다. 또한 곳곳에 흩어진 정보를 모아서 한눈에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 여기저기에 흩어진 자신의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다. 앞으로 소비자는 △금융 상품 가입 내역 △자산 내역 △카드 거래내역 △보험정보 △대출 △투자정보 등의 다양한 정보를 한 곳에서 쉽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을 비롯해 보험·카드·증권·자산관리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집대성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오는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금융권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의 참전까지 이뤄지면서 회사의 사활을 건 격전이 곧 벌어질 전망이다. 

흩어진 내 정보를 한눈에 확인·관리

마이데이터 사업은 민간기업들이 개인의 정보를 취급해야 하는 민감성 때문에 정부의 허가제로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28곳이며, 지난 4월 진행된 2차 사업자 신청에는 총 31개 기업이 뛰어들었다. 

향후 더 많은 기업이 사업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 수요조사 결과 총 116개 회사가 수요조사서를 제출했다. 금융회사 55개사, 핀테크 기업 20개사, 비금융회사 41개사 등이 마이데이터 허가를 희망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 범위가 무척 광범위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19조원 수준인 데이터 산업을 2025년까지 43조원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국민에게 데이터 주권을 주는 동시에 기업에게는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펼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 먼저 내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본인정보 통합조회’가 쉽게 이뤄진다. 소비자가 각 업체에 정보이동을 요청한 데이터들은 모두 마이데이터 업체로 전송되고,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하나의 앱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맞춤형 금융상품을 분석·추천까지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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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모으면 분석과 활용도 쉬워진다. 수집된 금융정보를 분석하면 개인 신용도, 재무 위험성, 소비패턴 등이 파악되는데, 이를 토대로 낮은 금리와 수수료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고, 신용관리를 통해 신용점수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특화된 정보관리·자산관리·신용관리 등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마이데이터 시대의 핵심이다. 

금융회사들은 개인 금융거래, 신용정보, 결제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통해 이용 가능한 금융상품 목록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미 계약 중인 금융상품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 있다면 추천을 받아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활성화 이후) 금융상품의 조건을 비교해 유리한 상품에 가입하고, 금융회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타 회사 상품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며 “또한 금리인하 요구, 프로파일링 대응권 등의 권리 행사를 통해 데이터 주권이 강화되고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의 판도가 바뀐다…인지도보다 ‘서비스’

마이데이터 시대가 가져올 미래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에게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위기 요인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기관의 인지도가 아닌 소비자가 선호하는 금융상품의 혜택을 기준으로 시장경쟁력의 판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고객이 언제든 머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은행들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고객 세부 정보가 없었으나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함께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개인에게 딱 맞는 서비스로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기존의 기존 자산·지출관리 앱 ‘KB마이머니’을 통해 동일 연령대와 자산을 비교해주고 투자 성향 등을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신한은행은 모든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자산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마이자산서비스’를 고도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자사의 앱 하나원큐에서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고객의 신용정보 등을 활용해 한도와 금리를 분석한 후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마이데이터 사업을 앞두고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안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제23차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은행‧카드사‧보험사 등 모든 금융권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필요한 데이터를 찾기 쉽도록 데이터 통합지도를 구축하고, 표준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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