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마이데이터 시대에는 은행·보험·카드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들은 인지도가 아닌 개인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온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현황과 이슈를 짚어봤다.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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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통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개막이 8월에서 사실상 연말 이후로 연기됐다.

최근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사업자들과 협의를 통해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구축 의무화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소비자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시점은 늦춰지게 됐다. 

코로나19 영향, 개발자 부족 등 이유 유예
시행 시기가 연기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업체들의 유예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8월 4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정보 수집 시 스크래핑을 중단하고 의무적으로 API 시스템을 활용해야 했다. 

스크래핑 방식은 고객의 동의를 얻은 뒤 외부 기관에서 데이터를 한 번에 긁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는 4일부터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우수한 API 시스템 활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대형 금융사와 달리 일부 중소 규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비대면 IT 개발 수요가 급증하자 관련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고, 통합인증수단 제공 추진 등으로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API 의무화 기한 유예 요청을 해온 것이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트래픽 과부하 관리 등을 위해 충분한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충분한 사전테스트 등을 위해 API 의무화 기한 유예를 검토하겠다”며 “구체적 유예방안은 정보제공자별 준비상황 등을 감안한 차등유예 또는 업권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한 일괄유예 등에 대해 추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요정보, 마이데이터 제공 범위에 포함
업권별로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렸던 ‘적요정보’ 관련 문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요청대로 진행하게 됐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에 적요정보를 마이데이터 제공 데이터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적요정보란 은행 계좌입출금 거래와 관련해 수취·송금인 성명·메모 등이 기록된 정보를 말한다. 

만약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내역에서 이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송금·수취인 이름을 알 수 없게 된다. 그간 은행권은 제3자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 오·남용 등을 우려하며 적요정보 공개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네이버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소비자 편의 차원에서 적요정보 제공이 꼭 필요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적요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용자가 은행 계좌를 통해 무엇을 얼마나 썼는지 알아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민감한 정보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차원에서 거래 상대방이 특정·식별될 수 있는 계좌번호는 제공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적요정보 제공 시 소비자에게 별도로 위험을 고지하고 별도 동의를 받는 한편, 소비자 본인의 조회 목적 이외 활용은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입 개수는 자유…“소비자 선택에 맡길 것”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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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개수 제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개인당 마이데이터 가입 개수를 최대 5개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용자가 여러 곳에 가입했다가 만약 한번이라도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우려가 나왔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 가입 개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소비자의 편리성 추구와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5개 가입을 모두 채운 사용자가 다른 곳에 또 가입하려면 해지 후에 가능하게 된다. 또한 자금력이 크고 인지도가 높은 회사로 쏠리면 다른 중소 사업자는 선택에서 제외되는 일이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1인당 가입횟수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경우 중소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시장 진출이 사실상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에 맡길 것”이라며 “대신 소비자가 서비스 가입 전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 숙려사항을 안내받고 서비스 가입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과도한 경쟁 막아라…경품 금액도 제한
이외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자 간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 경품지급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된다.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일어날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사업자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경품지급 제한 기준은 지금의 금융업권별 이익제공 제한 수준을 참고할 전망이다. 현재 은행은 3만원, 카드는 평균 연회비의 10%, 보험은 연간 납입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으로 이익제공이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3만원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사용자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이전에 위험성 등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알고하는 동의양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모바일 환경에 맞게 스크롤, 링크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된 전송요구 및 동의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금융위는 “추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7월 중 금융 마이데이터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API 의무화와 관련해 구축 진행상황 등을 감안하고 구체적 유예일정을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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