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가 ICT 업계의 화두인 가운데, 게임이나 커뮤니티를 넘어 오프라인 전시회를 메타버스에 구현한 사례도 등장했다. 비대면, 디지털 중심 트렌드를 겨냥한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은 점들은 아쉬움을 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2021 스마트국토엑스포'를 개최했다.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당초 오프라인 행사로 기획됐지지만 코로나19 방역 단계가 격상되면서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눈에 띄는 점은 유튜브 라이브를 활용한 일반적인 웹 전시 외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 전시회를 동시에 진행하는 부분이다.

보통 메타버스 플랫폼은 현실과 유사한 가상현실(VR)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구성된다. 대면 소통과 비교해 시공간 제약이 없는 점, 어색함이 적고 게임적 요소를 통해 주어지는 상대적 즐거움이 장점이다.

▲ 직접 생성한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행사 갈무리)
▲ 직접 생성한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행사 갈무리)

현실적인 디자인, 오프라인과 유사한 관람 환경은 장점
바이브테크의 리얼(REAL)이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구현된 이번 스마트국토엑스포도 이 점에 충실했다. 직접 접속해 둘러본 결과 오프라인 전시장의 외형이 잘 구현돼 있었다. 디테일한 3D 부스 디자인, 부스 내부에 걸린 전시품, 진입 시 부스 정보를 알 수 있는 메뉴 활성화 등 현장 전시회 방문 경험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 전시장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각 부스와 함께 편의 기능들이 화면 내에서 제공된다 (사진=행사 갈무리)
▲ 전시장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각 부스와 함께 편의 기능들이 화면 내에서 제공된다 (사진=행사 갈무리)

이번 행사에는 국내 주요 기업으로 KT와 한컴인텔리전스가 참가했다. '플랫폼 서비스존'에 마련된 양사의 부스를 찾아가봤다. KT 부스에서는 '지오마스터(Geomaster)' 모빌리티 플랫폼, 원내비 내비게이션, AI 인포테인먼트, 제주도 차세대 교통시스템(C-ITS) 등 최근 KT가 집중하고 있는 첨단 모빌리티 기술들의 소개 이미지와 시연 영상이 전시돼 있다. 한컴인텔리전스 부스에서는 지난 1일 인수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프론티스'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 가상교육 플랫폼 'XR판도라' 소개 영상이 눈에 띄었다.

아바타 시점에서 부스를 둘러보기엔 전시품 크기가 다소 작아 한눈에 훑기 어려웠지만 근접 시 전시품을 대화면 이미지나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아니었다. 부스별 리플렛도 책자형 PDF로 제공되며 '담기' 기능을 활용하면 방문했던 부스의 리플렛을 나중에 별도의 화면에서 모아 읽을 수 있다. 업체와의 소통을 위한 '상담 신청' 기능과 간단한 메타버스 명함 교환 기능이 구현돼 있는 점도 오프라인 전시 경험을 최대한 구현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 KT의 모바일 플랫폼 소개 영상 일부 (사진=행사 갈무리)
▲ KT의 모바일 플랫폼 소개 영상 일부 (사진=행사 갈무리)

흥미롭지만 몰입감은 낮아…전시장은 3D, 전시품은 2D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여럿 보였다. PC, 모바일 등 한정된 크기의 스크린으로 관람하다 보니 3D 플랫폼이지만 실제 전시장 대비 몰입도는 낮았다. 무엇보다 행사 운영시간 동안 상주하는 부스별 관리 인력이 없어 전반적으로 적막함이 감돌았다. 보통 오프라인 행사장에서는 부스 관람 중 전시품 설명과 질문 사항을 처리해주는 응대 인력이 관람의 흥미와 깊이를 돋아 준다. 이는 상담신청 기능의 존재만으론 해소되지 않는 경험적 간극이다.

전시된 작품들 역시 기존의 홍보 이미지나 영상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실적인 디자인의 전시장과 달리 전시품들은 보통의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준과 다르지 않다. 전반적으로 행사 관람에 있어 '양방향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현실성 가미를 위해선 제품을 360도로 살펴볼 수 있는 모델링 기술, 혹은 솔루션의 일부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데모 기능 등이 추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이번 메타버스 전시회 프로그램의 경우 PC와 모바일 모두 상당한 수준의 사양을 요구했다. PC 관람은 최소사양 기준 인텔 코어 i5 이상 프로세서, GeForce GTX 560 Ti 이상의 외장 GPU, 8GB 메모리가 필요하다. 보통의 사무용 PC, 노트북보다 높은 사양이다.

모바일 역시 안드로이드 기준 퀄컴 스냅드래곤 855 이상의 중고사양 프로세서와 6GB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행사 참여를 위해선 고용량 프로그램까지 다운로드 받아야한다. 사용자 기기 수준에 따라 접근성 및 관람 품질이 낮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 '리얼'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한 모바일 요구 사양 (자료=바이브테크 홈페이지)
▲ '리얼'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한 모바일 요구 사양 (자료=바이브테크 홈페이지)

한편 아직 시중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고도화되지 않았고 이런 시도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개별 기능의 구현 수준은 아쉬웠지만 실제 전시회의 기능적 요소들을 다양하게 담아냈으며 단순 웹사이트 기반 전시보다는 높은 몰입도를 보여줬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학생들 대상이라면 비대면 교육, 비대면 현장체험 등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지속적인 사례 개발을 통해 메타버스 환경에서 비효율적인 현실 구현 요소를 걷어내고 전시장 외형보다는 실제 관람 환경과 소통 기능을 강화한다면 보다 나은 메타버스 전시 경험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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