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프로비엠 사옥 전경.(사진=에코프로)
▲ 에코프로비엠 사옥 전경.(사진=에코프로)

지주사 전환 작업 중인 에코프로가 이차전지 양극재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투자를 위해 전환사채(CB)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오너일가 지배력이 다소 약한 상황에서 지분율이 희석될 수도 있는 CB를 선택했지만, 향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에코프로는 1500억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0%로 이번 회사채 발행이 흥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자율이 0%라는 것은 말 그대로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준 대가를 얻지 못한다는 뜻과도 같다.

또 투자자에게 불리한 매도청구권(Call option)도 삽입됐다. 콜옵션 규모는 600억원으로 이번에 발행하는 CB의 약 절반 규모를 투자자들로부터 강제로 팔게 하는 계약이다. 사채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인 2022년 7월27일부터 3년 동안 에코프로는 콜옵션을 행사할 제 3자를 지정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6만4300원으로 투자자들이 전환권 행사를 원하더라도 일부는 강제로 매도해야 한다.

CB는 투자자들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환율이 높을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율 희석 또한 감안해야 한다.

에코프로의 경우 현재 이동채 회장 등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18.31%로 지배력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자산운용이 올 상반기까지 보유하고 있던 에코프로 지분율이 14.52%였다. 지난 1일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지분율은 9.16%로 줄었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지분율을 늘렸겠지만, 헤지펀드의 공격 등 예상 외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코프로가 오너일가 지분율이 감소할 수도 있는 CB를 발행한 것은 눈길을 끈다. 물론 콜옵션 등의 계약을 끼워 넣어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오랜 기간 투자금을 유치하느라 지배력이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오너일가는 향후 지주사 전환 작업 과정에서 에코프로 지배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는 지난 5월 환경사업 부문을 ‘에코프로에이치엔’이란 회사로 인적분할했다.

현재 에코프로가 보유한 에코프로에이치엔 지분은 1% 수준으로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분율을 20%로 높여야 한다. 향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에코프로에이치엔 지분 공개매수 과정에서 오너일가는 에코프로에이치엔 지분을 에코프로 지분과 맞바꿔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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