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기술·기기가 또 2021년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까? <블로터>가 설문조사와 전문가 추천 등의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를 선정, 소개한다.

"바야흐로 메타버스 춘추전국시대입니다. 현재 메타버스는 소통과 연결이 강조된 가상공간으로 다양한 형태의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모션웨이브는 그중 음악을 인공지능(AI) 휴먼에 접목하고 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을 대신하는 AI 음악가, 요즘 말로 '부캐(서브 캐릭터)'를 만들어 활약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 합니다."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이모션웨이브 본사에서 만난 장순철 대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할 신(新) 메타버스 사회를 소개했다.   
▲ 장순철 이모션웨이브 대표 (사진=블로터)
▲ 장순철 이모션웨이브 대표 (사진=블로터)

2013년 디지털 음악 솔루션 회사로 출범한 이모션웨이브는 최근 AI 음악가를 위한 매니지먼트사로 변모 중이다. 이는 큰틀에서 개인 혹은 기업용 아바타로 AI 휴먼을 제작하고, AI 작곡 지원 및 완성된 곡의 유통까지 총체적으로 서비스하는 형태다. 3D 아바타만 존재하는 기존 메타버스와 달리 AI 휴먼과 음악을 매개로 현실, 가상공간, 음악 시장을 잇는 새로운 메타버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모션웨이브는 이를 자체 개발한 디지털 에이전시 플랫폼 '에임플(AIMPLE)'로 구현한다. 장 대표는 "에임플 기반 AI 휴먼의 특징은 AI로 고객의 유전적 요소들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겉모습뿐 아니라 반복되는 작곡 과정에서 사용자의 감성을 닮은 아바타의 음악적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AI 휴먼 제작 및 작곡 과정은 사용자와 이모션웨이브, 그리고 AI의 협업 삼중주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첫 단계는 '시각화'다. 고객의 사진이나 요구사항에 맞춰 3D 엔진으로 AI 휴먼의 외형을 모델링한다. 다음은 장르를 선택한다. 가장 일반적인 '뉴에이지'를 비롯해 힙합, 재즈, 록 등 다양한 선택지가 준비돼 있다. 

▲ 에임플 AI 휴먼-작곡 프로세스 (자료=이모션웨이브)
▲ 에임플 AI 휴먼-작곡 프로세스 (자료=이모션웨이브)

작곡은 AI 창작 프로세스를 따른다. 고객이 어떤 사연이나 이유를 기반으로 특정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요구하면 AI 엔진이 이를 반영해 곡을 생성해낸다. 고객은 이를 듣고 자신의 의도에 맞춰 멜로디나 편곡을 요청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이모션웨이브 내 전문 음악팀의 손을 거쳐 하나의 곡이 탄생된다. 완성된 곡은 고객 아바타의 이름으로 실제 바이브(VIVE)나 플로(FLO) 같은 음악 플랫폼에 유통할 수도 있다. 

한발 나아가 아바타로 오프라인 연주회까지 열 수 있는 배경에는 이모션웨이브가 개발한 AI 연주밴드 '리마(RIMA)'가 있다. 이는 실제 악기에 연주 모듈을 부착해 악기가 스스로 정해진 악보를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솔루션이다. 이모션웨이브에 따르면 리마는 실제 악기를 활용하는 만큼 디지털 사운드 대비 20배 이상의 풍부한 배음과 공간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모션웨이브는 지난 5월 모 행사에서 AI 휴먼 한울과 그가 작곡한 피아노 곡을 리마로 시연해 주목받은 바 있다.

▲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AI 휴먼 한울 (사진=이모션웨이브)
▲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AI 휴먼 한울 (사진=이모션웨이브)

이처럼 사용자의 아바타는 디지털에서 사용자를 대신하는 아티스트로 존재하지만 실제 음악을 유통하거나 공연을 통해 현실의 '나'와 공존하며 음악가로서의 자아를 세상에 드러내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모션웨이브가 그리는 메타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AI 휴먼들이 모여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그들만의 음악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세계가 온·오프라인에 연결되는 것이다. 

장 대표는 특별한 마케팅을 원하는 기업이나 대외활동이 부담스러운 작곡가들도 에임플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은 대개 연예인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구매해 광고 등에 활용하지만 디지털 아티스트의 강점은 비용이 적고 영속성이 있는 것"이라며 "기업 브랜드와 마케팅 포인트에 걸맞게 최적화된 뮤지션 제작 및 매니지먼트에 대한 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기 싫은 작곡가들도 AI 휴먼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보다 새로운 형태의 창작과 뮤지션 활동을 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내 음악 활동을 통한 경제적 이익도 따를 수 있다. 에임플 기반 AI 휴먼과 음악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불가토큰)가 개별적으로 부여된다. NFT는 조작과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발행하는 일종의 디지털 증서다. NFT는 구조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존재할 수 없고 소유권이 투명하게 기록되므로 최근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빙하는 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 거래도 가능해 콘텐츠 가치에 따른 투자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 장순철 이모션웨이브 대표 (사진=블로터)
▲ 장순철 이모션웨이브 대표 (사진=블로터)

장 대표는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 메타버스 시장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지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자주 비교되는 가상현실(VR)과 달리 메타버스 서비스는 사용 기기 제약이 적어 접근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메타버스 등 디지털 변화에 대한 수용력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 최소 2년간 메타버스 시장은 지금보다 더 큰 변화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모션웨이브도 이미 '넥스트 스텝'을 준비 중이다. 장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음악과 각종 이종산업을 그 어떤 회사보다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이모션웨이브가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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