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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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조선 등에 가려져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도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 굴뚝 산업이다. 온실가스 배출 부문에서 전 산업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이는 공정 과정에서 전기와 화학 물질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화학 물질들은 지구 온도를 높여 기후를 바꾸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며 인류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환경·사회·거버넌스(ESG)를 준수하는 추세가 강화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환경오염물질 감축도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모두 만드는 삼성전자 또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9일 시스템 반도체 제품 4종이 영국 카본 트러스트(The Carbon Trust)로부터 ‘제품 탄소 발자국’(PCF·Product Carbon Footprint)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 (사진=삼성전자)
▲ (사진=삼성전자)

이번에 제품 탄소 발자국을 획득한 제품은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엑시노스 2100’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M2’ △디지털 TV SoC ‘S6HD820’ △타이밍컨트롤러(TCON) ‘S6TST21’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제품을 만드는 과정 가운데 식각과 증착 공정에서 온실가스 사용을 줄였고 소비전력 효율화를 위한 솔루션을 적용했다고 한다.

탄소저감 인증을 받은 4종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들이다. 엑시노스2100과 아이소셀 HM2는 갤럭시S21시리즈에 탑재됐다. S6HD820과 S6TST21은 8K급 디지털TV를 비롯해 자사 차세대 TV 모델에 들어간다. 이들 개별 제품의 탄소 저감 인증을 받은 건 전사적 탄소 배출을 줄여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실가스 총 배출량으로 1481만 톤을 기록했다.(자료=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실가스 총 배출량으로 1481만 톤을 기록했다.(자료=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삼성전자는 최근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전사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1515만 톤에서 2019년 1380만 톤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1481만 톤으로 도로 늘어났다. 직접(Scope1)과 간접(Scope2) 배출 모두 늘었고, 특히 제품 제조에 쓰이는 온실가스 유발 물질이 상당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과불화합물’(PFCs)이다. 탄소와 불소로 이루어진 탄화수소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모두 쓰인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2010년대부터 PCFs가스 사용을 감축하기로 했지만 삼성전자는 이 물질을 아직까지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불소화합물(HFCs), SF6(육불화황), N₂O(이산화질소) 등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꾸준히 쓰이고 있다. 이들 물질의 사용을 절대적으로 줄이거나 온실가스를 유발하지 않는 물질로 대체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ESG 행보도 좋은 평가를 받긴 쉽지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IT산업 전반이 성장하며 반도체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기존 가스를 대체할 물질을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탄소 감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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