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방송 서비스 사업의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다.

SKT는 16일 KBS, 캐스트닷에라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방송 송출 서비스를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캐스트닷에라는 SKT가 북미 유력 방송그룹인 싱클레어와 손잡고 2020년 1월에 출범시킨 합작사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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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가상화(물리 장비를 소프트웨어로 구현), AI 업스케일러, ATSC 3.0 기술 등에 주목한 공영 방송사 KBS가 SKT, 캐스트닷에라와 손을 잡으면서 SKT는 국내 UHD급 고화질 방송 전환 흐름에서 사업상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UHD 방송 가상화 송출 플랫폼을 국내에서 선보이는 건 이번이 최초다.

현재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의 '지상파 UHD 방송 활성화 방안'에 따라 2023년까지 전국에 UHD 방송망 구축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HD보다 화질이 8배 높은 UHD로 방송을 송출하려면 콘텐츠를 처음부터 UHD로 만들거나 기존 방송을 일일이 UHD로 변환해야 하므로 시간·비용적 부담이 크다. 이때 SKT가 보유한 방송 소프트웨어 가상화 기술, 캐스트닷에라의 AI 업스케일러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줄 열쇠가 된다.

AI 업스케일러는 인공지능으로 저화질 방송을 고화질 방송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방송사는 저화질 콘텐츠도 송출 과정에서 손쉽게 고화질로 업그레이드해 내보낼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의 모든 방송 콘텐츠를 일일이 UHD로 전환하거나 제작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또 송출 시스템이 가상화되면 고화질 방송에 필요한 값비싼 송출 장비를 하나하나 구축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클라우드상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다. 물리적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시간도 단축되며, 통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화를 통해 최소 두자릿수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TSC 3.0은 미국 디지털TV 방송 표준화 단체(ATSC)에서 제정한 UHD 방송 표준이다. 기존 방송과 달리 주파수에 영상, 음성 외에 '데이터'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기술이다. 방송사는 이를 활용해 고화질 영상을 보다 빠르게 전송할 수 있고 집집마다 각기 다른 데이터를 보내 맞춤형 광고를 송출할 수도 있다. 광고가 주된 수익원인 방송사 입장에서 고화질 방송 송출과 맞춤형 광고를 동시에 집행할 수 있는 만큼 ATSC 3.0은 특히 매력적이다.

SKT는 지난해부터 5G, 가상화, ATSC 3.0 등을 융합한 방송 기술 역량을 제고해왔다. 이를 통해 올해 4월에는 캐스트닷에라와 제주도에서 정부기관, 방송사, 협력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차세대 5G-ATSC3.0 융합 방송서비스를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KBS·SBS·MBC 사장단 및 EBS 기술 임원까지 참석했을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다.

▲ (왼쪽부터) 최판철 SKT Cloud사업담당, 이창형 KBS 기술본부장, 케빈 게이지 캐스트닷에라 대표, 박경모 캐스트닷에라 CTO (사진=SKT)
▲ (왼쪽부터) 최판철 SKT Cloud사업담당, 이창형 KBS 기술본부장, 케빈 게이지 캐스트닷에라 대표, 박경모 캐스트닷에라 CTO (사진=SKT)

ATSC 3.0 기술은 이후 더 발전했다. 제주도 시연 당시에는 HD를 FHD로 업스케일링 하는 수준의 시연이 이뤄졌지만 SKT가 이번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FHD 영상을 UHD로 실시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기존 GPU 대비 딥러닝 연산 속도가 1.5배 빠른 SKT의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이 AI 업스케일러에 탑재됐다.

한편 3사는 앞으로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방송 송출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사업화 협력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SKT는 5G 클라우드 기반 UHD 방송 송출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내 20여개 미디어 강소기업과 함께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SKT 관계자는 "SKT는 이미 이통사를 넘어 빅테크 컴퍼니로 변모 중"이라며 "이동통신(MNO) 사업 비중은 점점 줄고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사업 등이 지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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