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사진=한글과컴퓨터)
▲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사진=한글과컴퓨터)

김연수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대표가 또다시 한컴의 지분 '매수'에 나섰다. 증여가 아닌 지분 인수 방식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면서 승계구도를 두터이 하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백기사로 뒷받침한다.

한컴은 김 대표가 지배력 확대를 통해 미래 신성장사업을 추진하고자 추가 지분 매수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지분 매입을 비롯해 한컴의 미래 성장을 위한 주요 사업 전략 및 방향성을 회사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 주주분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컴의 주요 주주인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크레센도' 또한 한컴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컴과 재무적 협력을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에 따르면 김 대표와 크레센도의 지분 매입 방식과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간 증권시장서는 개인투자자와 2세 승계를 앞둔 기업 간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회사 차원에서 악재를 공개해 주가가 떨어지면 이 때 맞춰 2세에게 주식을 증여해 증여세를 낮추는 방식의 승계 행태가 이뤄져온 게 사실이다.

한컴의 승계 방식은 이와 다르게 주식매매로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부친인 김상철 회장과 모친 김정실 이사의 한컴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김 대표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다토즈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치씨아이에이치(이하 HCIH)를 통해서다. 당시 주가를 감안했을 때 약 30%의 프리미엄을 주고 계약을 진행했다. 이에 별다른 주가 하락이 일어나지 않고, 클라우드·우주사업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여왔다.

현재 HCIH는 한컴의 지분 9.89%를 보유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HCIH는 중견 벤처캐피탈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60% 지분을 갖고 있다. 단순한 승계가 아닌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가 함께 이뤄진 것이다. 김 대표로서도 개인이 주주로 오를 경우에 따른 증여세 부담을 덜면서도 한컴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사업 성장에 따른 배당금을 나누고, 추후 김 대표가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되사오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번 인수에 참여하는 크레센도는 iTEXT 인수, 한글과컴퓨터 투자 등 한컴그룹 및 김연수 대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오랜기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한컴 추가 지분 매입에도 참여해 재무적 투자자로서 회사의 성장에 조력할 예정이다.

김 대표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한컴의 1대 주주로 있는 한컴위드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성 높다는 분석이다. 지분 인수 대상이 한컴위드가 될지,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장내 매수가 이뤄질지 등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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