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CP(콘텐츠 제작 사업자)와의 해묵은 갈등의 원인이다. 관련해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사례를 기반으로 망 사용료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방향을 모색해본다.

▲ 서울시 중구의 SK남산빌딩(왼쪽)과 넷플릭스 로고. (사진=SKB·픽사베이)
▲ 서울시 중구의 SK남산빌딩(왼쪽)과 넷플릭스 로고. (사진=SKB·픽사베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망 사용료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CP가 ISP의 망 부담을 줄여주고 고객에게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불편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ISP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각국의 ISP들이 넷플릭스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부터 콘텐츠를 가져와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주려면 물리적인 거리가 망의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ISP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넷플릭스가 고안해낸 것이 자체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오픈 커넥트'다. CDN은 각 지역에 설치된 서버들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각 지역의 서버와 백본 인프라까지 더해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라고 부른다. 넷플릭스는 각 ISP의 망에 OCA를 설치하면 자사 서비스로 인해 발생되는 트래픽의 95~100%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대신 자사의 서비스로 발생하는 트래픽을 감소시켜 망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다.

반면 SKB는 넷플릭스가 다른 CP에 비해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망 유지보수에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해외에서 OCA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더라도 트래픽은 국내 ISP의 망을 통해 전송되므로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SKB는 일본과 홍콩에 있는 넷플릭스의 OCA를 통해 콘텐츠를 국내로 들여와 자사 가입자들에게 서비스 중이다. 한국과 일본 구간의 국제회선 비용과 국내 트래픽 소통 비용도 부담하고 있다. SKB는 OCA를 국내로 들여온다고 해도 OCA와 최종 이용자 구간의 트래픽 감소 효과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연결점에 콘텐츠를 가져다 놓는 것이 자사의 역할이고 연결점부터 이용자까지의 콘텐츠 전송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의 몫이란 입장이다. (이미지=넷플릭스)
▲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연결점에 콘텐츠를 가져다 놓는 것이 자사의 역할이고 연결점부터 이용자까지의 콘텐츠 전송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의 몫이란 입장이다. (이미지=넷플릭스)

양사는 인터넷 접속료와 콘텐츠 전송료의 구분을 두고도 맞붙었다. 넷플릭스는 ISP가 CP에게 콘텐츠 전송료를 낼 것을 강요한다면 이는 몇가지 위험요소를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고객에게 제공될 콘텐츠의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CP에 따라 콘텐츠 전송료를 낼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다른 가운데 돈을 내지 않는 CP의 콘텐츠 전송 속도가 돈을 내는 곳에 비해 느려질 수 있어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소비자가 즐기고자 하는 콘텐츠의 다양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중과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ISP는 이미 가입자들로부터 인터넷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CP에게 콘텐츠 전송료까지 받는다면 양쪽에서 이중으로 돈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또 넷플릭스는 ISP가 콘텐츠 전송료를 낸다고 해도 그 돈이 망 유지보수에 쓰이지 않아 망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ISP가 CP로부터 받은 콘텐츠 전송료를 망 유지보수가 아닌 IPTV를 위한 스포츠 중계권의 구매, 인수자금, 주주 현금배당 등의 용도로 활용한다면 망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SKB는 현행법상 인터넷 접속과 전송을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넷플릭스가 일본에 OCA를 설치하고 현지 ISP에게 접속료를 지불하며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봤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한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CP들 사이에서도 콘텐츠 전송은 ISP의 몫인만큼 CP는 콘텐츠 전송료는 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란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파트너인 ISP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로 인해 망 유지보수에 부담이 있다고 하니 파트너십의 개념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하는 것일 뿐 돈을 낼 의무는 없다는 의미다.

KT와 LG유플러스는 국내 ISP이지만 SKB와는 다소 입장이 다르다. 양사는 넷플릭스와 IPTV와 모바일 등의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의 OCA도 설치했다. KT는 OCA는 설치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CP의 망 사용료에 대해 SKB처럼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SKB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앞세운 디즈니와는 협업하지 않지만 애플과 손잡고 스트리밍서비스 '애플TV 플러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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