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열린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 (왼쪽부터)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마크 뷰제 CAF 창립임원, 쎄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메간 디무지오 CAF 사무총장. (사진=블로터)
▲ 16일 오전 열린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 (왼쪽부터)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마크 뷰제 CAF 창립임원, 쎄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메간 디무지오 CAF 사무총장. (사진=블로터)

“메타버스는 수십년 동안 전 세계 경제에 수 조 달러의 가치를 낼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고, 이는 모든 기업에 열려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 정책이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방해할 것이다. 이는 스스로 메타버스를 지배하고 세금을 부과하려 하는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스위니 대표는 앞서 지난 9월 한국에서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일명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다”라며 환영의 글을 남긴 바 있다.

스위니 대표는 특히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구글과 애플이 하드웨어, 스토어, 결제 등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각각은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수수료 때문에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이 때문에 개발사들이 성과를 내더라도 그 결실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애플이 한국의 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메간 디무지오 CAF(미국 앱공정성연대) 사무총장은 “8월 말 한국에서 법이 통과되고 구글과 애플은 법을 준수하기보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며 국회에 맞서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법안 역시 준수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구글은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결제(제3자 결제방식)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정책 변경 안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수수료율은 인앱결제 최고 30%보다 4%포인트 낮은 26%로 책정하며 외부결제의 낮은 수수료 이점을 없앴다. 애플은 현 정책이 개정법에 부합하다며 기존 인앱결제 수수료 30% 부과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일단 구글의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상태에서 제3 결제는 추가 옵션 같은 느낌이라 개선돼야 한다”면서 “또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구글과 애플이 강한 내성을 갖지 않을까 하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통위가 이달 19일 입법예고할 것으로 알려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하위법령엔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 등에 자사 인앱결제를 강요할 경우 한국 내 매출액의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처벌 규정이 담겨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개정법을 안착시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규제를 회피할 수 없게 하위 법령을 만들어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까지 시행령, 고시 등을 준비해서 정부 차원에서 예고할텐데 그 전엔 대화를 통해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하지만 가시적인 이행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문제를 앞으로 전 세계가 어떻게 공동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쎄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한국이 지금까지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니 이제 미국과 유럽, 더 많은 나라들 간 국제적으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영상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마샤 블랙번 미국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오픈 앱 마켓 법안’을 발의해 앱 마켓 사업자들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명확하고 적용 가능한 규칙을 명시하려 하고 있다”면서 “구글과 애플의 한국 법 무시가 정당과 국경을 뛰어넘어 정책입안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결속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시조 쿠리불라 인도 디지털재단 얼라이언스(ADIF) 회장도 영상을 통해 “인도 정부 또한 반독점규제 당국이 앱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에 돌입한 상태”라고 했다.

법안 통과 주도와 함께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통상에 대한 기준을 만들 때 제조업, 상품뿐 아니라 디지털 규범에 대해서도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부 있는 것 같다”면서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게 적절한지 국제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3번째 국제세미나를 미국, 프랑스, EU(유럽연합) 등에서 계속 진행해 나가면서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하고 각국 의원들이나 정부 당국자에게도 관심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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