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40대 초반의 해외파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내정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젊은 경영진 내정의 의미와 최근 글로벌 시장 성적을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점검해본다.

역대 네이버의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창업가와 기자 및 판사 출신 등 주로 각 분야의 국내 전문가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창업 초기부터 성장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무대보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네이버의 조치로 풀이된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삼성SDS에 입사한 후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네이버컴을 설립했고 이후 독립해 국내 대표 포털 사업자로 회사를 키워냈다. 그는 같은 삼성SDS 출신의 김범수 당시 한게임커뮤니케이션 대표와 각자의 회사를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합병 후에는 공동대표를 지내다가 대표 자리를 김 대표에게 맡기고 본인은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에는 NHN(네이버 전신) 재팬 회장을 맡고 유럽 사업을 챙기는 등 주로 해외 사업을 챙기며 직함도 GIO를 유지하고 있다. 개발자 출신의 이 GIO는 특유의 꼼꼼함과 치밀함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웠고 현재는 해외 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의 합병이후 NHN 공동대표를 지낸 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전형적인 사업가 유형으로 꼽힌다. 그는 NHN에서 공동대표와 USA 대표까지 지냈지만 다시 회사를 나와 모바일 시대가 열릴 것을 직감하고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로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네이버와 함께 국내 2대 포털 '다음'을 운영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며 회사 덩치를 더욱 키웠다.

두 명의 창업가를 거친 네이버는 연합뉴스와 YTN에서 기자를 지낸 최휘영 대표에게 CEO 자리를 맡겼다. 최 대표는 기자 경력과 야후코리아에서 미디어팀장을 지내며 갈고 닦은 미디어 전문성을 기반으로 NHN 네이버부문장에 이어 대표까지 올라 회사를 진두지휘했다.

다음 CEO인 김상헌 대표는 판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이다. 서울지방법원 판사와 LG의 구조조정본부 상임 변호사를 지낸 그는 네이버에서 약 8년간 CEO를 지내며 각종 외부 이슈에 대응했다. 2010년 초중반 네이버가 국내 검색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한 가운데 검색 순위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알고리즘 등에 대한 불만이 사회 곳곳에서 쏟아졌다. 법조인 출신인 김 대표는 이러한 불만에 대응하며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 각 주체와의 상생에도 힘을 기울였다.

김 대표에 이어 CEO를 맡은 한성숙 대표는 기자 출신이지만 엠파스에서 검색사업본부를 이끌며 인터넷 기업에서 경험도 쌓은 후 NHN에 합류했다. 한 대표는 김 대표가 회사를 이끌던 시절 서비스1본부장을 맡으며 주요 서비스와 관련된 사업들을 직접 챙겼다. 한 대표는 취임 후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네이버의 쇼핑 사업을 확대한 것이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창업한 소상공인과의 상생 정책을 적극 펼쳤고 CJ대한통운·신세계 등 기존의 유통 강자들과 손잡으며 부족한 점으로 꼽혔던 배송 역량을 키웠다. 하지만 올해 5월 회사에서 일어난 직장내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 네이버 김남선 CFO 내정자(왼쪽)와 최수연 CEO 내정자. (사진=네이버)
▲ 네이버 김남선 CFO 내정자(왼쪽)와 최수연 CEO 내정자. (사진=네이버)

한 대표에 이어 네이버를 이끌게 된 최 내정자는 만 40세(1981년생)로 네이버 역대 CEO 중 가장 젊고 네이버뿐만 아니라 해외 경력과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은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그는 2005년 NHN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4년 동안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하며 플랫폼 기업의 현안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 중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인수합병(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회사법 일반 분야에서 변호사로 경력을 이어가던 중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했다. 그는 회사에 재합류한 이후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최 내정자와 함께 차기 CFO로 내정된 김남선 내정자도 글로벌 무대에서 역량을 갈고 닦았다. 그는 미국의 크라벳, 스웨인&무어에서 변호사로 2년간 활동한 후 금융 전문가로 이력을 전환해 10여년간 글로벌 투자회사인 라자드·모건스탠리·맥쿼리 등에서 근무하며 굵직한 M&A를 주도했다.

네이버가 해외 경험을 갖춘 40대 CEO와 CFO를 내정한 것은 경영진이 그간 회사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던 젊은 세대와 소통하도록 하고 회사는 글로벌 사업에 보다 힘을 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두 CEO와 CFO 내정자는 '네이버 트랜지션(NAVER Transition) TF'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 본격화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 작업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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