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도에서 원격근무 중인 이서연 라인 오픈소스 매니저를 화상을 통해 만났다.(사진=인터뷰 화면 갈무리)
▲ |거제도에서 원격근무 중인 이서연 라인 오픈소스 매니저를 화상을 통해 만났다.(사진=인터뷰 화면 갈무리)

“오픈소스에 기여해서 유명 오픈소스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 개발자들도 있어요. 그분들이 꿈을 실현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라인 디벨로퍼 릴래이션스(Developer Relations)팀,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 TF에 속해 있는 이서연 오픈소스 매니저의 말이다.

지난 9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 매니저는 “오픈소스 생태계가 잘 유지되려면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다양한 부서들이 함께 고민하고 오픈소스 친화적인 개발문화를 만들도록 돕는 게 목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픈소스 규칙 살피는 게 제 일이죠”
오픈소스는 공개된 소프트웨어(SW)를 일컫는다. 일종의 ‘설계도’인 소스코드(source code)를 자발적으로 공개해, 누구나 이를 사용·배포·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운영체제(OS) 리눅스(Linux)가 대표적인 예다. SW를 개발하려면 오픈소스 사용은 필수다. 가트너에 따르면 정보기술(IT)조직의 95% 이상이 오픈소스를 사용한다. 기업들은 △유지·관리비용 절감 △내부 역량 강화 △우수 인재 확보 △버그 수정 △시장 주도권 확보 등 각종 장점 때문에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오픈소스가 ‘무조건’ 공짜는 아니다. 상업적으로 활용할 순 있지만, 각기 정해진 라이선스(license·사용권) 규정을 지켜야 한다. 의무사항을 어기면 저작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매니저는 라인에서 오픈소스 규칙을 읽고, 따르고, 또 마련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일관된 지침을 만들고, 이에 맞춰 라인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공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도 그의 몫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오픈소스 공개를 신청하면, 팀별 협조요청을 보내고 소스코드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지 등을 검수해 최종적으로 오픈소스 공유를 결정한다. 작년까진 이 매니저 홀로 책임져온 업무지만 올해 라인이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 TF를 설립하면서 한국·일본 각각 2명씩 총 4명이 일을 분담하게 됐다. 

라인 개발자들은 오픈소스에 어떻게 기여했나
라인은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공개를 장려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31개의 공개 저장소가 라인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라인 파이도2(FIDO2) 서버는 공개 직후 깃허브 ‘스타(Star·☆)’ 289개를 받는 등 인기를 끌었다. 파이도2는 비밀번호 대신 생체정보를 인증수단으로 쓰는 인증방식의 표준을 모바일·웹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를 자바(Java)로 작성한 구현체를 라인 시큐리티(Security) R&D팀에서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다.

라인 내부에서 자주 쓰는 소스코드도 깃허브에 올라와 있다. 서비스 설정 저장소인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의 공식 러스트(Rust) 클라이언트다. 이서연 매니저는 “사내에서 필요에 의해 만든 클라이언트를 오픈소스 공개까지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라인의 블록체인 서비스인 링크(LINK)의 메인넷, 일본에서 운영 중인 배달앱 ‘데마에칸’에서 쓰는 이용자 피드백 플랫폼 등도 오픈소스로 선보였다. “오픈소스 공개가 필수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더라도 생각만 하고 넘어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신청서를 전부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신청 열기가 뜨거워요. 그만큼 내부 개발자들의 (오픈소스에 대한) 의지가 높아요.”

오픈소스 공개는 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 라인은 메신저 서버에서 사용되는 프레임워크 ‘아르메리아(Armeria)’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오픈소스에 기여한 개발자 수는 총 144명에 달한다. “만약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놔뒀다면 2, 3명의 인력이 개발했을 테고 이 정도 규모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피드백, 기능 제안, 버그 수정까지 외부 개발자들이 함께해주고 있으니까 장기적으로 오픈소스 공개가 효율적이라는 데 대한 공감대가 (사내에서도) 형성된 거죠.” 아르메리아는 현재 슬랙, 카카오페이, 네이버웹툰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사용되고 있다.

▲ |라인 오픈소스팀은 오픈소스 친화적인 문화를 만들어 사내·외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오픈소스 생태계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매니저는 “라인에서 오픈소스 활동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고 있단 걸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라인 오픈소스가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인터뷰 화면 갈무리)
▲ |라인 오픈소스팀은 오픈소스 친화적인 문화를 만들어 사내·외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오픈소스 생태계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매니저는 “라인에서 오픈소스 활동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고 있단 걸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라인 오픈소스가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인터뷰 화면 갈무리)
코드 수정만 기여 아냐…‘번역’도 중요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꼭 코드를 고치지 않아도 된다. 오류를 제보하고, 주석을 쓰고, 문서화 작업에 참여하는 일도 기여에 포함된다. 번역기여 또한 중요하다. 오픈소스 문서들은 대개 영어로 쓰여 있는데, 이 매니저는 “영어와 개념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니 신입 개발자 입장에선 학습이 어렵다. 때문에 (번역기여는) 로컬(local·지역) 커뮤니티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라인 개발자들이 주니어 개발자를 위해 번역기여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일례로 지난 6월 라인 UIT팀은 프론트엔드 개발 필수도구인 웹팩(webpack)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웹사이트 소스코드까지 전부 공개했다. 개발자들이 직접 번역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동번역이기 때문에 용어부터 통일해야 하고, 문법도 거듭 확인이 필요하다. 이 매니저는 “개발자에겐 사실 부담되는 작업이지만 (라인에) 합류하는 분들에게도 번역기여의 경험을 가질 수 있게끔 하면서 오픈소스 친화적인 개발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소스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 공개했던 오픈소스의 라이선스를, 수익을 목적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매니저는 “작년, 올해가 시작점이었다. 담당자 입장에선 (변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방식을 통해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면 공생하는 환경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목표는 미국 리눅스 재단이 주도하는 ‘오픈체인(OpenChain) 프로젝트’의 표준을 도입하는 것. 이 매니저는 “오픈소스 활동의 토대를 제대로 마련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더욱 신뢰받는 회사가 되고, 이런 안정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라인 엔지니어들이 오픈소스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작은 노력일지라도 전체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다같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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