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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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국내 도입이 임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팍스로비드 물량이 다음 주부터 들어온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일 한국 화이자사와 팍스로비드 40만명분에 대한 추가 구매계약을 체결, 총 76만2000명분의 물량을 확보했다.

팍스로비드의 국내 투약이 본격화되면서 셀트리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투약군이 유사하다. 두 약 모두 중증 진행 위험성 높은 경증·중등증 환자를 투약 대상으로 한다. 직접적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셈이다.

팍스로비드는 렉키로나보다 투약 방법이 간편하고 보관 용이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일각에선 이에 따라 셀트리온이 현재 개발 중인 흡입제형 코로나19 치료제가 완성돼야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등장은 환자 치료 선택권 향상이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셀트리온의 사업적 상황만 고려하더라도 치료 편의성 증대는 경구용 치료제와 경쟁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렉키로나는 정맥투여 방식으로 약 60분이 소요된다. 팍스로비드가 가정에서도 복용이 가능한 점과 대조된다. 보관 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렉키로나는 차광한 상태로 2~8℃ 냉장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팍스로비드는 15~30℃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회사 경쟁력 차원에서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올 1분기 내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임상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흡입형 치료제는 △현재 시판 중인 렉키로나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CT-P63’을 칵테일 기법으로 결합한 형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회사는 현재 글로벌 주요 규제기관과 임상 디자인에 대해 논의를 마치는 데로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구체적 진행 일정에 대해 “1분기 이내에 동물 실험을 통해 칵테일 흡입제형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고, 2분기 이내에 대규모 글로벌 임상에 대한 중간 결과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면서도 “규제기관과 협의에 따라 진행 시점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CT-P63은 셀트리온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대응을 위해 개발해 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9월부터 건강한 피험자 24명을 대상으로 폴란드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해왔다. 최근 임상 1상 결과 분석을 통해 △안전성 △내약성 △약물동태학(PK·약물이 체내에서 어떠한 움직임을 나타내는지 해석)이 입증됐다. CT-P63 투여군에서 약물 투여로 인한 이상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CT-P63은 코로나19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한 대응력이 있다고 확인된 물질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CT-P63의 슈도 바이러스(병원성이 없는 바이러스) 중화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테스트를 통해 CT-P63이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중화능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은 추가로 CT-P63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동물효능시험도 진행해 올해 1분기 내로 결과를 확보할 예정이다. CT-P63은 알파·베타·감마·델타 등 주요 코로나19 변이에서도 중화능을 입증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이와 함께 호주에서 진행한 렉키로나 흡입제형 임상 1상 시험의 결과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CT-P63에 대한 임상 1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 만큼 추후 렉키로나와 해당 물질을 결합한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흡입제형은 항체의 주요 작용기전인 스파이크 부위 항원 결합을 통한 바이러스 중화능에 효과적”이라며 “항체가 호흡기 점막에 들러붙어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트랩핑’ 기전도 함께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와 바이러스의 결합만으로도 바이러스를 무력화해 향후 발생 가능한 변이 바이러스에도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는 또 폐를 통한 항체 전달비율이 정맥주입형에 비해 최대 수백 배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정맥주입형보다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향후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가 경구용 치료제와 함께 재택 치료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중대본은 팍스로비드에 대한 구체적인 투약 대상 및 공급기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부터 (팍스비로드가) 들어오지만 도입 물량과 항공편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투약과 관련해) 현재 마련 중인 세부 기준은 다음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총 100만4000명분이다.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외에도 머크앤컴퍼니(MSD)와 24만2000명분에 해당하는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MSD는 현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렉키로나 투약도 점차 늘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셀트리온제약과 렉키로나의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의약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업체다. 회사는 이에 따라 렉키로나 약 5만명분을 올 1분기 동안 전국 지정 치료기관에 공급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늘어나는 중증 환자의 증가세 감소를 위해 중증 이전 단계부터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적극 사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지난달 30일 기준 220개 병원에서 3만6033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제품 이미지.(사진=셀트리온)
▲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제품 이미지.(사진=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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