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IT·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지난해 잠정실적에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LG전자는 TV와 가전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가 2022년에도 호실적을 낼 것이라 전망한다. 다만 양 사 모두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던 사업에서 변수가 닥칠 개연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변동이, LG전자는 '가전 특수'의 실종 우려와 전장 사업의 불투명한 성장성 문제가 상존한다.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21년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사진=각 사 홈페이지)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21년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사진=각 사 홈페이지)

LG전자는 7일 2021년 4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21조89억원, 영업이익 681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21.0%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74조7219억원, 영업이익 3조8677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직전 년도보다 28.7% 늘어나 창사 후 최대 액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 감소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실적을 공시하고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6조원에 영업이익 13조8000억원을 잠정실적으로 제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48%, 영업이익은 52.49% 늘었다.

전기 대비론 매출은 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4분기 1조원 이상의 특별성과급이 지급된 데 따른 일회성 비용 반영의 영향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론 매출 279조400억원,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거둔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전기보다 매출이 76조원 늘어나며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치였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 삼성전자 V낸드(왼쪽)와 DDR5 D램.(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V낸드(왼쪽)와 DDR5 D램.(사진=삼성전자)

두 회사 모두 잠정실적 발표라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공시하진 않았다. 다만 증권가는 두 회사의 매출 견인 사업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LG전자는 TV와 가전을 각각 지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 사업부문의 매출이 68조1533억원으로 이미 2020년 매출(72조8578억원)의 턱밑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특히 3분기 들어 매출이 26조41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시장 가격과 판매고가 모두 높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3분기에 준하는 수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은 반도체에서만 연간 기준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60%가 반도체에서 나오는 셈이다.

주력 매출원인 IT·모바일 사업부문은 2020년 매출이 99조5900억원으로 100조원을 내줬지만 지난해 100조원대를 다시 회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전도 55조원 안팎의 매출로 지난해 대비 7조원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와 하만은 각각 매출이 전년과 유사하거나 소폭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특히 수익성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추이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을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비 각각 8~13%, 10~15%씩 낮춰 잡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이 자본적지출을 매해 늘리고 있어 향후 공급과잉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시안의 봉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에게 고민거리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자사 낸드플래시의 40%를 책임지는 최대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달 하반기에나 시안의 봉쇄가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상황이 더 장기화한다면 삼성전자 실적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LG전자 OLED TV.(사진=LG전자)
▲ LG전자 OLED TV.(사진=LG전자)

LG전자의 지난해 실적 견인 요인은 TV와 가전이 거론된다. 특히 생활가전(H&A)본부에서 미국 월풀을 제치고 LG전자가 연간 기준 사상 처음 글로벌 매출 1위가 예상된다. H&A본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0조5841억원으로 월풀에 비해 2조2000억원 이상 앞섰고, 4분기에도 이 격차를 좁히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본부도 매출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4조~4조2000억원을 기록했던 1~3분기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LG전자 측은 앞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담당하는 올레드(OLED)와 QNED, 나노셀 TV가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누차 밝힌 상태다.

연결 회계로 인식되는 계열사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가 역대급 판매고를 보이며 지난 4분기 4조원 이상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인 전장(VS본부)과 비즈니스 솔루션(BS본부)은 각각 1조8000억원과 1조9000억원의 매출이 전망되고 있다.

LG전자에게 악재가 될 수 있는 변수는 '가전 교체주기'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발해지고 사람들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며 LG전자는 TV와 신가전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미 이들 제품이 충분히 많이 팔린 만큼 코로나19 3년차인 올해는 이 특수가 줄어들 수 있다. 가전의 교체 주기가 못해도 5년, 길게는 10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쉬웠던 전장사업의 외형 성장도 LG전자에게는 올해 중요한 숙제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흑자전환을 예고했지만 GM의 볼트EV 배터리 화재로 약 71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반영하며 또 한 번 연간 적자를 냈다. 특히 하반기 들어선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매출도 정체되는 모습이었다. LG전자로선 올해  VS부문의 매출이 다시 반등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흑자 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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