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의 소형 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2(가칭)'로 추정되는 기기가 전파인증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출시 시점과 개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은 지금까지 2종의 갤럭시 홈 AI 스피커를 개발했지만 상업적으로 판매한 모델은 없다. 

지난 7일 특정소출력 무선기기, 모델명 'SM-V320'의 전파인증 내역이 국립전파연구원에 등록됐다. SM-V320은 지난해 말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AI 스피커 모델명이다. 전파인증은 해당 제품이 전파 환경과 방송통신망에 위해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국가인증이다. 전자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반드시 거치는 절차로, 전파인증이 완료되었다는 것은 시장 출시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 갤럭시 홈(왼쪽), 갤럭시 홈 미니 (사진=삼성전자)
▲ 갤럭시 홈(왼쪽), 갤럭시 홈 미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앞서 구글, 애플,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굵직한 IT 기업들이 잇따라 자체 AI 스피커를 내놓을 당시에는 그리 적극적인 경쟁 태세를 보이지 않았다. 2018년 삼성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홈'이란 항아리형 제품을 공개했지만 출시하지 않았고, 2019년 '갤럭시 홈 미니'라는 이름의 소형 AI 스피커를 추가로 공개했지만 역시 '공식' 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갤럭시S20 사은품으로 함께 제공되거나 일부 물량이 온라인 마켓을 통해 유통됐을 뿐이다. 삼성닷컴에서도 갤럭시 홈 미니는 판매 링크 없이 제품 정보만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갤럭시 홈 미니2가 출시 후 정식 판매로 이어진다면 삼성의 첫 상업용 AI 스피커가 되는 셈이지만, AI 스피커의 뒤늦은 출시 효용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2017년~2018년 알파고 쇼크로 불어 닥친 'AI 붐' 당시 앞서 언급한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AI 스피커를 내놨지만 실제 활용성은 사용자들의 기대를 밑돌았다.

일례로 2021년 <블룸버그>가 입수한 아마존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 1위인 아마존 '알렉사' 사용자들은 구매 2주차부터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중이 15~25%에 달했다. 또 알렉사 사용자들은 새 기기를 활성화한지 불과 3시간 이내에 자신이 이용할 기능의 절반(음악 재생, 타이머 설정, 조명제어) 이상을 발견한다는 2019년 기록도 있다. 언급됐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서 국내 AI 스피커 사용자 83.7%는 "음악 감상을 위해서 AI 스피커를 쓴다"고 답했다.

▲ (왼쪽부터)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 미니, 카카오홈 미니 (사진=각사)
▲ (왼쪽부터)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 미니, 카카오홈 미니 (사진=각사)

이는 당초 기업들이 제시한 AI 스피커 생태계 청사진과 거리가 멀다. 기업은 AI 스피커가 실내 스마트 가전을 통합 제어하는 '허브(Hub)'가 되길 기대했지만 스마트홈 시장은 이 같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AI 스피커 표준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기가 허브 역할을 충분히 해내려면 댁내 가전의 상당수가 한 브랜드의 제품으로 채워져야 하는 제약도 따른다.

이에 스마트홈 시장 플레이어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최근 '연결성'에 대한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ES 2021에서 삼성전자는 AI와 사물인터넷(IoT), 삼성의 각종 브랜드 가전이 연결된 '팀 삼성(Team Samsung)'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삼성의 독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아바타'와 '삼성 봇'을 선보였으며, 디지털과 현실이 경계 없이 연결되는 '사용자 맞춤형 미래 홈'을 주요 콘셉트로 제안했다.

더불어 지난해 말 시행된 대규모 조직개편에선 기존 CE(가전) 부문과 IM(모바일) 부문을 통합해 새롭게 'DX(기기 경험) 부문'을 신설했다. 조직 간 경계를 허물고 삼성 생태계 강화를 통한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 계획이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를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새 AI 스피커 역시 '똑똑한 음악 재생기'를 넘어 '팀 삼성'의 완성도를 높일 하나의 퍼즐로 개발됐을 가능성이 높다. 

▲ CES 2022에서 공개된 삼성 '홈 허브' (사진=삼성전자)
▲ CES 2022에서 공개된 삼성 '홈 허브' (사진=삼성전자)

다만, 음성 기반 AI 스피커만으로 모든 가전을 하나로 묶는다는 청사진은 이미 시장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태블릿 형태의 스마트홈 컨트롤러 '홈 허브'를 공개했다. 만약 홈 허브와 갤럭시 홈 미니2가 함께 출시될 경우 메인 컨트롤러는 홈 허브가, 작고 저렴한 갤럭시 홈 미니2는 실내 곳곳에 배치되는 서브 컨트롤러로 사용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13과 함께 AI 스피커 '홈팟 미니2'도 연결성이 강조된 제품이다. 애플은 집안 곳곳에 설치한 여러 홈팟을 동기화해 음악을 동시 재생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음성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AI 스피커의 역할이 '만능 컨트롤러'에서 사람과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매개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 밖에도 AI 스피커 시장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구분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 규모는 71억달러(약 8조원), 연평균 성장률 17.1%를 기록할 전망이다.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형 IT 기업들은 지난해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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