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 전경.(사진=블로터 강승혁 기자)
▲ 2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 전경.(사진=블로터 강승혁 기자)

유엔(UN)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현금으로 기부받고 지원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과 연동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세계 각국의 난민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휼하고 있다.

조지 페르난데스 WFP 이노베이션 엑셀레이터는 2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에서 "금융시스템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한테 크립토는 대안이 된다"며 "크립토 자산을 기부받으면 태환화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은행권)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가지고 있으면서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등 실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통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 조지 페르난데스 WFP 이노베이션 엑셀레이터
▲ 조지 페르난데스 WFP 이노베이션 엑셀레이터

케냐에서 실행한 '임팩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WFP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이는 실직 등 기회가 상실된 이들에게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는 교육을 지원하고,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 금융기관을 통하면 월급을 송금하는데 한 달여 기간이 걸렸고, 계좌가 없으면 돈 자체를 받을 수 없었다.

WFP는 한 기술기업과 협력해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현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지급하고, 이를 케냐 돈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구상을 실현했다. 

페르난데스 엑셀레이터는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디파이(탈중앙화금융) 등 다양한 시험을 하거나 크립토에서 자신의 페이먼트(지불) 이력을 신용점수의 대용물로 활용해 고금리 대출을 저리로 바꿔 자신의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등 놀라운 사례가 나왔다"며 "효과적인 금융 포용성을 위해 블록체인을 WFP의 툴로 확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심층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WFP는 방대한 지원 인프라를 갖고 있다. 1억1500만명의 사람들을 돕고 있고 그 중 40%에는 필수품을 살 수 있도록 현금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100여개의 항공기와 30척의 선박, 2600대의 트럭 등 세계에서 가장 큰 공급망을 통해 전세계 120개국에서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WFP는 2025년까지 1억명을 더 돕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 혁신기술을 활용해서다.

앞서 WFP는 2019년 열린 UDC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구호활동 프로젝트인 '빌딩블록스'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빌딩블록스 프로젝트는 로힝야족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까지 100만명가량을 지원했는데, 4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 자금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전달됐다. 페르난데스 엑셀레이터는 "뉴트럴(중립적)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WFP는 2017년 파키스탄에서 100여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구호활동을 시범적으로 진행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위험한 기술'이라는 판단하에 다양한 내부통제 조치가 이뤄졌다. 이러한 의심은 걷히고 현재는 블록체인 기반 구호활동을 세계 각국으로 전개하면서 UN 등 다양한 에코시스템(생태계)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네수엘라에서 페루로 이주한 피난민의 경우 신원이 문서화돼있지 않아 KYC(고객확인제도)를 준수할 수 없다. 이에 WFP는 독자적인 인증방식을 만들었고, 현지에서 수용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월렛을 이용해서 국경을 넘어오자마자 돕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오는 11월에는 분쟁이 심각한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블록체인 기반 현금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페르난데스 엑셀레이터는 "현재 WFP는 엔드투엔드 크립토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선호하는 수단으로 입금받을 수 있도록 하고, 스타트업에 재정을 크립토형태로 지원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으며, 공급망의 공급사들에게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WFP는 '하이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혁신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에 이날 행사에서 개발자들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홍보도 했다. 페르난데스 엑셀레이터는 "진짜 세상에서의 유즈케이스(목표)를 이루는데 많은 개발자 분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함께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고 모두가 잘 사는 동반사회를 구현하는데 여러분의 힘을 쓸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페르난데스 엑셀레이터와 이뤄진 질의응답 내용이다.

Q. 앞으로 블록체인 기업이나 업계에서 인도적인 구호활동 지원 규모 및 저변을 넓히려면 WFP 등 구호기관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유니세프 등 저희 같은 기구들은 항상 협력을 모색합니다. 그래서 관련 업계의 리딩 기관들과 민간기구들과 협력하죠. 블록체인 크립토 커뮤니티는 우리에게 없는 역량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파트너를 항상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건 2가지인데요, 우선 재정적 기부입니다. 그런 점에서 두나무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서 재정을 지원해주신 것에 감사 말씀드립니다. 기술협력도 중요합니다. 취약계층의 금융시스템 편입을 촉진할 수 있고, 구호에 의지하지 않고 자력으로 생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유즈케이스를 개발하는 것이죠.

Q. WFP가 블록체인 오퍼레이션을 사용한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블록 체인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A. 속도, 비용, 효율성 3가지입니다. 투명성도 중요하죠. 투명성이라는 것은 1센트, 1센트가 어디로가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확실한 기억이 남기 때문에 조율과 화해가 가능합니다. 돈이 어디로 제대로 할당됐는지 맞게됐는지 의도된 대로 사용됐는지 정산해야 하는데, 블록체인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없이 효과적으로 정산처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크립토 모델을 사용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디파이 혜택들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Q.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 개발자, 엔지니어들이 많은가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답변은 '예'입니다. 과학 기술의 혁신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위력이 있습니다. 이노베이티브 파이낸싱 팀도 있고 AI 스페셜리스트,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코딩작업을 실제로 진행합니다. UN 안에도 WFP에도 다양한 기술자에 대한 니즈가 있습니다. 커리어 포털을 참조해주세요. 두팔벌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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