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마켓 이미지.(출처=지마켓 홈페이지.)
▲ 지마켓 이미지.(출처=지마켓 홈페이지.)

국내 유통업계 최대 화재였던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의 이커머스 사업 전략이 엇갈리는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3조5600억원의 거금을 쏟아부어 인수에 성공한 신세계 이마트는 SSG닷컴을 앞세워 온라인 중심으로 대전환을 예고한 반면, 롯데는 오히려 새벽배송을 중단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신세계 이마트가 지마켓 인수를 완료한 지 약 1년이 흐른 현재 두 업체의 이커머스 전략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마트, 시너지 창출 주력
이마트가 지난해 11월 3조5600억원을 투자해 지마켓을 인수한 뒤 업계 관심은 ‘시너지 창출’에 집중됐다. 이마트가 과연 승자의 저주에 빠질지 여부가 이커머스 사업 자회사 SSG닷컴과의 통합효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지마켓은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로 이마트에 인수되기 전 연간 480억~79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했다. 쿠팡을 비롯한 주요 대형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심심찮게 적자를 내는 것과 달리 단 한 번도 적자경영을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자체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마트가 치른 몸값은 다소 논란이었다. 연간 1000억원의 이익도 내지 못하는 기업을 무려 3조5600억원이나 주고 인수한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마켓 인수 이후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말한 것도 승자의 저주를 미리 의식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마트는 인수 이후 지마켓은 이커머스 사업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바로 통합 멤버십 출시였다. 이마트는 지마켓이 지난 2017년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선보인 멤버십 제도인 ‘스마일클럽’의 이름을 그대로 승계했다. 기존 300만 스마일클럽 회원을 기반으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용자들은 통합멤버십을 통해 무료배송, 상품할인, 적립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마트는 여기에 더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에도 나섰다. 지난 9월 지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스마일페이’를 전국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플랫폼, 결제, 온∙오프라인 등 전 유통 영역에서의 통합이었다.

다만 아직 시너지 효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다소 어렵다. 본격적으로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기도 했고 사업적으로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마트 2022년 2분기 실적자료.
▲ 이마트 2022년 2분기 실적자료.

올 상반기만 보더라도 SSG닷컴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848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296억원에서 662억원으로 두 배 넘게 확대됐다.

새로 이마트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된 지마켓은 올 상반기 매출액 6536억원, 영업손실 376억원을 냈다. 다만 거래금액규모(GMV)는 2분기 4조497억원으로 1% 성장했으며, 2분기 적자 규모 역시 182억원으로 전 분기 194억원 대비 축소됐다.

큰 변화 없는 롯데, 사업 다각화 나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지마켓 인수전에서 발을 뺀 뒤 현재까지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마켓 인수전 참여와 함께 이베이코리아에 몸담았던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대표를 영입하며 인수 기대감을 키웠지만, 롯데쇼핑이 생각했던 것과 지마켓의 몸값의 간극은 컸다.

오히려 이커머스 사업을 축소하는 행보도 보였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롯데마트몰 새벽배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새벽배송 시장이 점차 치열해지며 출혈경쟁이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자 아예 발을 뺀 것이다. 대신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2시간 이내 배송하는 ‘바로배송’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롯데쇼핑 2022년 2분기 실적자료.
▲ 롯데쇼핑 2022년 2분기 실적자료.

실적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610억원에서 95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플랫폼 영향력은 확대됐다. 월 평균 방문자 수는 2798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1.9% 증가했으며, 평균 구매자 수 역시 9.55% 늘어난 136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마켓 인수가 불발된 이후 롯데쇼핑은 아예 다른 분야로 선회를 결정했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한샘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지마켓 인수전 참여 전 롯데월드타워 지분 등을 롯데물산에 양도해 8313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는데, 이중 일부를 한샘 인수에 사용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한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 전략적 투자자(SI)로 2595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나 롯데 모두 이커머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전히 인수합병 등을 통한 전략변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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