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카카오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하루가 지난 16일에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는 카카오톡의 일부 서비스에 '시스템 점검중'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된 모습.(사진=카카오톡 캡처)
▲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카카오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하루가 지난 16일에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는 카카오톡의 일부 서비스에 '시스템 점검중'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된 모습.(사진=카카오톡 캡처)

네이버와 카카오가 같은 데이터센터를 이용했지만 양사 서비스의 장애 정도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이원화에 대한 역량과 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의 차이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5일 오후 3시19분경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 SK 계열사의 관련 서비스가 저장, 운영되고 있었다. 화재 발생 후 3분만인 오후 3시22분경 데이터센터의 서버 전원이 차단됐다. SK㈜ C&C는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전원이 켜져 있을 경우 안전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전원을 차단했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전원 차단 이후 각 회사들의 서비스에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카카오는 화재 발생 이후 다음날인 16일 오후까지 일부 서비스만 복구됐을뿐 장애가 여전한 반면 네이버와 SK 계열사들의 서비스에는 거의 영향이 없었다. 네이버는 검색·뉴스·쇼핑 등 일부 서비스에서 오류가 나타났지만 수시간내로 복구됐고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가동 중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데이터 이원화를 하고 있었다. 데이터 이원화란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떨어진 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데이터센터 안에서도 파일이나 전원 공급장치도 이중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카카오는 화재가 발생한 판교데이터센터가 메인으로 쓰고 있는 곳이었고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메인으로 쓰면서 전국 각지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산해놓고 있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16일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카카오톡 장애 관련 간담회 백브리핑'에서 "판교데이터센터에 있는 3만2000대의 서버 중 1만2000대가 복구됐다"며 "서버를 증설해서 트래픽을 전환하는데 꽤 많은 시간 걸리고 있는데 전원 공급이 되면 추가적으로 서버를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판교데이터센터를 포함해 4개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해 일부 서버는 물리적으로 훼손된 가운데 화재 현장에 사람이 진입해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던 것이 서비스 완전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원인으로 꼽혔다. 양 부사장은 "3만2000대의 서버 전체가 다운되는 것은 IT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것"이라며 "앞으로 서버를 증설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못한 점도 오랫동안 서비스가 복구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했지만 카카오는 다른 사업자의 데이터센터를 이용 중이다. 현재 구축 중인 자체 데이터센터는 2023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 데이터 이중화와 비즈니스 연속성에 대한 노하우를 얻게 되고 보다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타기관의 데이터센터만 이용한다면 데이터 관리를 해당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차이가 난다. 양사의 최근 3년간의 설비투자(CAPEX) 총액은 네이버는 1조8609억원인 반면 카카오는 7285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분기별로 1000억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었지만 카카오는 분기별 설비투자액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설비투자액에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 비용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액 차이가 컸지만 카카오가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대하면서 격차는 좁혀졌다. 2021년 연간 매출(연결기준)을 보면 네이버가 6조8176억원, 카카오는 6조1367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 됐지만 각종 시설에 대한 투자액은 여전히 차이가 큰 셈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관련 기관의 조사가 이뤄진 후 밝혀질 전망이다. 김완종 SK㈜ C&C 클라우드 부문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원이 3일간 정밀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을 식별할 것"이라며 "화재 원인 따라서 재발 방지책을 철저하게 수립해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카카오, SK㈜ C&C 관계자들이 16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K㈜ C&C 판교캠퍼스에서 '카카오톡 장애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사고 경위와 서비스 복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카카오, SK㈜ C&C 관계자들이 16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K㈜ C&C 판교캠퍼스에서 '카카오톡 장애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사고 경위와 서비스 복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정부도 조속한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15일 네트워크정책실장을 실장으로 구성한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장관 주재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로 격상할 것을 지시했다. 16일 화재 현장을 찾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각 사는 자사의 서비스가 갖는 대국민적 파급효과를 통감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기술적 방안들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는 16일 오후 1시 기준 모바일·PC 버전 카카오톡과 카카오T·카카오맵·카카오페이·다음(Daum)의 일부 기능이 복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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