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악화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2023년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감산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오는 1월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2022년 4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의 CAPEX(설비투자) 계획과 반도체 감산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IT(정보기술) 기기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전방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IT 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 소재 등 기업들도 어려운 경영 환경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는 2022년 하반기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2022년 2분기 9조98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분기 5조12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4조1926억원에서 1조6556억원으로 60.5% 감소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 11년만에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은 모두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을 20% 축소한다고 밝혔으며, SK하이닉스도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제조사가 공급량을 조절해 반도체 재고 조정에 나서 가격 균형을 맞추겠단 의도다.

다만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 속 감산을 계획하지 않는다는 점은 경쟁사에게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계획하지 않는 배경으로는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성이 손꼽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2분기 35.0%다. 2022년 3분기에는 22.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가 막대한 투자로 인해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메모리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2위 사업자인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30.4%에서 15.1%로 감소했다. 3위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25.3%에서 21.5%로 감소했다.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높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메모리 반도체 응용처 다각화에 따른 성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부사장이 인위적 감산에 대해 선을 그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 부사장은 “2023년 데이터센터 증설 확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현시점에서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업황 악화 폭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감산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DS부문도 2023년 1분기와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한다면 반도체 업사이클을 보다 빨리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다운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다만 고객사들과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급에 대한 긴장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CAPEX 및 CAPA(생산능력) 운영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