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4시 36분 넘버스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사진=11번가)
(사진=11번가)

11번가가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흑자 전환도 요원한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11번가의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임에도 적극적인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이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각자문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다.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은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H&Q코리아,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8.18%를 보유 중이다. 

이들은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걸었지만 결국 무산됐고,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직접 매각에 나섰다. 현재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은 80.26%다. 매각 방식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FI가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워터폴로 진행된다. 

FI가 바라는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FI도 투자 원금과 이자만 회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콜옵션을 포기한 SK스퀘어는 지분 80%를 넘게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 2018년 FI가 투자했을 당시 기업가치 2조75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기업가치는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1번가의 지난 2018년 매출액은 2280억원, 순손실은 95억원이었다. 지난 2019년 매출액은 두 배 수준인 5305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순손실은 51억원으로 줄었다. 

FI의 투자 직후 매출은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시기에 이커머스 업계 경쟁 비용이 늘어나며 순손실 규모는 커졌다. 지난 2020년 순손실은 296억원, 2021년에는 669억원, 2022년에는 10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순손실은 131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글로벌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11번가의 인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18만명을 기록했다. 1년 전인 355만명에 비해 약 130% 증가했다. 반면 11번가는 같은 기간 944만명에서 736만명으로 22%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는 지난달 MAU 581만명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SK스퀘어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11번가가 SK플래닛으로부터 인적분할해 설립된 이후 매년 장부금액을 최초 취득금앤인 1조494억원으로 반영해 왔지만,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서 11번가의 장부금액은 평가손 2154억원을 인식해 8339억으로 재무제표에 기재했다.

SK스퀘어는 "11번가의 지속적인 손실 누적으로, 이익접근법을 이용해 순공정가치를 산출했다"며 "장부금액과 회수가능액의 차이인 2154억1900만원이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 관련 손실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매각가도 자연스레 낮아진 모습이다. 여전히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11번가 인수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큐텐은 매각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결국 불발됐다.

이후 알리가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지만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계획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우선순위는 소비자 만족도 향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11번가는 매각과 상관없이 IPO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FI들과의 약속때문에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했지만, 이제는 실적 턴어라운드 달성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11번가 관계자는 "IPO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다"면서도 "수익성 개선 작업을 통해 흑자 전환을 달성하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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