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부는 벤처 바람

10년 주기라는 말이 올해만큼 들어맞는 때가 있을까. 정확히 10년 전 ‘닷컴열풍’은 IT 업계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10년 만에 찾아온 벤처 붐은 외부 용역 사업을 따내지 않고도 자기 사업을 하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모습을 그려냈다.

특히, 소셜쇼핑이 몰고온 바람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쿠팡은 올해 200억원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고 티켓몬스터는 동종 업계 세계 2위 리빙소셜에 인수됐다. 허민 대표가 500억원을 투자하며 ‘허민 체제’로 전환한 위메이크프라이스는 LBSNS를 서비스하는 와플스토어를 인수했다.

소셜쇼핑은 업계 추산 300곳이 넘는 신생 업체를 만들며 벤처 바람을 만들었지만, 논의가 엇갈린다. 흡사 14년 전 전자상거래가 주목받던 때처럼 말이다.

동네 떡볶이도 e쿠폰으로 사는 소셜쇼핑 열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과연 이윤이 남는 사업인가.' 1997년 매일경제에서 새해 첫달에 보도한 기사에 나온 들어가는 말이다.

지난해 국내에 열린 소셜쇼핑 시장이 해를 넘기며 올 한해 높은 관심을 받았듯 14년 전 전자상거래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1996년 ‘롯데타운’과 데이콤이 내놓은 ‘인터파크’가 전자상거래의 문을 열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로 살펴본 당시 분위기는 이렇다. ‘인터넷쇼핑 돈벌이 사업일까’로 가능성을 짚어보다 ‘인터넷 가상쇼핑몰시대 활짝’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2년 뒤엔 ‘사이버 시장 돈이 흐른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2010년 3월 위폰은 소셜쇼핑을 들여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명이 충족되어 거래 성립’, 쿠폰 판매 마감시간, 정상가와 할인율 명시, SNS 공유 단추 등 지금 소셜쇼핑 모습의 틀을 갖췄다. 첫 쿠폰 137개로 시작한 뒤 1년이 지나고 소셜쇼핑은 쿠폰을 한번에 86억원어치(티켓몬스터 GS칼텍스 상품권)를 팔고 1조원 시장을 내다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이제는 신용카드사, 대기업할 것 없이 소셜쇼핑의 방식을 좇아 쇼핑몰을 운영한다.

국내 도입 2년을 앞두고 올해 소셜쇼핑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기업가치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왔다. 티켓몬스터는 올 초 기업가치가 1천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세계 1위 소셜쇼핑 업체인 그루폰의 국내 진출 소식이 전해지며 소셜쇼핑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 갔다.

급격한 성장에 진통은 당연한 과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셜쇼핑 업체에 대한 법적 지위를 두고 고심하다 ‘통신판매업자’로 규정하고 그동안 통신판매업자로서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사업장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덕분에 7일 환불 규정, 허위과장 금지, 소비자 피해보상보험 계약 등 소셜쇼핑 이용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됐고, 상위 소셜쇼핑 업체 7곳은 ‘소셜커머스협의체’를 마련했다.

가품 논란과 미흡한 고객응대 기술 때문에 소셜쇼핑은 비난을 받았지만, 동시에 IT 젊은 벤처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김범석 포워드벤처스엘엘시 대표, 황희승 그루폰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젊은 창업가가 대거 등장했다. 어림잡아 소셜쇼핑 업체가 300곳은 되니, 전국에 젊은 사장님이 300명이 생긴 셈이다.

소셜쇼핑은 웹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회사에서 점차 대형 유통사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연 이윤이 남는 사업인가’라는 의혹은 남아 있다. 14년 전 전자상거래와 오픈마켓이 등장했을 때처럼 말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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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ialshopping_mobile_app_20111108

전자책 대세론, 10년 전과 똑같네

"전자책은 10년 전에도 대세였다." 전자책 취재 다니며 숱하게 듣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찾아봤다.

2001년 연합뉴스는 ‘네티즌 55% “전자책 시장 3~4년내 활성화’라는 소식을 내보냈다. 당시 기사 제목을 보면 올해 등장했을 법한 내용이 꽤 있다. ‘전자책 시장 우리가 연다’, ‘전자책 수능 서비스사업 추진’(머니투데이 2001.6.29.), ‘서울국제도서전서 읽어본 전자책 현황’(연합뉴스 2001.6.3.), ‘전자책 제작 나도 할 수 있다’(한국일보 2001.6.3.) 제목만 보면 올해 뉴스라고 해도 믿겠다.

이때는 지금보다 전자책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전자책 서점간 인수합병이 일어나 북토피아는 와이즈북을 인수하고 매출이 1억원을 넘겼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전자북은 ‘하이북’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우리기술로 만들어 수출했고, 전자책과 종이책 저작권이 다르다는 외신도 전해왔다.

10년이 지나고 전자책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는 이동통신사와 삼성전자와 신세계I&C, 웅진그룹 등 대기업이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교보문고는 컬러 전자책 단말기 ‘교보e리더’를 출시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앱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과 북큐브네트웍스, 리디북스 등 전자책 전문 서점도 호기를 맞이했다.

출판사는 10년 전 북토피아를 통해 전자책을 출간했듯 신간 위주로 적극적으로 전자책을 출간하거나 조심스럽게 구간 중심으로 출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웅진씽크빅북이십일, 위즈덤하우스, 삼성출판사, 두산동아 등은 모바일 응용프로그램 제작에도 나섰다.

전자책 시대는 사실 1990년대 초반부터 올 것으로 예상됐다. CD롬 전자책이 출판의 신문화를 만들 것으로 그려졌다. 20년째 온다던 전자책 시대, 올해를 디딤돌로 삼아 내년엔 정말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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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ook_reader_ipad_kindle4

토종 싸이월드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싸이월드가 미니홈피를 출시한 2002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 집 마련이 유행했다. 집 하나 지어두면 친구들이 방명록을 남기고, 일촌평으로 친밀도를 증명해줬다. 인터넷 이용자가 내 이야기하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다른 사람과 모여서 이야기하는 건 다음과 네이버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했다. 바로 카페다. 약 10년간 여기에 익숙해져있던 국내 이용자에게 언젠가부터 트위터가 다가오더니 2011년은 트위터의 해가 됐다. 피드 중심으로 글을 구독하는 트위터는 2010년 김연아가 쓰는 서비스로 소개됐다.

올해 트위터는 친구 페이스북을 끌어와 무난하게 안착했다. 기업 마케팅 도구이자, 미디어는 기사를 홍보하는 도구로, 정치쪽은 유권자와 소통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장으로 트위터를 활용했다. 싸이월드가 만든 ‘내 공간’이라는 개념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오면서 희석됐다. 트위터 개인 페이지를 아무리 예쁘게 꾸몄다해도 트위터 친구는 내 페이지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 글을 구독해 보기 때문이다.

내 공간을 없애고 등장한 트위터는 이제 뉴스 바이라인에도 등장했다. 김연아 덕분에 시끌벅적하게 소개된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조용히 이용자를 넓히고 있다. 올 한해 이용자가 10배 늘어 이제 국내 이용자는 400만 이상으로 추산된다. 네오위즈인터넷, 인터파크INT, 조인스MSN 등 국내 인터넷 업체와 제휴를 맺었으니, 내년은 페이스북이 트위터의 뒤를 잇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002년 인터넷 선거운동, 올해는 SNS로

올해 정치 쪽에서 관심을 끈 IT 이슈는 단연 트위터다. 'SNS=트위터'라는 등식을 만들만큼 트위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검색에 걸리는 공개적인 글이지만, 트위터 글쓰기는 블로그보다 쉽다. 덕분에 푸념을 털어놓는 커뮤니티에서 정치와 경제에 대한 생각을 발행하는 미디어까지 트위터의 역할은 다양했다.

마침 10월26일 재보궐선거가 시행되며 트위터는 선거 전 여론의 바로미터로 주목받았다. 트위터 여론 분석 결과가 개표 후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습 낯설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 선거운동이 주목받았다.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대권 주자로 만드는 데 톡톡히 제 역할을 해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되고 나서 당시 인기 SNS인 싸이월드를 찾았다. 싸이월드의 역할이 컸다는 판단에 찾았다는 후문이다. 이후 노란 물결 일색으로 여겨진 싸이월드는 보수쪽 인사들도 미니홈피를 만들며 유권자와 소통하는 장이 됐다. 정치인 중 가장 유명한 미니홈피는 단연 박근혜 대표의 홈피가 아니었을까.

트위터의 여파에 깜짝 놀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무부는 SNS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고 나선 상태이다.

2006, 2008, 2011년…해킹 또 해킹

올해 연이은 해킹 사건은 5년 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해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06년 리니지 이용자 120만명 회원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후, 2008년 옥션 1081만명 정보가 빠져나갔다. 2011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 3500만명, 넥슨 1320만명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

이때 유출된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중국 포털에서 ‘한국 주민등록번호’ 검색 결과에 포함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해킹 사건은 인터넷 업체의 보안의무에 대한 의혹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민등록체계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 입력한 13자리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이용자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감시하기보다 ‘더 저장하라’라는 입장이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도입되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저장해왔다. 국민 절반, 3500만명 이용자 정보가 유출된 SK컴즈 해킹 사태는 성과 하나를 남겼다. 주민등록번호 저장하지 않기.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최고령과 유아 빼고 웹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주민번호는 죄다 유출된 뒤라는 점이다.

2011년 수차례 발생한 인터넷 서비스 해킹 사건은 천안함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할 줄 알았던 농협이 해킹되며 ‘북한 소행이다’라는 보안업계의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보안 이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운영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디도스 공격을 받으며 보안 이슈가 발생하면 보안이 뚫린 과정뿐 아니라 북쪽을 쳐다보는 현상을 만들었다.

전자주민증 정보를 담은 서버만큼은 정부가 안전하게 지켜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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