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불과 수개월 만에 재택/원격근무의 대중화라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 이 과정에서 도입된 비대면 디지털 기술들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넘어 근로자 인식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아가 기업이 직원과 소통하는 방법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클이 인사 자문 회사인 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와 함께 발표한 ‘업무환경과 AI’라는 조사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예견된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확산된 재택/원격근무에 대한 근로자들의 만족도 및 인식 변화에 관해 11개국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으며, 오라클은 국내에서도 1000명이 이번 조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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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선호하는 한국인 응답자, 40%에 그쳐

몇 가지 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일반적으로 직장과 분리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재택근무를 대부분이 좋아할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실제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세계 평균 65%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은 40%로 평균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치를 보인다. 샤쿤 카나(Shaakun Khanna) 오라클 아태지역 HCM 애플리케이션 총괄은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와 기관, 조직들이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응하고 있다”며 “이 점이 근로자들에게 곧 코로나19 이전의 환경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근로자들은 외국과 비교해 자신이 겪는 정신적 문제에 대한 고충을 주변에 알리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근로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이 약 1.7배 증가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환경이 업무 안팎으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  샤쿤 카나(Shaakun Khanna) 오라클 아태지역 HCM 애플리케이션 총괄
▲ 샤쿤 카나(Shaakun Khanna) 오라클 아태지역 HCM 애플리케이션 총괄

AI 등 디지털 기술, 비대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

늘어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89%에 이르렀다. 수면 부족, 집과 직장이 분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어나는 가족 간의 마찰 및 고립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고충들을 근로자들이 비대면 환경에서 회사와 공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해결에 인공지능(AI)이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가를 막론하고 많은 근로자가 ‘AI가 업무 환경에서의 정신 건강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며(글로벌 평균 75%),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상담할 때 사람보다 AI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중도 평균 80%에 달했다. 한국은 응답자의 85%가 회사는 직원들이 AI를 더 많이 활용하고 접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근로자들이 직장 동료보다 AI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카나 총괄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AI(봇)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인간이 아닌 만큼 상담 내용에 대한 평가나 편향적 반응을 내리지 않는 점 △인간과 달리 내용의 기밀이 보장된다는 점 때문이다.

▲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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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내부 시스템과 HCM 클라우드 고객사에 제공 중인 임플로이 케어 패키지(Employee Care Package) 사례를 제시했다. HCM 클라우드에 내장된 디지털 어시스턴트 솔루션으로 직원들의 업무 중 고충을 비대면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상담 내용을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해답 도출이 시스템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오라클은 패키지에 포함된 애널리틱스 기능을 활용해 직원 중 특별히 장시간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누구인지, 오랫동안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직원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있으며, 이들에겐 조직적인 차원에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 고객사가 직원들이 업무에 필요한 지원과 문의를 AI로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건강과 안전 관련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 프로토콜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런 일들은 비단 오라클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재택/원격근무가 일반적인 노동 환경의 하나로 공존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비대면 환경에 따르는 문제 해결을 단순히 미루거나 대면 환경으로의 회귀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과 거리가 멀다. 그보단 AI 상담봇 도입 사례 등을 기반으로 기업과 근로자를 잇는 디지털 기술 활용 방안에 대해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 샤벨(Dan Shawbel) 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 운영 파트너는 “일상과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정신 건강에 회복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10년간의 중요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며 “기업이 대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임이 이번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 자료=오라클
▲ 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 자료=오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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