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티맥스소프트는 1997년 설립된 토종 소프트웨어(SW) 개발사입니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의 강자이며, 관계사인 티맥스데이터와 티맥스A&C가 포함된 ‘티맥스’ 브랜드 아래 DMBS,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기업용 SW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  티맥스 본사 전경
▲ 티맥스 본사 전경

티맥스 자존심의 원천은 10여년간 이어온 국내 미들웨어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에 있습니다. 미들웨어란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 사이에서 통신과 데이터 관리를 돕는 매개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IDC의 2019년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WAS/Web 미들웨어 시장은 현재 상위 3개의 기업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티맥스소프트는 이 중 42%를 담당하며 전통의 강자 오라클(30%)과 IBM(21%)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국산 소프트웨어가 외산을 앞서는 사례가 지금도 그리 흔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의미 있는 순위라고 볼 수 있죠.

최근 실적도 준수합니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티맥스소프트가 2017~2019년 사이 기록한 매출은 연간 900~1000억원대입니다. 영업이익도 2년 연속 280억원대를 기록하며 괜찮은 성과를 거둬왔는데요. 다만, 큰 변동 없는 숨고르기 기간이 길어지며 한계에 봉착한 듯했으나 올해는 오랜만에 개선된 성적표를 기대해볼 만한 상황입니다.

티맥스소프트가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매출은 약 610억원, 영업이익은 101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각각 13%, 63% 증가했습니다. 또 4분기에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약 300억원대 초반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한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했던 티맥스의 전략들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된 배경으로 꼽힙니다.

일례로 티맥스의 간판 미들웨어인 제우스(JEUS)는 올해 400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시간 원격 수업 서비스 ‘케리스 e학습터’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일조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는데요. 2019년 한발 앞서 제우스 클라우드 에디션을 개발했던 선택이 코로나19 대유행이란 특수한 상황을 맞아 빛을 본 셈이죠.

또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기업의 소프트웨어 고도화 수요에 대해서도 이미 고성능 웹 서버, 프레임워크, 인터페이스 및 통합 미들웨어 플랫폼 하이어프레임을 보유한 티맥스소프트는 당분간 이들 제품 간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티맥스 그룹 클라우드 기반 제품 스택 (자료=티맥스)
▲ 티맥스 그룹 클라우드 기반 제품 스택 (자료=티맥스)

그러나 긍정적인 사업 전망과 달리 티맥스소프트 주주들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입니다. 상장에 대한 기약 없는 ‘희망고문’이 벌써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까닭인데요.

2020년 3분기 기준 티맥스소프트의 주식은 박대연 회장(28.9%)과 일가 친인척(5.86%), 티맥스데이터(9.08%), 린드먼아시아(7.81%) 등이 보유한 주식을 제외하면 절반에 가까운 48.34%를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상장기업임을 고려하면 꽤 높은 비율이죠. 또 이는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엿보인 티맥스 상장에 기대를 품었던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티맥스소프트 주주구성 현황 (자료=DART, 2020년 9월 기준)
▲ 티맥스소프트 주주구성 현황 (자료=DART, 2020년 9월 기준)

참고로 장외주식의 가치는 상장 가능성, 절차, 임박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금투협이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 기준 현재 티맥스소프트의 주가는 약 2만7000원인데요. 올해 1월에 기록한 4만원 초반의 가격과 비교하면 지속적인 하락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약간의 반등이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죠. 사업 성과는 고무적이나 그와 별개로 상장을 기대할 만한 사측의 적극적인 ‘시그널’이 없으니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아지고 있는 까닭으로 보입니다.

▲  K-OTC 티맥스 주가 그래프
▲ K-OTC 티맥스 주가 그래프

티맥스소프트가 상장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2017년 12월에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삼성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죠. 당시 목표는 2019~2020년까지 코스닥에 입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이 다 저물어가는 지금, 아직 상장 예비심사 청구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앞서 지정감사인과 재무제표를 두고 발생한 이견 및 해결 과정에서의 지연, 그리고 올해 4월 재심사를 거쳐 ‘적정’ 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물리적 기한상 연내 상장이 어려워진 까닭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러 추측이 오가곤 있지만 확실한 건 티맥스 측에서 이렇다 할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외적으론 지난 10월 3500억원 규모의 LP(본격 투자자) 유치를 통해 상장 절차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지만, 대략적인 로드맵도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티맥스 내부 관계자들도 이에 대해 언급하길 꺼려하는 분위기인데요. 상장과 관련해 이미 충분히 예민해진 주주들에게 더 이상의 불확실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고자 함으로 보입니다. 결국 티맥스소프트 주주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예측할 수 없는 상장 관련 발표만을 기다리며 ‘기다림’ 혹은 ‘탈출’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죠. 최근 주주들의 이런 심경을 대변하듯 K-OTC 티맥스소프트 주식거래량은 12월 현재 이전 수개월 대비 2~3배 늘어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티맥스는 괜찮은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종종 ‘애국 마케팅’이란 비판을 받긴 해도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시대에 국내 기업이 일부나마 두각을 드러낸 분야가 있다는 건 국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이미 17개 해외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진출 거점까지 마련해둔 티맥스이니, 지금의 여세를 몰아 더욱 큰 규모의 사업 확장이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드러나는 사업의 성과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업의 ‘평판’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할 텐데요. 그중에서도 소통은 어느 기업이든 조직 내부는 물론, 대외적 평판 결정에도 관여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입니다. 특히 티맥스처럼 일반 주주의 비중이 높은 비상장 기업들의 경우 그들과의 더욱 투명한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의혹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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