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페이스북과 함께 국내 가상현실(VR) 콘텐츠 활성화에 나선다. 페이스북의 유명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가 2일부터 SKT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유통되는 가운데, 복잡했던 구입 절차와 A/S 문제가 해결되고 신규 VR 콘텐츠가 확보되는 등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  독립형 VR 기기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사진=SKT)
▲ 독립형 VR 기기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사진=SKT)

오큘러스 퀘스트2는 페이스북이 2020년 9월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서 공개한 VR 기기다. 스마트폰이나 PC 연결 없이 VR을 체험할 수 있는 독립형(Stand Alone) 기기이며, 개선된 성능 대비 100달러 이상 저렴해진 가격(국내 기준 41만4000원)으로 호평받았다. 2018년 출시된 전작도 전세계 400만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국내에서 오큘러스 퀘스트는 보기 드문 기기다. 두 제품 모두 국내 정식 출시가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해외직구가 가능했지만 관세와 배송료 부담이 따랐고, 가장 큰 문제는 A/S였다. 오큘러스 시리즈는 국내에 공식 수리점이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커뮤니티에선 '고장나면 버려야 한다'고 자조할 만큼 수리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사실상 일부 얼리어답터를 제외하면 각종 불편을 감수하며 기기 구입에 나설 국내 소비자는 많지 않았던 셈.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SKT는 2일부터 SKT 5GX 홈페이지, 11번가, 원스토어 등 온라인 채널과 홍대 T팩토리를 비롯한 전국 SKT 오프라인 매장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 판매에 나선다. SKT 고객이라면 12개월(월 3만4500원), 24개월(월1만7250원) 약정 구입도 가능하다.

특히 A/S가 편리해진다. SKT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를 구입한 소비자는 기기 고장 시 해외 콜센터 대신 국내 한국인 담당자와 상담할 수 있다. 고장난 기기는 전담 기사가 직접 방문해 수거하므로 A/S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무상 A/S 기간 1년이 함께 제공된다.

신규 VR 콘텐츠 추가도 예정돼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 플랫폼에선 현재 VR 리듬 게임 '비트 세이버', 배틀로얄 VR게임 '파퓰레이션 원', 국내 사업자가 개발해 인기몰이 중인 '리얼 VR 피싱' 등 200여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SKT는 여기에 페이스북과 공동개발하는 '크레이지 월드 VR', '프렌즈 VR월드' 등의 신규 게임을 상반기에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SKT의 VR 콘텐츠 플랫폼 '점프AR·VR'를 오큘러스 퀘스트2에 연동할 계획이다. 점프AR·VR에선 게임 외에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다양한 VR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SKT와 페이스북의 협력은 나아가 양사의 VR 사업 시너지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통사가 보유한 초고속·초저지연의 5G 네트워크는 대용량 VR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온라인 VR 게임, VR 회의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콘텐츠와 통신망 사이 높은 수준의 최적화가 필요하며 현재 페이스북과 SKT 모두 대규모 소셜 VR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페이스북의 VR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 '호라이즌' (자료=오큘러스 유튜브 갈무리)
▲ 페이스북의 VR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 '호라이즌' (자료=오큘러스 유튜브 갈무리)

페이스북은 2020년 9월 커넥트 행사에서 기존 가상공간 설계 노하우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모두 합친 VR 플랫폼 '호라이즌'을 발표했다. 호라이즌은 직접 꾸민 가상 아바타로 전세계 유저들과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영화 및 게임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SKT는 2020년 최대 120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VR 회의 도구 '버추얼 밋업'을 공개했다. 호라이즌과 마찬가지로 가상 아바타로 비대면 회의를 진행할 수 있으며, 3D 아바타 기반의 격의 없는 분위기 조성으로 회의의 재미와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  SKT의 대규모 VR 회의 플랫폼 '버추얼 밋업' (자료=SKT인사이트)
▲ SKT의 대규모 VR 회의 플랫폼 '버추얼 밋업' (자료=SKT인사이트)

또 구글과 삼성전자 등 기존 경쟁자들이 VR 플랫폼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과 달리 페이스북과 SKT는 오히려 VR 플랫폼·콘텐츠 사업 강화에서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커넥트 행사 당시 "VR·AR 기술을 활용해 '모든 것을 집에서 할 수 있는 세상(xFH·everything from home)'이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T는 현재 300만명 수준인 점프AR·VR 가입자를 2021년 1000만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관련 콘텐츠 제작 시설인 점프 스튜디오를 2020년 본사 T타워로 확장 이전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실감 콘텐츠 사업 확대라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가운데 추후 두 회사의 국내외 VR 사업 연계 확대도 예상된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국내 주요 5G 사업자인 SKT와의 서비스 협력을 통한 콘텐츠 확산 및 안정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SKT 역시 오큘러스 시리즈 유통을 통한 고객 확대 효과, 해외 팬층이 두터운 오큘러스 플랫폼과의 콘텐츠 합작 등을 추진해볼 수 있게 된다.

전진수 SKT MR서비스CO장은 “오큘러스 퀘스트2 판매를 계기로 SKT는 점프VR/AR 플랫폼과 점프 스튜디오 등을 아우른 전방위 혼합현실(MR) 서비스 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앞으로도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관련 생태계 확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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