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IT 업계에 따르면 2020년 9월 출시 이후 글로벌에서만 100만대 이상 팔린 오큘러스 퀘스트2는 최근 국내에서 SK텔레콤이 준비한 초판 물량(1만대 추정)도 약 3일 만에 매진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연 무엇이 수십만원짜리 VR 헤드셋에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걸까? 17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SKT T팩토리에서 기기와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봤다. T팩토리는 ICT 복합체험공간(멀티플렉스)이다. SKT가 유통 중인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으며 2일 SKT가 오큘러스 퀘스트2의 국내 판매를 개시하면서 2층에 체험공간이 마련됐다.

▲  T팩토리 정문,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직진 3분 거리에 있다 (사진=SKT Insight)
▲ T팩토리 정문,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직진 3분 거리에 있다 (사진=SKT Insight)

오큘러스 퀘스트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VR 전문회사 '오큘러스(Oculus)'의 독립형(Standalone) VR 헤드셋 시리즈다. 200개 이상의 전용 콘텐츠, 높은 가성비로 호평을 받으며 2019년 출시된 초기 모델은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대를 달성했다. 후속작 오큘러스 퀘스트2 역시 전작 대비 10만원 정도 낮아진 가격과 가벼워진 무게, 개선된 하드웨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체험에 사용한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 및 전용 컨트롤러 (사진=이건한 기자)
▲ 체험에 사용한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 및 전용 컨트롤러 (사진=이건한 기자)

오큘러스 퀘스트2의 사용 환경 설정은 꽤 세심하고 정교하게 이뤄진다. 기기 전면에는 4개의 흑백 카메라가 탑재돼 있고 기기 착용 시 카메라가 자동으로 바닥의 높이와 주변 공간의 경계를 측정한 뒤 사용자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해준다. 혹은 사용자가 이동 범위를 직접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며 경계에 가까워지면 붉은색 경계선을 띄워 경고해준다. 덕분에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도 안전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또 옵션에서 '패스스루' 기능을 활성화하면 콘텐츠 이용 중에도 언제든 카메라로 외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흑백 화면에 선명도가 그리 높진 않지만 사람과 사물을 확인하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또 컨트롤러 위치도 디스플레이에 상시 표시되므로 한번 기기를 착용하면 사용을 마칠 때까지 거의 벗을 일이 없다는 점도 편리했다.

▲  오큘러스 퀘스트에 탑재된 카메라. 상단 2개, 하단 2개로 총 4개다 (사진=이건한 기자)
▲ 오큘러스 퀘스트에 탑재된 카메라. 상단 2개, 하단 2개로 총 4개다 (사진=이건한 기자)

컨트롤러는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이다. 손에 땀이 많은 체질이라면 장시간 사용 시 다소 미끄러울 수 있으니 안전 스트랩을 함께 사용하면 좋다. 좌우 각각 2개의 조작 버튼과 트리거 버튼, 1개의 조이스틱과 기능 버튼이 탑재돼 있다.

▲  기기 체험을 도와준 오큘러스 한국 사업 담당자 (사진=이건한 기자)
▲ 기기 체험을 도와준 오큘러스 한국 사업 담당자 (사진=이건한 기자)

기기 구성과 기본적인 사용법 등을 숙지했으니 이제 실제 콘텐츠를 즐겨볼 차례다. 이번 체험은 주로 오큘러스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게임 콘텐츠 위주로 이뤄졌다.

VR 게임의 강점은 360도 가상 공간이 선사하는 높은 몰입도에 있다. 기자가 처음 VR을 접했던 3~4년 전만 해도 대다수 VR 게임의 그래픽과 게임성은 PC나 모바일 수준 이하였다. 당시엔 VR 테마파크 등에 비치된 대형 어트랙션 정도가 즐길 만한 VR 경험을 제공했다면,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리듬게임, FPS, 레이싱, 방탈출 등 다양한 종류의 VR 게임이 PC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  생존형 팀 서바이벌 게임 '파퓰레이션 원'을 시연 중인 관계자. 간단한 제스처만으로 지형을 이동하고 아이템을 줍거나 적과 교전할 수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 생존형 팀 서바이벌 게임 '파퓰레이션 원'을 시연 중인 관계자. 간단한 제스처만으로 지형을 이동하고 아이템을 줍거나 적과 교전할 수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오큘러스 플랫폼 내 VR 게임들은 공간을 넓게 요구하지 않았다. 컨트롤러에 내장된 다양한 버튼과 트리거 및 사용자 제스처를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전후좌우 약 2m 정도의 공간만 확보되면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손과 팔을 움직이는 조작은 지연시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컨트롤러 인식도 정교하다. 플레이 화면은 기기 내 미러링 기능으로 PC 혹은 구글 크롬캐스트와 연결된 TV를 통해 외부로 보여줄 수 있다.

아직 한국 장터에 출시되지 않은 일부 앱들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은 별로 없었다. 걱정했던 기기 발열 및 VR 멀미는 거의 느끼지 못했고 완충 시 플레이 시간은 2시간 정도로 넉넉하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움직임이 많은 콘텐츠는 체력 소모를 고려해도 1시간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VR 멀미는 사용자, 혹은 콘텐츠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멀미가 심한 편이라면1회 30분 이내로 사용하고 10~15분 이상의 휴식이 권장된다. 홍대 T팩토리 등 체험 코너를 방문해 자신의 멀미 수준을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T팩토리는 예약 없이도 누구나 방문해 직원 안내에 따라 기기를 체험할 수 있으며 SKT가 유통 중인 다양한 상품들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  T팩토리 2층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 엑스박스 5GX 클라우드 게임,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체험할 수 있고 1층에는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S21 전용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 T팩토리 2층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 엑스박스 5GX 클라우드 게임,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체험할 수 있고 1층에는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S21 전용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이날 체험한 오큘러스 퀘스트2의 64기가바이트(GB) 모델 국내 판매 가격은 41만4000원이다. 조만간 256GB 모델도 국내에 출시되며 SKT 5GX 공식 홈페이지 및 11번가·원스토어, T팩토리 등 전국 SKT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SKT 고객은 12개월(월3만4500원) 혹은 24개월(월1만7250원) 약정 방식으로 구입하는 방식도 있다. 국내 A/S 등 서비스는 SKT가 제공한다. 오큘러스 자체 콘텐츠 외에도 상반기 중 SKT가 공동개발에 참여한 '크레이지 월드 VR', '프렌즈 VR월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 코로나19 종식 이후 오프라인 게임 이벤트 등의 진행 계획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19일 기준 오큘러스 퀘스트2 국내 물량은 모두 매진된 상태다. 오큘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SKT 제품 판매 페이지에서 '재입고 알림'을 신청한 사용자를 위한 추가 물량이 수일 내 소량 입고되며 선착순 판매로 소진된다. 이후 물량은 3월부터 입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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