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T 버전에서는 20여개 창작자·스타트업의 유료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사진=네이버)
▲ △CBT 버전에서는 20여개 창작자·스타트업의 유료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사진=네이버)
네이버가 콘텐츠 유료화 실험에 나섰다. 13일 네이버는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의 비공개시범테스트(CBT) 버전을 시작했다고 안내했다. 네이버는 CBT 기간 동안 안정성을 높여, 상반기 안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유료화 장 여는 네이버

이날 네이버가 선보인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은 소상공인(SME)들이 활동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구조가 비슷하다. 창작자가 만든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 네이버는 콘텐츠 편집·결제·정산·데이터 분석과 프로모션 운영 등 판매에 필요한 도구와 데이터를 통합 제공한다.

창작자는 상품구성을 직접 결정한다. 콘텐츠 유형은 텍스트가 중심이다. 6월부터 동영상·동영상 라이브가 지원된다. 하반기부터는 오디오도 판매할 수 있다. 주제·내용·형식을 비롯해 가격정책도 창작자가 택한다. 판매방식은 단건 판매 또는 정기결제를 통한 월간 구독권, 최대 100명까지 함께 이용가능한 그룹이용권 등 다양한 상품옵션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1개 채널을 한달 동안 무료체험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왜 만들었나

네이버는 창작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유료화 실험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유료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서는 창작자를 유료 후원하면 보상으로 콘텐츠 등 혜택을 받는 ‘페이트리언’, 뉴스레터를 유료 구독할 수 있는 ‘서브스택’ 등 관련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의 김은정 리더는 “하나의 주제에 전문성을 가지고 깊이 있게 분석하는 전문가 수준의 창작자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내고 감상하는 사용성도 글로벌에서는 이미 자리잡고 있다”며 “창작자 입장에선 특정분야에 관심을 갖는 유료 구독자를 만나고, 이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에서 언론사를 구독하는 이용자가 누적 2000만명을 넘는 등 정기적으로 (콘텐츠를)받아보고 싶어하는 소비 욕구가 있다”며 “구독 기반이 확장되니 유료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 언론사들도 있다. 단순 유료 전환 형태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가능하도록 결제 수단, 유료 알림 등의 도구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CBT 버전에는 기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하고 실험해오던 창작자 집단이 참여한다. 밀레니얼을 위한 부동산 정보를 전하는 ‘부딩’, 시사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북저널리즘’, 글로벌 테크 소식을 쉽게 제공하는 ‘일분톡’ 등 20여곳이다. 새 판로를 확대하거나 기존과 다른 콘셉트의 내용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들은 네이버 포스트·네이버TV·언론사 홈 중 창작자가 원하는 채널에 신설한 ‘프리미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 등을 통해 유료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 포털에서 뉴스는 이용자를 유입시켜 트래픽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방문횟수·체류시간이 늘면 광고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이미지=카카오)
▲ 포털에서 뉴스는 이용자를 유입시켜 트래픽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방문횟수·체류시간이 늘면 광고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이미지=카카오)
카카오도 준비중

카카오도 오는 8월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톡 ‘샵(#)’ 탭에 ‘구독’ 코너를 마련, 취향·관심사에 맞는 창작자의 채널을 구독하고 받아 보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작자는 언론사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지칭한다. 뉴스 외에도 블로그 등 이용자창작콘텐츠(UGC) 등이 ‘구독거리’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언론사·창작자가 ‘찐팬’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뉴스 제공방식을 바꿔 ‘2위 포털’ 자리에서 반등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톡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창작자에게는 수익 배분을 검토 중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뉴스1> 행사에 참석해 “창작자가 경제적인 베네핏(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창작자는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관계형 도구(모먼트 등)’를 통해 광고수익·유료결제 등 다양한 콘텐츠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도 지난해 카카오 개발자 행사인 ‘이프 카카오2020’ 기자간담회에서 “구독자가 발행자에게 일회 또는 정기 후원하거나 (구독 서비스에) 결제 모듈을 붙이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료화 실험의 성공 여부는 안갯속에 있다. 콘텐츠 유료구독 시장이 성장세이기는 하나 뉴스의 경우 차별화를 이루지 않으면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리를 잡더라도 언론사의 유료 콘텐츠마저 플랫폼이 만든 ‘가두리’에 갇히는 꼴이 될 거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일례로 최지향 이화여대 조교수는 지난해 <신문과방송> 2월호에서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세대 52.5%가 ‘광고 있는 무료 (뉴스) 이용’을 ‘광고 없는 유료 이용(7.8%)’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최 조교수는 “다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뉴스는 지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 어떤 콘텐츠보다도 유료화에 대한 저항감이 높다”며 “뉴스가 충족시켜주지 않는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알아내고 이 지점을 충족시킴으로써 이용자들의 ‘페이포인트(pay point)’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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