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J ENM 홈페이지
▲ 사진=CJ ENM 홈페이지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IPTV와 CJ ENM의 이번 충돌의 배경은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콘텐츠 강자와 기존 플랫폼 강자의 힘겨루기로 요약된다.

과거 미디어 업계에서는 IPTV와 케이블TV·위성방송 등 플랫폼들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비해 협상 과정에서 우위의 위치에 있었다. PP들은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선보여야 하는데 반드시 IPTV나 케이블TV와 같은 플랫폼을 거쳐야 했다.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사실상 유선기반의 IPTV와 케이블TV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IPTV는 PP와의 콘텐츠 대가 협상에서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무선기반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OTT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서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IPTV에 비해 OTT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없앴다. 국내 OTT 시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이 장악한 가운데 SK텔레콤(웨이브)·KT(시즌)·LG유플러스(U+tv모바일) 등 이동통신사들도 자체 OTT를 내세우며 대응에 나섰다.

미디어 업계에서 콘텐츠 강자로 떠오른 CJ ENM도 PP중 한 곳으로 IPTV와 콘텐츠 대가에 대해 협상을 벌여야 한다. CJ ENM은 △tvN △O tvn △올리브 △채널 다이아 △엠넷 △투니버스 △OGN 등 다양한 인기 채널을 보유했다. 그만큼 IPTV와의 콘텐츠 대가 협상에서 다른 중소 PP들에 비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여기에 CJ ENM은 OTT '티빙'까지 보유했다. IPTV들과의 콘텐츠 대가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대중에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자체 플랫폼까지 갖춘 것이다. 결국 CJ ENM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모두 가진 셈이다.

자체 OTT를 보유한 CJ ENM은 콘텐츠 대가 협상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게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CJ ENM은 LG유플러스의 OTT 'U+tv모바일'에서 먼저 이 카드를 사용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U+tv모바일에서 "CJ ENM의 실시간 방송이 종료될 수 있다"며 "방송 제공을 위해 CJ ENM과 지속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KT도 CJ ENM과 대가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합작해 만든 OTT '웨이브'는 CJ ENM의 콘텐츠가 없다. 웨이브는 지상파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결국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CJ ENM은 자사의 콘텐츠를 타사의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OTT에서는 제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사의 OTT 티빙이 있기 때문이다. 티빙은 최근 네이버와도 손잡고 혜택을 늘리고 있다. 티빙은 최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상품의 종류에 따라 티빙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콘텐츠를 보유한 CJ ENM도 대가 협상 테이블에서 갑의 위치까지 올라서면서 기존 갑인 IPTV와 한 번은 격돌할 수 밖에 없다"며 "갑과 갑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겠지만 결국 IPTV는 CJ ENM의 콘텐츠가 필요하고 CJ ENM도 티빙이 있지만 IPTV라는 플랫폼이 필요하므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점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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