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JYP엔터가 손을 잡고 ‘디어유 버블(DearU bubble)’을 글로벌 서비스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팬더스트리(Fan+Industry·팬덤 기반의 산업)’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플랫폼’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에 열흘 새 총 21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26일 디어유 주식 168만2000주를 약 84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이달 4일 260만3192주를 130억원에 추가 취득한 것. 이번 인수로 JYP엔터는 디어유 지분율을 23.3%까지 확보하게 됐다. 최대주주였던 SM엔터의 지분율은 41.91%로 낮아졌다.

두 회사의 ‘공식’ 협력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SM·JYP엔터는 지난해 8월 온라인 공연을 기획·운영하는 전문회사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을 공동으로 세운 바 있다. 이번 투자에 대해 JYP엔터 관계자는 “버블에 입점한 당사 아티스트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인 동시에 투자수익을 고려한 재무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SM엔터 관계자는 “SM스튜디오스가 보유한 주식회사 디어유의 지분 23.3%를 취득한 JYP엔터와 협력을 강화해 버블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 △JYP엔터는 이번 투자가 버블에 입점한 소속 가수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번을 계기로 두 회사의 협력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 △JYP엔터는 이번 투자가 버블에 입점한 소속 가수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번을 계기로 두 회사의 협력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버블’ 뭐길래

디어유는 SM엔터의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2019년에는 매출액 17억원,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130억원의 총 매출을 올리면서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영업손실도 4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89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 작년 총 매출액(130억원)의 74%를 1분기 만에 거둬들이면서 SM엔터의 1분기 실적에도 보탬이 됐다. 이 회사의 주력사업은 지난해 2월 출시한 ‘디어유 버블’이다. 매달 4500원을 내고 구독하면 아티스트가 직접 쓴 메시지를 수신하고 팬들도 답장을 보낼 수 있는 1:1 채팅형 서비스다. 텍스트·이모티콘·음성메시지·사진·동영상 등 각종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데, 그룹일 경우 멤버별로 구독권을 결제해야 한다.

버블은 ‘고공행진’ 중이다. 유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부 유출이 금지돼 있다. 버블에서만 공유되는 사진·동영상 등은 이른바 ‘팬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뚜렷하다. 버블은 1년여 만에 유료 구독자수를 100만명 이상 모았다. 이 가운데 해외 팬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아티스트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SM·JYP엔터를 비롯해 FNC·젤리피쉬·브랜뉴뮤직 등 13개사 150여명의 아티스트가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버블은) 단순히 아티스트와 대화하는 플랫폼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면서 “올해 연간으로 보면 SM엔터 연결이익에 100억원 이상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버블은 최애와의 대화형 서비스를 통해 팬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티스트는 전체 팬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만, 팬은 1:1 채팅처럼 볼 수 있어 친밀도를 높여준다. 성장세에 맞춰 디어유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 △버블은 최애와의 대화형 서비스를 통해 팬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티스트는 전체 팬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만, 팬은 1:1 채팅처럼 볼 수 있어 친밀도를 높여준다. 성장세에 맞춰 디어유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위버스 이어 유니버스…‘팬’ 모이는 곳에 길이 있다

이 같은 합종연횡의 시작점은 코로나였다. 오프라인 공연·행사가 막히고 비대면으로 전환되자 엔터사들은 팬미팅·콘서트 등을 온라인으로 열며 돌파구를 찾았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팬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갖추면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는 한편, 이들을 ‘락인(Lock-in·묶어두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터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는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지난 1월 네이버의 팬 플랫폼 ‘브이라이브(V LIVE)’ 사업을 양수했다. 내년 통합을 앞두고 있다. 브이라이브의 유료 서비스인 ‘팬십(Fanship)’은 아티스트·팬들을 위한 채팅 기능을 제공해왔다. 이 회사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도 운영 중이다. 위버스는 아티스트·팬들이 소통하는 일종의 ‘팬카페’ 공간이다. 콘서트 등 비공개 영상을 유료 구입해 감상하거나, ‘위버스샵’에서 굿즈(MD)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하이브 총 매출의 41%를 위버스가 책임졌다. 위버스 MD 결제액만 32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G 소속 아티스트들도 순차적으로 위버스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도 경쟁에 가세했다. 엔씨는 자회사 클랩(KLAP)을 설립, 지난 1월 팬 커뮤니티 ‘유니버스(UNIVERSE)’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몬스타엑스·강다니엘·오마이걸 등이 입점해 있다. 유니버스 역시 아티스트가 손수 작성한 메시지를 팬들이 받아볼 수 있는 ‘프라이빗 메시지’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태국·필리핀 등 134개국에서 운영 중이며, 출시 100일 만에 월이용자수(MAU) 330만명을 확보했다. 엔씨는 CJ ENM과 올해 안에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유니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