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KCC, 아직 불안한 'IT·반도체' 소재 업체의 꿈

발행일 2021-07-07 07:12:58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KCC 반도체용 실리콘 이미지.(출처=KCC 홍보영상 갈무리.)


최근 몇 년 간 국내서 KCC만큼 바빴던 기업은 없었을 것입니다. 기존 도료와 건자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동시에 형제간 계열분리 밑 작업을 진행했죠. 보통 사업이든 지배구조든 둘 중 하나만 손을 보더라도 엄청난 변화로 받아들여지는데 KCC는 이 둘을 동시에 처리한 것입니다.

물론 부침이 있었습니다. 지배구조야 이미 장남 정몽진 회장은 KCC,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 삼남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 등 각자 맡은 사업영역이 확실했기 때문에 큰 잡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 사업 확장 선택은 시장에서 우려가 많았습니다. 세계 3대 실리콘 업체 중 하나인 미국의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이하 모멘티브)’를 인수하는데 너무 큰 돈을 들였던 것이죠.

KCC는 2019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SJL파트너스, 원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모멘티브를 인수했습니다. 이중 12억달러를 SJL, KCC, 원익QnC가 각각 50:45:5의 비율로 투자하고 나머지 18억달러는 차입으로 끌어오는 구조였죠. KCC가 순수 본인 주머니에서 꺼내 투자한 금액은 대략 6400억원입니다.

이처럼 KCC는 모멘티브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요. 기존 도료 및 건자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적절한 투자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건축, 선박, 자동차 등 전방 산업에 묶여있는 것도 단점이지만, 사업 자체가 전망이 아주 밝은 편도 아니기 때문이죠.

KCC 실적 추이.(출처=KCC 사업보고서.)


KCC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실적 추이를 보면 수익성이 서서히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결기준 매출은 2018년까지 3조원 중반대를 꾸준히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300억원 수준에서 정체되다 2018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죠. 2019년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제는 KCC의 승부수와도 같았던 모멘티브가 제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2020년 모멘티브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면서 매출은 5조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죠. 당장만 보면 사실상 인수효과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모멘티브는 실리콘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인데요. 전기, 전자, 자동차, 화장품, 타이어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실리콘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5G, 항공우주 등 향후 주목받는 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는 실적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여파로 모멘티브의 실적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백신 개발로 세계 경제가 살아나며 모멘티브 실적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모멘티브 실적 추이.(출처=KCC 사업보고서.)


모멘티브의 구체적인 실적은 모멘티브 종속 자회사들을 모두 거느린 지주사(MOM Holdings Company)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모멘티브는 2020년 2조4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엄청난 시장 장악력을 보여줬는데요. 반면 70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수익성에는 문제를 보였습니다. 다만 전년 4600억원 손실과 비교해서는 적자 폭이 상당히 줄어들긴 했죠.

올 1분기에는 매출액 7600억원에 순이익 30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KCC가 지난해 KCC실리콘, 바실리돈, KCC광저우 등 보유하고 있는 실리콘 사업을 모두 모멘티브에 매각한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실리콘 업황이 회복되며 실적 또한 긍정적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CC는 올 2분기 매출액 1조3000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이 1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적 회복이죠.

다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구요. 아직 모멘티브와 관련된 모든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만큼 KCC에게는 몇 개의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모멘티브 인수 컨소시엄은 우선 2024년까지 모멘티브를 상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SJL은 상장 후 구주매출을 통해 수익을 챙긴다는 심산이죠.

KCC와 SJL이 맺은 공동매각요구권의 평가손익 내역.(출처=KCC 2020년 1분기 보고서.)


SJL은 상장이 안 될 경우도 미리 계산해 몇 가지 약정들을 체결했는데요. SJL은 KCC에 공동매각요구권(Drag Aong)과 매도청구권을 옵션으로 끼워 넣었습니다. 상장에 실패하면 KCC와 함께 모멘티브 지분을 파는 것이고요. KCC가 반대하면 SJL이 보유한 모멘티브 지분을 사들여야 합니다. 물론 기회비용도 챙겨줘야 하죠. SJL에게 주식인수가격에 연 5.0%의 복리를 가산한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이 같은 계약은 KCC가 파생상품으로 회계처리해서 실제 재무에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 파생상품 관련 내용에는 공동매각요구권 관련한 부채를 계상해놨습니다. 올 초 870억원 수준의 부채는 1분기 말 72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네요. 지난해 말 120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그만큼 모멘티브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방증이겠죠.

올해 모멘티브가 과연 얼마나 실적을 개선할 지는 알 수 없는데요. 흑자전환에 성공해 KCC에 본격적으로 도움이 되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2024년까지 상장에 성공할 만한 회사로 키워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사실상 미래 사업을 '실리콘'에 올인한 KCC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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