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 가격이 한달 넘게 제자리 걸음 중입니다. 국내 기준 약 3700만~4000만원 사이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비트코인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가격 변동성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거래량과 관심도 모두 그전보다 크게 줄어든 모습이 관측됩니다. 투자 수익률이 낮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달라진 인식과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의 한계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2021년 1~3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좌)와 4~6월 그래프 (자료=코인마켓캡)
▲ 2021년 1~3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좌)와 4~6월 그래프 (자료=코인마켓캡)

먼저 위 그래프를 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사이 달라진 비트코인 가격 변화 추이가 한눈에 보입니다. 3만달러에서 6만달러까지 고속 돌파한 1~3월과 달리 4월 이후는 최고점 갱신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거쳐 지금의 정체기에 이른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거래량도 줄었습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상한가를 기록했던 4월 초 전세계 비트코인 일거래액은 약 600억~800억달러에 달했지만 지난주에는 불과 200억달러에 그쳤죠. 같은 기간 구글트렌드 검색 결과에서도 키워드 'bitcoin'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는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변화 속에는 올해 초와 달라진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엿보입니다. 올해 1분기 전체를 놓고 볼 때 비트코인 일거래액은 평균 659억달러로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가격 급등락과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거래액 추이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분기 일거래액은 510억달러로 줄었고 이마저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두 시기를 비교했을 때 1분기까진 민간을 중심으로 '호재'라 부를 법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일론 머스크라는 유명인사의 비트코인 지지 제스처, 테슬라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입, 글로벌 기관들의 잇따른 비트코인 투자, 장밋빛 보고서들이 쏟아지며 가격이 떨어져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가격이 좀 떨어져도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라며 추가 투자하는 이들도 많았기에 거래량 자체에 큰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죠.

반면 4월 이후는 각국 정부와 금융 영향력자들이 비트코인에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비트코인을 정책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자들이죠. 미국의 금융 수장이나 다를 바 없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이 투기 수단'이란 입장을 고수하는 인물이며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그와 입장이 같습니다.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 기업의 성지였던 중국은 최근 가상자산 채굴, 거래, 보유 금지 정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중이죠.'

여기에 영국과 일본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무인가 영업행위를 경고하며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웬만한 민간의 호재로는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가 차원의 압박 기조 속에서 비트코인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낮아진 이 시점에도 거래량은 계속해서 줄기만 하는 배경이죠. 

▲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넣어 화제를 모았던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넣어 화제를 모았던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제 역할 잃은 비트코인, 정부로 넘어간 헤게모니
이런 현실이 비트코인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비트코인은 당초 탈중앙금융, 국가를 초월한 가상화폐를 기치로 등장했지만 느린 거래 속도와 높은 채굴 난이도, 적은 발행량 등의 문제 때문에 화폐로서는 별다른 실용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후 기존 안전자산을 대신할 '디지털 금', 혹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가치저장 수단' 등으로 비트코인의 존재 필요를 설명하는 프레임이 새로 등장했지만 지금의 국면을 타개하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은 태초에 모든 간섭에서 독립된 화폐로 만들어졌습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서든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이 없으면 오프라인 지갑에 담아서라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대 지불수단 중 가장 유연하고 탈국가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현재 비트코인의 헤게모니를 쥔 주체가 개인이 아닌 국가란 사실은 아이러니죠. 

게다가 화폐로서의 존재감이 희미한 지금, 비트코인은 국가가 인정한 법정화폐로 교환되지 못하면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만큼 비트코인 활성화에 대한 정부 의존도는 앞으로도 안팎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결국 혁신 화폐로 등장한 비트코인의 태생적 차별성이 대부분 희석된 상황에서 더이상 시장의 노력만으론 투자자들의 기대하는 만큼의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거죠. 그저 미국의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등 정책적 호재만을 기다리게 된 상황입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주목받은 책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도 지난달 발표한 한 논문에서 비트코인이 "정부 없는 화폐나 안전한 피난 투자처란 개념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한때는 비트코인을 정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보험'으로 평가했던 그조차 비트코인의 독립성이 점점 약해져 가는 것을 보며 입장을 바꾼 건데요. 과연 비트코인 생태계는 이대로 자생력을 잃어가게 되는 걸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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